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시련의 한 해를 보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을 개인정보 보호를 가장 우선시하는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출처= NP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18년 시련의 한 해를 보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을 개인정보 보호를 가장 우선시하는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사진이나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오늘날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가 되었지만, 이제 그 반대로 가겠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의 미래가 프라이빗 메시지와 소그룹 채팅에 있다고 본 것이다.

저커버그 CEO가 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상과, 왓츠앱(WhatsApp),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 여러 서비스에 대한 통합 구상을 자세히 밝혔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면, 페이스북에서는 메신저(Messenger), 인스타그램에서는 다이렉트(Direct), 왓츠앱에서는 왓츠앱 만을 사용해야 하지요. 이제 우리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앱에서 어디든지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자 합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사용자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서비스와 SMS를 이용하여 누구에게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그것이 옵트인 서비스(opt-in, 수신자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만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방식)이 될 것이며 사용자들은 원한다면 그들의 계정을 따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초에 메시지 플랫폼인 메신저, 왓츠앱, 인스타그램을 통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세 가지 서비스는 별도의 앱으로 남아있겠지만, 동일한 배후 인프라를 사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발표 이후 페이스북은 그것이 오히려 회사의 영향력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과 의문을 받았다. 브라이언 새츠(민주, 하와이) 상원의원 같은 이는 “암호화는 좋은 방향이지만, 공정한 경쟁과 프라이버시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 세 앱을 어떤 식으로든 통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계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목표는 페이스북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플랫폼을 쓰는 사람들에게 개인적 대화를 하지 못하는 ‘인위적 장벽’을 없애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번 발표에서, 이번 조치가 편리함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있어서도 큰 이점이 있음을 집중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에서 메신저 앱을 사용해 SMS 문자를 주고받는데, SMS 프로토콜이 암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자들이 암호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메시징 서비스가 통합된다면, 사용자들은 메신저로부터 왓츠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전화에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저커버그는 프라이빗 세어링, 일정 기간 후 콘텐츠의 소멸, 소그룹 채팅이 앞으로 소셜 미디어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Marketing Land

저커버그는 "모든 사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엔드투엔드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데이터 통신에서 발신측에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수신지에서 해독하는 방식) 방식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또 프라이빗 세어링(private sharing, 개인간 공유), 일정 기간 후 콘텐츠의 소멸, 소그룹 채팅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앞으로 소셜 미디어가 가야할 길이라고 지적했다. 24시간 후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Instagram Stories)는 최근 하루 5억 명의 활동적 사용자(active user)를 기록했다.

사용자들은 이제 소셜 미디어 상에서 불특정 다수 보다는 한 명 또는 소수의 친구들과 의사 소통하는 것과, 영원히 남아 있기 보다는 일정 기간 후 없어지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릴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이 공유하는 것이 나중에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까 봐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페이스북도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이상으로, 또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오래, 메시지나 이야기를 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메시지를 보낸 후 1년, 1개월 또는 심지어 몇 초 후에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는 옵션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오랫동안 메시지의 메타데이터(metadata, 대량의 데이터를 구조화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중단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페이스북의 전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의 이러한 새 방향 전환이 소셜미디어 사용 방식과 사람들의 소통 방식도 새롭게 정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번 추락한 페이스북에 대한 신뢰 회복은 저커버그의 또 다른 과제다.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된 회사의 과거 실수도 인정했다. 페이스북은 무려 5천만 명의 사용자 개인정보를 데이터 분석 회사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에 제공하는 사상 최대의 보안 유출 사건을 포함해,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려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 이런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하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진심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솔직히 우리가 현재 프라이버시 보호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동안 보다 많은 개방적 공유(open sharing)를 위한 도구를 개발하는 것만 강조해 왔지요. 그러나 이제 우리는 프라이빗 세어링을 포함해,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진화할 수 있음을 계속 보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