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빅이슈어’로 꼽히는 LG화학이 공모 조달에 나선다. 전지 부문 호조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안정적 현금흐름 창출 등에 힘입어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최종 청약과 발행 등 ‘규모’에 집중하고 있다. 석유화학업 다운사이클 우려의 ‘무풍지대’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5일 총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는 3년물(1000억원), 5년물(2000억원), 7년물(1000억원), 10년물(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대비 각각 –0.15~+0.15%포인트로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 LG화학 부문별 매출액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LG화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직전년대비 9.7% 증가한 28조183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3% 줄어든 2조246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기초소재부문에서 제품과 원재료 가격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된 탓이다. 정보전자소재와 재료 사업은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시장 악화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신성장 동력인 전지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288억원에서 209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타 사업부문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매출액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 LG화학 부문별 영업이익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LG화학은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신설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여수 NCC(나프타 분해시설)와 LLDPE(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시설 확장에 쓰인다. 기초소재 부문에서 자급률과 원가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셈이다. 관련 제품과 원재료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충격 상쇄를 통해 실적에 일조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보여준 LG화학

석유화학 업계는 슈퍼사이클을 뒤로하고 다운사이클로의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LG화학의 기초소재 부문 실적 부진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LG화학의 강점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전지부문과 함께 수처리사업과 생명과학 등이 차세대 먹거리다.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 부문은 전체 매출액의 60%를 넘는다. 지난 2015년 70%를 상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점차 그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여타 부문의 성장이 지속되면 실적 호조는 물론 석유화학 사이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최근 독일의 한 매체는 LG화학이 폭스바겐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합작공작(JV)을 막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G화학 해당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배터리 공급자 우위 시장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해프닝이자 신빙성도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를 놓고 보면 향후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파워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장 무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LG화학 차입금 현황 [출처:한국신용평가]

LG화학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차입금 규모(연결기준)는 지난 2015년 2조658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조2998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1.8%에서 64.7%로 증가했다. 올해도 총 6조원이 넘는 투자가 계획돼 있어 차입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현금흐름창출 규모가 확대되고 차입만기 구조가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 신사업 진출 시 초기 투자규모가 급격히 늘고 이후 수익성을 점차 확보한다. 가격경쟁력 등도 선제적으로 구축하면서 이익 기여도는 높아진다.

IB관계자는 “수요예측 흥행 여부보다는 청약 규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우량채 수요가 많아 지난해에 이어 단일 회차 기준 2조원을 재차 상회할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타 석유화학 기업 대비 사업 다각화가 잘 돼 있어 금리도 밴드 하단이 유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