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도 타인에게도 모두 결과만을 바라본다. 심지어 이런 방향의 측정 및 평가는 조직 전반을 타고 사회 모두에게 퍼져나가 있다.

그렇게 모두들 실적에 목을 매고 있다. 그 결과의 중요한 건널목이 될 방법이나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결과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 각자가 나름의 지키고 싶은 가치와 그 가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 과정이 곧 좋은 결과 또는 원하는 성과(실적)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게 조직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산산조각이 난다. 옆 자리 어느 누구도 그 ‘합리적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현실 속 여러 장애물을 경험하면 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그 단단함은 다른 측면으로 형성된다. 나 혼자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대세를 따라서, 나 또한 그들과 비슷하게 가는 것을 택한다. 분명 내가 봤던 결과 중심적으로 일했던 이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그게 이어져 소위 말해 좋은 자리로 가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심지어 그들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일시적으로 자괴감이 드는 일들, 그 속의 여러 사람들을 겪으며, 나도 그런 사람들이 되기로 택하지 않았지만 결국 나도 그런 사람이 된다.

그런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소위 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것이라고 여긴다.

이유는 딱 하나다. 그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 만들기는 했지만 그 ‘판’을 만드는 것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하면 남지 않았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저 다른 사람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정도 얹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내 것’을 갖고, 온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이를 위해 일을 어떻게 다루고, 크게 키워야 하는지를 배웠던 것이다.

직장 생활 속의 ‘일’이란 그렇다. 분명 내 역할과 책임이 어느 정도 명시되어 있지만, 아무 것도 뚜렷한 것은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 및 환경에 맞춰서 이를 조직 및 개인이 원하는 상태로 이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대신 그 결과는 개인이 가져갈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지만 그 실적은 그 당시 내 노력에 의한 산물은 맞지만 회사의 기여도가 더 크다. 회사의 도움 없이, 기존의 회사가 가지고 있던 레퍼런스 없이는 내기 어려웠던 결과임에 틀림없다.

생각해보자. 내가 다녔던 회사, 당시 시장 상황 등 통제 불가능한 여러 가지 중에 도움이 되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그 모든 것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말이다.

회사가 제공한 여러 인프라를 잘 운용해 그 결과로서 낸 실적이다. 거기서 자신이 낸 성과는 철저하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그 모든 것이 ‘내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그리고 더욱 안타깝게도 그런 그들의 무능력함에 대한 시작이 조직을 나와서부터라는 것을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언가 ‘관리’하는 것뿐인데, 그 관리의 대상도 그만한 자격도, 권한도, 위치도 아니라면 스스로 무능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롭게 무언가 시작하려고 해도, 이미 이전에 했던 일에 만연되어 있어 그조차도 쉽지 않다. 그래서 평소에 일을 대하는 태도와 모습에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그만큼 중요하다.

과정상의 내가 일구고 했던 부분까지 과연 어떻게 할 것이고, 무엇에 의해 이런 것을 만들고 실제 조직 및 개인의 성과에 기여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같은 결과를 위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전과 유사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자신의 결과가 무엇 때문에 나왔고, 그 결과로 인해 어떤 영향과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당 분야의 실력 있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진짜 실력이란 바로 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그 과정상의 중요함이 결과에 의해 뒷전이 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과정 자체의 변화를 통해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거나, 이전보다 더욱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한 공(供)까지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래서 ‘직장에 매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 직장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든 여러 가지 결과는 혼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나와서 얻는 것이라고는 몇 줄의 경력기술서에 적힌 내용과 일을 하면서 생긴 인맥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언제 나에게 도움이 되거나, 실질적으로 다음 행보를 가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 결과를 만드는 데 밟아간 과정상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던 동료들과 함께 얻은 내 안의 인사이트뿐이다.

그래서 네트워크는 둘째 치더라도 일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일을 통해 얻은 경험치를 그저 썩히지 말고 일정한 형식에 의해 정리하면, 나중에 유사한 일을 하거나 그 일을 통해 다른 일을 기획하거나 할 때 써먹기 용이하다.

그래서 당장의 결과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실력 키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진짜 실력은 내가 밟았던 결과에 대해 여러 경로를 제시하고, 다른 과정으로도 유사한 결과를 냈을 때 가능해진다.

물론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다루는 비즈니스는 늘 불확실성 투성이라서,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위해서 내리는 지시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하고 또한 받는 것처럼 진짜 일/못/남이 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이는 ‘화려한 실적’을 가질 수는 있어도 이를 재현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회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개인이 만든 진짜 성과는 허울 없이 엄청나게 확장된 실적을 뛰어넘는다. 그게 실력 중심의 세상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그 실력에 의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심각할 정도로 ‘일의 결과’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일을 처음부터 접했고, 그렇게 배웠기에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일을 잘못 배우고 있을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일이란 단순히 ‘일’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