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COM이 상대해야 할 국내 이커머스 경쟁자들. 출처= WIT STUDIO,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신세계 이커머스의 별도 법인 SSG.COM이 지난 1일부로 정식 출범을 알렸다. 이로써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발언으로 지난 약 2년 동안 업계의 온갖 추측을 난무하게 했던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은 자체 운영 독자법인이라는 출사표로 결론이 났다. SSG.COM의 최우정 대표이사는 “성장의 고삐를 당겨 2023년 온라인 매출 10조원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커머스는 수많은 강자들이 우글대는 만화 <원피스>의 ‘신세계(New World)’와 같이 험난한 업계다. 과연 SSG.COM의 앞에는 어떤 강자들이 버티고 있을까.    

전통의 강자들

우선 SSG.COM이 이커머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상대는 기본적으로 이커머스 관련 업력 10년 이상을 자랑하는 전문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 그리고 큐레이션 쇼핑몰 G9를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1990년대에 온라인 경매 사이트로 시작한 옥션과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의 자회사로 시작해 현재는 국내 업계 점유율 1위에 올라 최강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업체로 성장한 G마켓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 출처= G마켓

물론, 최근에는 경쟁 업체들이 많아져 이베이 계열 이커머스 업체들의 업계 내 영향력도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곧 G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만 잘 지켜봐도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16년,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인지도 제고를 위해 각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며 수천억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때에도 G마켓은 홀로 플러스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안정된 사업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첨단 온라인 유통기술의 영역과 사회공헌 부문으로도 주력사업을 확장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G마켓과 업계 1,2위를 다투는 SK의 유일한 커머스 사업부문 오픈마켓 11번가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 중 하나다. 물론 2008년 사업을 시작해 이베이코리아 계열 오픈마켓이나 인터파크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계열사인 통신사(SK텔레콤)과의 연계와 더불어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감각적 프로모션 제안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11월의 온라인 할인 프로모션도 11번가가 자사의 사명(社名)을 활용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SK자회사에서 독립해 별도 법인의 운영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통신과 방송 등 플랫폼을 운영하는 계열사들과 협업이 잘 이뤄지는 것을 가정할 때 가장 잠재력이 큰 업체로도 평가되기도 한다.   

인터파크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을 인터파크를 운영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선구자다. 동시에 사내 벤처로 현재의 G마켓을 태어나게 한 회사이기도 하다. 물론 경쟁사들의 성장으로 온라인 쇼핑 영역의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공연 티켓과 여행 그리고 도서 등 문화의 부문에서 십여년 이상 절대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다.     

▲ 쿠팡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로부터 우리돈 약 2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진은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와 쿠팡 김범석 대표. 출처= 쿠팡

이슈메이커 ‘쿠팡’ 

현재 이슈메이킹 면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중 쿠팡을 따라갈 수 있는 업체는 없다. 2010년 벤처 붐이 일던 시기에 ‘소셜커머스(온라인 관계망을 활용한 다중 전자상거래)’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쿠팡은 IT에 기반한 빠른 의사결정과 여러 가지 혁신의 시도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쿠팡은 자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로켓배송’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물류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가 되면서 독보적인 입지를 만들었다. 이후 쿠팡은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업체들에게 수 조원 단위의 투자를 받으면서 소셜커머스의 꼬리표를 뗐고,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업체로 남아있다. 최근에는 해외직구, 식품 배송까지도 역량을 확장하면서 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진격의 ‘플랫폼’ 거인들 

새로 시작하는 SSG.COM에게는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 전문 이커머스 업체들만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어쩌면 장기 관점에서 전문 업체들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온라인 쇼핑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국내 최강의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다. 지난 2014년 네이버는 한 차례 온라인 쇼핑에 직접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반대로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 지난해 열린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 행사 '네이버 D-커머스데이' 출처= 네이버

이에 네이버는 중소 판매자 친화적 조건의 스몰 플랫폼들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자사의 쇼핑 역량을 시험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자사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활용한 이커머스 직접 진출을 선언하면서 전문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네이버가 무서운 것은 절대적 입지의 검색포털과 더불어 네이버 포털에 입점한 것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쇼핑 데이터를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쇼핑 검색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절한다”는 말에 한동안 힘이 실렸다. 네이버의 영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인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한동안 회자됐다. 

여기에 국내에만 4000만명의 이용자가 있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도 지난해 10월 이커머스 사업부문을 분사해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 역시 이커머스 부문에서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기 시작한 라이벌?

여기까지만이라면 좋겠지만 SSG.COM에게는 또 하나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강적이 남아있다. 바로 신세계와 국내 유통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롯데다. 롯데 역시 롯데쇼핑 이커머스라는 별도의 전담조직을 구성해 현재 업체 운영을 위한 구색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 2017년 11번가의 매각이 논의될 때 신세계와 롯데는 이커머스로 한 차례 맞붙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SSG.COM이 롯데 때문에 긴장해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최근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SSG.COM의 정식 출범을 공표한 이후, 롯데가 다시 한 번 11번가의 인수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롯데 측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놓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안 될 것도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을 방문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출처= 롯데

만약 이 ‘딜’이 성사되면 아무리 SSG.COM이 포부에 가득 찼다 하더라도 이커머스 전문 업체인 11번가가 지난 10여년 동안 쌓은 역량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롯데와 11번가가 엮이는 것은 어쩌면 SSG.COM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추세를 고려할 때 올해가 지나면 13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업체도 업계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업체가 없을 정도로 최근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SSG.COM에게는 앞서 나열한 업체들과 좋든 싫든 정면으로 대결해야 자신들이 목표로 한 2019년 연 매출 3조1000억원, 2023년 매출 10조원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전폭적 지지가 있어 ‘잘 버텨내기만 한다면’ 충분한 승산은 있지만, 그렇게 안심을 하기에는 강력한 상대들이 너무 많다. 

과연 올해 매출 목표는 SSG.COM은 앞으로 펼쳐질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온라인 ‘유통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