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모빌리티 가능성을 두고 ICT 업계와 택시업계의 충돌이 여전합니다. 정부 여당이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이달 명확한 결론을 내기로 했으나 모빌리티의 초입인 카풀 이슈는 여전히 잡음만 가득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고, 쏘카와 풀러스 주요 경영진은 택시업계의 고소에 직면했습니다.

 

모빌리티 업계가 표류하며 국민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극단적인 파국도 우려됩니다. 최근 떠들썩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유총은 정부의 에듀파인 도입 등 투명한 회계 정책에 반발하며 절대다수의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고, 결국 사단법인 인가 취소라는 파국을 맞았습니다. 누군가는 '속 시원하다'는 평가를 내리겠지만 사실 썩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대승적 합의에 따른 원만한 해결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한유총은 절대악(惡)이 아니며, 그들의 목소리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합니다.

모빌리티 논란도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택시업계가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당장 택시 노동조합과 회사의 카르텔, 무리한 주장 관철 등이 이어지며 국민적 반감이 높아지면 택시업계도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면 이는 사회의 크나큰 손실입니다. 택시업계의 목소리도 분명 일리가 있고, 그들의 주장도 공론의 장에 꼭 필요합니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정주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모빌리티는 공유경제일까?
모빌리티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는 '이동하는 모든 것'을 ICT 플랫폼에 연결해 끊김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동차로 시작하지만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 등과 연결해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추구하며 생태계를 두텁게 만듭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6일 카카오 T 바이크 서비스를 출시하고 쏘카가 일레클에 투자한 행간입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비단 마이크로 모빌리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버는 버진트레일과 협력해 모빌리티의 영역에 열차까지 품어내는 대담함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모빌리티란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으면서 철저히 개인화된 경험을 담보하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필요할 때 자동차+자전거, 혹은 자동차+스쿠터+열차처럼 말입니다.

▲ 일레클 전기 자전거가 보인다. 출처=쏘카

여기서 재미있는 단면이 등장합니다. 모빌리티는 공유경제와 관련이 있을까요? 쏘카의 사례를 보면, 냉정하게 말하면 모바일 렌터카 비즈니스에 국한됩니다. VCNC의 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량도 VCNC의 것이고 기사도 VCNC의 지시를 받지요. 즉 플랫폼의 권력이 강하고 공급선을 강하게 틀어쥔 상태입니다. 친절하고 청결한 이동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만 택시업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며 플랫폼의 권력이 강하다는 점은 결국 공유경제보다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온디맨드 플랫폼은 플랫폼이 수요와 공급을 강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불러옵니다.

쏘카와 VCNC는 모빌리티 업체지만 공유경제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특히 VCNC가 공유경제 플랫폼이면 기존 택시업체도 공유경제 기업이 되는 셈이고, 모든 렌탈 비즈니스가 공유경제 기업이 되어 버립니다. 논리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거리가 멀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이들이 공유경제와 약간의 접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쏘카에 해당되는 일인데, 쏘카는 자기들이 가진 차량을 여러사람에게 렌트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며 일종의 공유 콘셉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고객들이 하나의 차량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순간 공유경제와 약간의 접점은 생깁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풀러스의 카풀, 우버의 우버 T 택시는 더욱 큰 접점이 있습니다. 이들도 역시 플랫폼 사업자의 힘이 강하지만 최소한 라이더와 탑승자의 권한에 상대적으로 큰 힘을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아주 약간, 상대적이지만 공유경제와 더 큰 스킨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도 복잡한 것이, '모빌리티 업계가 가진 약간의 접점이 진짜 공유경제인가'라는 질문과 믹면하며 시작됩니다. 사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공유경제 기업은 철저하게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지 않는 이상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모빌리티 기업들은 플랫폼 수수료라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자산을 공유해 합리적인 소비 방식을 추구하는 원래의 공유경제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을에 공동화덕이 있고 누구나 이를 돌아가며 편안히 사용하며 소비한다면 공유경제입니다만, 누군가 공동화덕을 관리하면서 사람들에게 사용료를 받는 순간 그의 힘은 강해지고 공유경제는 온디맨드로 환치됩니다. 2000년대 초반 로렌스 레식 교수가 공유경제를 재발견하며 자본주의의 부의 집중에 대한 대안으로 공유경제를 꺼내든 배경과, 플랫폼 사업자의 권력이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맞습니다. 결국 모빌리티 기업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고, 에어비앤비도 당연히 아닙니다. 이들은 사실 온디맨드 기업입니다. 이들이 최초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설명했으나 최근에는 카셰어링 등으로 표현을 바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버는 아예 온디맨드 기업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박재욱 대표와 이재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임형택 기자

미세먼지 공습, 모빌리티를 끌어내다?
모빌리티 기업이 공유경제 기업이 될 수 없는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현재 모빌리티 업계는 '아름다운 단어'인 공유경제 기업이라는 패러다임을 은연중에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상황을 보면 택시업계와의 충돌이 커지고 있어 이들을 '함께 아우른다'는 명분을 위해 상생과 화합을 주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빌리티 업계가 택시업계를 포용하며 함께 상생하자는 전략은 겉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내부에는 지독한 논리적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자산을 공유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권력이 강한 상태에서 '택시업계와의 상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택시업계는 개인택시 면허 시세가 떨어지고 있고 법인택시는 살인적인 사납금 등으로 지금도 힘듭니다. 이런 상태에서 심지어 택시회사의 주장에만 일방적으로 기사들이 노출됐는데, 누가 봐도 강력한 ICT 플랫폼인 모빌리티 업계가 "우리와 함께하면 상생할 것"이라고 구애를 보낸들 누가 가슴을 열겠습니까. 당장의 어려움이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인데다 모빌리티는 강력한 중앙 집중형 플랫폼입니다. 택시업계는 이 지점에서 극단적인 '소멸의 위기감'도 느낍니다.

다만 ICT 융합에 따른 시너지는 적용의 방식에 따라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즉 모빌리티 업체들이 일정정도 양보나 타협을 해 실질적인 제안을 한다면 택시업계도 손을 잡을 수 있기에 포기할 수 없는 유인책입니다. 결국 여기에 방점을 찍은 정교한 상생 로드맵을 발표하는 한편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후자의 경우 가장 유력하고 확실한 로드맵은 미세먼지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 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만 국내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양도 상당하고, 그 중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도 큰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나 ICT 융합 등과 관련된 설득을 기본적으로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 이슈에서 모빌리티 업계가 이슈를 선점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쏘카는 지난해 6월 소셜 임팩트 성과를 발표하며 서비스 시작 7년 만에 보유 차량 1만 대를 돌파했다고 전했습니다. 다양한 성과가 공개된 가운데 환경적 요인이 시선을 끕니다. 차량 한 대당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고려했을 때 약 15만2155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켰고, 이는 30년된 소나무 230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창출한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나무 한 그루 당 면적으로 계산했을 때 92.2㎢의 면적을 절약해 여의도의 32배 크기의 공간에 소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억제한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카풀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순기능을 발휘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발간한 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85페이지에 이와 관련된 내용도 살짝 언급이 되어 있더군요. 물론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무상카풀이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강력한 플랫폼이 주도하는 것은 서비스의 설계부터 다릅니다. 결국 서비스 지속성을 따지면 누군가 전면에 나서야 하고, 카풀의 경우 모빌리티 업계가 등장해 서비스를 시작하면 미세먼지 저감 등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소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감정의 연결에 집중한 로드맵도 현재의 모빌리티 업계에 필요합니다. 카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합의입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 활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빌리티 업계는 전략을 풍부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전략이 의외의 대승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