[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앞두고 리츠 시장에 기대감과 우려 섞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공모액 규모가 큰 만큼 현 수준의 리츠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한지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리테일홈플러스 리츠는 공모액이 1조5000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으로 예정돼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모금액이 최소 2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리츠는 이달 13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이달 말인 29일 상장에 나선다. 

홈플러스 리츠는 전국 홈플러스 매장 가운데 51개점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지점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수익을 낸다. 장기 책임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공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연간 2.5%의 임대료 인상을 통해 평균 14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 리츠의 올해 목표 배당수익률은 7%이며 2020년까지 2년간 배당 가능 이익의 100%를 지급한 후 이후부터는 배당 가능 이익의 90%를 의무 배당할 계획이다. 내년 예상 배당수익률은 6.9~7.4% 수준이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가능이익을 납입자본금(자본금+주식발행초과금)으로 나눈 값이 된다. 홈플러스 리츠의 올해 총 '예상'수입은 2,239억원~2,291억원으로 '예상'영업비용인 446억원~469억원을 제하고 여기에 감가상각비를 다시 더한 후 이자비용 등을 빼면 배당가능이익이 나온다. 이 경우 배당가능이익은 1,569억원~1,618억원에 달한다. 이때 주당 공모가격을 4530원으로 산정한 후 나온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금과 더한 값인 납입자본금(2조2,367억원)을 분모로 배당가능이익(1,569억원)을 나누면 배당률은 7%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공모가가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가가 당초 가정한 4530원보다 높아질 경우 배당률은 이보다 다소 낮아질 수 있다. 저금리 상황이 더 심화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리츠의 7%대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 것이란 것이 업계 시각이다. 특히 홈플러스 매장 임대료는 확정임대료인 만큼 영업수익이 고정적이기 때문에 배당수익률 역시 안정적이란 평가다.

유통업계에서 대형 공모리츠가 나오면서 유통공룡인 롯데 역시 리츠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자산을 유동화한 1조원 규모의 롯데리츠(가칭)가 지난 1월 국토교통부 예비인가를 받은 데 이어 이달 중 본인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롯데리츠의 리츠자산관리회사(AMC)인 롯데에이엠씨는 롯데리츠의 운영을 맡게 된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입해 부동산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이처럼 리츠시장에 조 단위 규모의 대형 공모리츠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리츠시장에도 기대감이 불어오고 있다. 2002년 국내 투자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후 지금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만큼 최근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 등을 시작으로 형성된 리츠투자가 역대 최고조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신한알파리츠’가 일반을 대상으로 1140억원을 공모한 결과 공모액보다 4.3배 이상 많은 50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이 몰렸다.

문제는 현재 리츠 시장의 규모가 1조원대의 공모리츠를 감당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분이다.

S운용사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의 도전에 대해 시장에서 기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 시장이 과연 감당할 여력이 될 지에 대해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리츠 시장 규모. 출처=리츠협회

리츠협회에 따르면 2월말 기준 국내 리츠 시장은 리츠수 224개, 자산규모는 4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주택으로 전체 투자규모의 58.2%에 다다른다. 이어 ▲오피스 27.3% ▲리테일 9.6% ▲혼합형 2.0% ▲물류 1.8% ▲호텔 1.2% 등 순이다.

리츠가 성장세를 띄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부터다. 2007년 자산규모는 5조원에 그쳤던 리츠시장은 2015년까지 10조원대에 머물렀지만 2016년 들어서면서 25조1000억원, 2017년 34조5000억원, 2018년 41조원대까지 급성장했다. 10년간 자산규모는 무려 6배가 늘어났으며 리츠수 역시 6.2배가 증가했다.

이처럼 리츠시장은 성장속도가 붙었지만 일각에서는 1조원대의 자산이 시장에 등장한 것은 처음인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앞서 공모리츠 시장에 확신을 준 사례로 여겨지는 신한알파리츠의 경우 공모가액은 1140억원으로 당시 역대 공모리츠 사상 최대 금액인 4927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리츠시장 자산규모는 41조원대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공모가액 규모만 10개가 늘어난 것이다.

51개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오피스보다 안정성이 떨어지고 물건에 대한 분석이 면밀하게 검토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역시 리스크로 작용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오피스와 리테일은 안정성에 있어서 다르게 취급된다”라면서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오피스는 수익률이 5%대가 나와서 안정적인 자산에 속하지만 수도권에 위치한 리테일은 7% 가량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유하고 있는 기초자산이 단일자산이 아닌데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경우 매장 컨디션에 따라 폐점을 할 수도 있고 계약갱신이 안될 수도 있는 등의 리스크가 모두 산정이 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리츠는 애초에 상장계획을 하면서 예상을 했던 만큼 국내 투자비중보다는 해외 투자 비중에 더 힘을 싣겠다는 모습이다.

한국리테일홈플러스스의 홈플러스 리츠의 대표 주관사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회사 서울지점이다. 이외에 나머지 2곳도 노무라 금융투자,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이며 국내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전부다. 주관사 선정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상장이지만 국외투자 자본을 끌어오는데 더 집중했다는 대목이다.

한국리테일홈플러스 관계자는 “국내 리츠는 아직 적극적으로 활성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물량중 16%만을 국내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잡았으며 나머지는 일본과 싱가폴, 홍콩, 미국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라면서 “유럽부동산지수(EPRA)에도 편입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외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A Tranche 및 홈플러스 매장별 재무수치. 출처=dart.

기초자산이 51개로 자산에 대한 분석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51개 지점 모두를 면밀히 분석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관계자는 “51개 지점 모두 EBITDA부터 매출액, 감정평가액 등 모두를 평가했다”라면서 “국토부에 인가를 받기 전에 건물에 대한 실사부터 지반에 대한 실사, 보수여부 등 물리 실사를 받았으며 물건에 대한 근저당 혹은 소송이 걸려있는 부분도 정리를 끝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홈플러스 매장이 마스터리스(책임임대차)로 입점한데다 홈플러스 리츠의 최대 주주가 현 임차인인인 홈플러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대차 관리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