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넥슨 인수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월 초에는 텐센트의 인수에 많은 무게가 실렸으나 넷마블과 카카오 등 국내 IT업체들의 참전으로 ‘국내 자본’ 인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2월 27일엔 미국의 IT공룡 아마존과 컴캐스트, EA 등이 넥슨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만 이달 4일엔 넥슨 인수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과 해외 사모펀드 1곳이 선정됐으며 아마존, 컴캐스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넷마블은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기업들이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본입찰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인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김정주 대표는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NXC의 지분 전량 98.64%를 매물로 내놨다. 넥슨그룹은 NXC가 지주회사로 있고 넥슨 일본법인, 넥슨코리아, 그 외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NXC는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 47.98%를 가지고 있으며 넥슨 일본법인은 넥슨코리아의 100% 모회사다. 넥슨코리아의 자회사도 여럿이다. 넥슨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는 주요 게임업체는 네오플, 넥슨지티, 슈퍼애시드, 불리언게임즈 등이 있다. 특히 네오플은 넥슨의 핵심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이며 넥슨지티는 장수 FPS 게임 서든어택의 개발사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매각 규모를 10조원에서 많게는 15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해외의 IT 공룡 후보군들이 해당 금액으로 넥슨을 단독 인수할 여력은 있지만, 각각의 이유로 단독 인수보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로 인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수에 참여 의지를 드러낸 기업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다. 공통적으로는 넥슨이 유력 IP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 개발사이자 글로벌 게임 서비스 능력을 갖춘 퍼블리셔라는 점이 구매 의욕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넷마블과 텐센트의 경우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 만큼 가장 가시적인 시너지가 돋보인다. 넷마블은 넥슨의 인기 IP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텐센트는 넥슨과 공동으로 게임 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중국 내에서 자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의 수익 배율을 좀 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자회사로 카카오게임즈를 두고 있으며 게임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아마존과 컴캐스트 또한 매각 참여 소식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줬다. 아마존은 그간 다양한 분야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많다. 최근엔 클라우드 게임 시장 진출을 밝혔고, 아마존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유통하기도 한다. 트위치를 지난 2014년 한화 약 1조원에 사들인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컴캐스트는 최근 SK텔레콤과 e스포츠·게임 합작법인 설립하는 등 보는 게임 사업에 진출을 알렸다.

 

넥슨, 누구한테 팔려야 덕 볼까

어느 기업이 인수를 하더라도 단기간에 넥슨의 게임 사업 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향후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은 많다. 아마존의 넥슨 인수에도 시너지 기대감이 적지 않다. 넥슨의 게임이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타면 큰 파급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세대 플랫폼인 클라우드 게임 외에도 아마존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플랫폼을 통해 넥슨 게임을 서비스하면 게임 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데 좋은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아마존이 넥슨을 품으면 넥슨 입장에서도 게임 생산자로서의 역할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인수하는 경우에는 국내 게임 개발력이 더욱 중시될 것”이라면서 “게임 생산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아마존과의 시너지가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클라우드 게임의 경우 고사양 게임을 저사양 기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현재 넥슨의 인기 게임 중 고사양 게임은 특별히 없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존이 넥슨을 인수하면 클라우드 게이밍 등 차세대 기술적인 협력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직접적인 게임 서비스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넥슨의 게임은 이미 주요 국가에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서비스되고 있다”면서 “아마존과의 협업이 이루어지면 플랫폼 다변화 효과는 있겠지만 큰 시너지를 줄 수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넥슨 입장에서 인수 컨소시엄에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게 더 긍정적일 거라는 주장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애널리스트는 “컨소시엄 안에 주요 게임회사, 콘텐츠 회사, 클라우드 업체도 있는 등이 모두 있는 게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