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대기오염정보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근 기승인 대기 중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우리나라의 온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지방 등 수도권에는 6일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사상 최악의 대기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미세먼지의 흡입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련의 변화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더불어 소비재를 판매하는 유통업계에도 여러 가지 변화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이면 “사람들의 외부에 나와 소비를 하는 활동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라는 짐작을 하는 때가 있다. 이는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인과관계 판단인데,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을 반증하는 통계 지표가 나왔다. 바로 온라입 쇼핑 거래의 증가다.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조7034억원을 기록했다. 

▲ 출처= 통계청 <1월 온라인쇼핑 동향>

이는 직전 연도 같은 기간의 9조763억원보다 약 17.9% 늘어난 수치이며 통계가 집계된 이래 1월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의 기록이다. 이러한 추이를 이끈 온라인 쇼핑 품목으로는 식품(전년대비 거래액 42.8% 증가), 서비스(19.5% 증가), 가전(22.1%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통계청은 “잦은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와 더불어 방진마스크 등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제품들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 동향이 보여주는 거시적 추이는 개별 온라인 마켓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자사의 오픈마켓 G마켓·옥션·G9의 최근 5일(2월28일~3월4일) 미세먼지 관련 용품의 판매 신장률을 조사한 결과 직전 일주일(2월21일~2월25일)보다 약 7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 G마켓에서는 미세먼지 창문필터 판매가 4배(300%), 황사/독감마스크가 (256%)와 산소발생기(238%) 판매량은 각각 3배 이상 늘었다. 렌탈 공기청정기(160%)나  차량용 공기청정기(188%) 판매도 모두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 공기청정기 판매도 59% 늘어났다. 옥션에서도 같은 기간 황사/독감 마스크 판매량이 약 3배(194%) 증가했고, 차량용 공기청정기(106%)와 눈건강/렌즈관리용품(135%)이 모두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와 같은 맥락의 변화는 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도 감지됐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는 수도권 지역에 6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최근 5일(2월 28일부터 3월 4일) 미세먼지 대비용품 판매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품목의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기 중 미세먼지의 기승으로 방진 마스크 등 미세먼지 관련용품들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출처= 아성다이소

미세먼지는 대형마트의 계절 기획전을 앞당기는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대형마트 이마트는 창사 이래 최초로 4월이 아닌 3월에 에어컨 행사장을 구성했다. 통상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본격적인 봄의 초입인 4월부터 에어컨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기승으로 여름을 대비해 에어컨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제품을 찾으면서 마트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이마트는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전국 약 120개 점포에 ‘공기청정 에어컨’ 특설 행사장을 마련하고 공기청정 에어컨과 미세먼지 가전의 할인행사를 연다고 6일 밝혔다.

김선혁 이마트 대형가전 팀장은 “최근 출시되는 신제품 에어컨들은 냉방기능과 더불어 미세먼지로 오염된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올인원 에어컨’들이 대부분이며 해당 제품들의 수요는 에어컨 판매 비수기인 겨울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에도 미세먼지의 기승이 반영되고 있다. 가전판매 전문점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5일 복지재단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전국 아동복지시설에 공기청정기 45대를 기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1월 자사 온라인 몰에서 진행한 신년세일의 이벤트 ‘사랑 나눔 기부천사’를 통해 고객의 주문 1건당 일정 금액을 적립해 어린이 복지시설에 기부할 공기청정기를 구매했다. 

그런가하면 미세먼지로 큰 타격을 입은 곳이 있다. 바로 외식업계다. 미세먼지 극성이니 소비자들이 아예 외식을 위해 밖으로 나오는 발길을 아예 끊었다. 자연스럽게 식당들의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창신동에서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민(60세, 가명) 사장은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3월 쯤이면 차가운 냉면을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아예 손님들이 가게를 찾지를 않는다"면서 "지난해하고 비교하면 올해 3월은 매출이 30% 정도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한탄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황민정 씨(29)는 "예전 같았으면 저녁식사는 식당에서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미세먼지 떄문에 그냥 집으로 와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라고 말했다.  황 씨 처럼 미세먼지를 피하는 직장인들의 배달음식 수요 증가는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2018년 1월의 5조3370억원에서 2019년 1월 6조8170억원으로 약 27.7% 늘어나는 것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식사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일~3일(금~일요일) 사이 음식 주문량은 약 334만건을 기록하며 직전 일주일보다 약 24만건(7.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배달 앱 ‘요기요’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 1일~3일의 배달 주문량은 미세먼지가 비교적 양호했던 지난달 8일~10일에 비해 약 2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질병관리본부 <미세먼지 대응 건강 및 질병영향 연구 기획 보고서>

미세먼지의 기승은 국민 건강에 대한 악영향,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여러가지 측면으로 분명 악재임에 틀림없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대응 건강 및 질병영향 연구기획 보고서>에서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경우, 기관지염 입원환자가 23.1%, 만성폐쇄성 폐질환 외래환자가 10.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악재로 인한 더스트포비아(미세먼지 공포)로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소비의 패턴을 바꿨고 이에 맞춰 유통업체들은 마케팅 전략들을 바꿔가며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유통업체들은 이처럼 달갑지 않은 이유로 인한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루 빨리 그만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