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선도 50지수가 2월 들어 전달보다 1.5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KB부동산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전국 주요 단지들이 두드러진 매매가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거래사례가 단 몇 개에 그치면서 ‘급매물’이란 정의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구축·재건축예정 대장주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신축 아파트 선호 경향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는 다만 과거처럼 신규 단지가 주변 시세를 움직이는 양태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기준 ‘월간 선도 50’ 지수가 98.5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최고점인 11월 101.8에서 3.3포인트 하락한 수치이고, 11월 이후 연속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다. 12월 101.0으로 약 0.71포인트 하락한 이래, 1월 1.03포인트, 2월 1.51포인트 하락하면서 2012년 9월 –1.24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월간 선도 50’ 지수란 KB부동산이 매년 12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50개 단지를 선정해, 해당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환산한 지수다. 지난해 12월 선정된 시총 상위 50위 단지들에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등이 포함됐다.

KB부동산 리서치팀 관계자는 “지수가 하락한 만큼 시가총액의 변동도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특히 고가의 아파트일수록 활황기엔 상승세가 크고 둔화국면엔 하락세에 민감하다”면서 “올해는 양천구와 강남구 등 대단지의 하락폭이 거세지면서 해당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선도단지 50곳은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폭등의 서막에 해당하는 6~7월 오히려 93.4에서 93.2로 0.15포인트 하락하는 등 대다수 아파트 단지들의 가격 변동 패턴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다른 단지들의 상승기에도 둔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반면 본격적인 폭등기인 9.13 대책 전후로는 다른 단지들보다 더욱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주변 시세를 좌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단지들은 8월 94.9포인트로 1.77포인트 상승한 뒤, 9월 들어 5.43포인트 급등한 100을 기록했다.

▲ 2018년 9월 이후 은마아파트 거래 추이.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해당 단지들이 올해 들어 호가를 낮추고 드문드문 거래가 이뤄진 것이 시세 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 가격정보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94.76㎡ 가운데 12층에 위치한 한 주택은 지난해 9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 들어 10층에 위치한 한 주택이 15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약 2억8200만원 하락한 가격에 시세가 형성된 것이다.

대형평형인 107.89㎡의 경우 9월 20억원에 거래됐지만, 2월 23일 16억6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시세가 약 3억4000만원 낮아졌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입주한 단지로 재건축조합설립 인가를 추진 중이고, 대치동 학원가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거주자를 겨냥한 전세 매물과 매매 물건이 풍부한 편이다. 네이버 부동산 기준, 해당 단지는 총 4424가구에 매매물건 206건, 전세물건 379건이 나와 있는 상태다. 직방에 따르면 해당 단지의 시세는 단위면적 3.3㎡당 매매가 5036만원, 전세가 1536만원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해당 거래건이 세간에서 말하는 ‘급매물’의 조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급매물이 되기 위해선 거래 후 한 달 내 잔금 완납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거나, 충분히 하락했다는 판단 아래 매수자들의 문의가 붙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치동 T공인중개사는 “현재 전용면적 76㎡에서 최저가는 15억2000만원 정도이지만 거래가 잘 되는 것은 아니고,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빠지는 모양새”라면서 “다만 매도자들이 급한 사정 때문에 내놓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5억원 아래로 하락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107㎡ 역시 종전의 16억6000만원에서 다시금 오른 17억원 정도가 최저가라고 덧붙였다.

▲ 은마아파트 주변 T공인중개사는 몇 개의 매매가가 하락한 것은 맞지만 시세 형성으로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선도 50단지에 속하는 송파구 방이동의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역시 최근 전용면적 100.31㎡의 평형이 11월 거래가격인 16억원에서 14억2000만원까지 하락했다. 100.82㎡의 경우에는 같은 3층의 두 주택이 1월 4일 15억원에서 1월 30일 14억1500만원까지 약 85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은마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실거래된 건수가 희귀해 아직 시세로 보기에는 미지수지만, 4월로 계획된 공시가격 상승을 앞두고 매매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중개사들 사이에 있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선도 단지들의 하락률이 크면 주변 단지들 역시 시차를 두고 가격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동안 선도 단지들은 심리적으로 가격의 하한을 정해두고 저지선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후발 단지들의 하락이 끝나면 급매물도 정리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후론 보합세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 주택청약통장 가입갯수가 2257만개를 넘어서면서 신규 분양단지들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다만 최근 기존 구축단지보다 신규 분양단지의 인기가 더해지는 추세는 변수다. 갈수록 강남권역의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고, 또한 분양 후 해당단지의 시세가 주변 시세를 따라잡거나 뛰어넘으면서 ‘대장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의 개수가 2267만724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통장 1160만개, 2순위 1107만개를 더한 값이다. 지난해 9월 2231만개, 10월 2246만개, 11월 2254만개, 12월 2257만개에 이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권일 팀장은 신규 분양단지가 기존 구축 대장주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권 팀장은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가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분양권 전매거래도 전과 달리 제약이 많아졌다”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상한선을 고수하기 때문에 주변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되는 경우는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엔 신규 분양 단지가 인기를 끌고 주변을 선도하는 단지의 위상을 거머쥐면, 해당 단지의 시세에 따라 기존 강세 구축단지들도 따라오는 경향을 보였지만 현재는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Leading’(선도) 단지들이 선도를 하더라도 기존 주택 처분의 문제와 주변 단지들의 매수의도 부족이 원인이라는 의미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9.13 이후 2월을 넘어서까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분양·거래 성수기인 봄이 되면 지금보단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거래량 감소가 보여주듯 ‘갈아타기’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만큼 활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오히려 신규 분양단지에 청약을 넣는 방식으로 수요자들의 선호가 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