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에서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중에 하나가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3가지가 꼭 필요한데 하나는 엄마의 정보력, 둘째는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세 번째는 할아버지의 재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할아버지의 재력’으로 아이가 사교육을 받고 싶어 할 때 척척 돈을 내주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 이 농담을 들었을 때는 고등학생 아이가 있는 부모가 할아버지가 내주는 교육비를 받아야 하는 건가 의아했다. 그런데 아이들 교육비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 봉급에서 교육비를 제하면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할아버지를 포함한 조부모의 재력에 기대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 혹은 시간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녀들의 대학 학비를 모두 내주고 용돈까지 쥐어주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고 결혼한 맞벌이 자녀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흔하다. 반면 대학에 가면 부모 집에서 독립해서 성인으로써 자립하던 미국인들로서는 최근의 변화가 상당히 충격적인 셈이다.

▲ 이미지투데이

현재 미국의 30대들은 밀레니얼세대에 해당한다.

밀레니얼세대는 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초기 밀레니얼세대는 이미 30을 훌쩍 넘겨 40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후기 밀레니얼세대도 이미 성인이 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을 사용해서 IT에 능통하며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사회에 진출한 경우가 많아서 이전 세대에 비해서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의 일자리 등을 겪으면서 금전적 어려움을 일찍 경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밀레니얼세대들은 이전 세대인 X세대나 베이비붐세대에 비해서 동일 연령인 경우 과거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거나 저축액이 낮은 편이다.

금융서비스회사 컨트리 파이낸셜에 따르면 미국 성인 21세에서 37세까지의 밀레니얼세대 중 53%가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성인이 된 후에도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비용(41%), 장을 보고 난 후 결제(32%), 아파트 월세(40%) 등을 부모가 내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회사 TD 아메리트레이드가 실시한 밀레니얼세대이면서 부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연간 평균 약 1만1011달러를 밀레니얼세대들이 자신의 부모로부터 직접적인 금전으로 혹은 무임금 노동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의 밀레니얼세대 부모들이 자신의 부모로부터 무료 자녀 돌봄이나 집안일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8%의 사람들은 부모의 도움이 없었으면 현재의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맨해튼과 같이 사립 어린이집의 연간 학비가 3만달러(한화 3387만원)가 훌쩍 넘는 곳에서는 학비를 지급하는 수표의 10~15%가 조부모의 이름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또 맨해튼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30대의 경우 25% 이상이 부모로부터 자금을 일부 혹은 전액을 도움받는다.

다른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라서 수억원에 달하는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내야 하는 일시금인 다운페이먼트 금액만 8만~10만달러(9000만~1억1100만원)인데 이를 30대가 쉽게 현찰로 낼 수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성인이 돼서도 혹은 스스로 부모가 돼서도 부모에 의존하는 밀레니얼세대들에 혀를 끌끌 차는 기성세대도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부모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밀레니얼세대들은 중산층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부가 세습되면서 중산층 이하의 밀레니얼세대들은 더욱 어려운 삶을 겪고 있다.

부모들이 등록금을 내주는 중산층 이상과는 달리 대학만 졸업해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자금을 빚을 떠안는 데다 부모들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서 오히려 도와줘야 하니 같은 밀레니얼세대들의 간극이 벌어지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