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이번에 그 제품은 왜 매출이 형편없지? 영업대책을 내어 봐?” 사장님의 질문이다.
“?”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네! 내일 아침에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던 영업팀장이 답을 못해 어정쩡한 표정으로 있다.

“왜? 김부장! 할 얘기가 있어?”

그러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한다

“네, 사장님!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영업직원들의 말을 들으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영업만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 재고관리, 제품개선, 가격정책, 대리점관리, 직원교육 등의 문제들이 엮어져 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해결책을 찾는 회의를 해도 어렵더라는 말도 덧붙인다.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팀장 10여명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 보았다.

대개가 ‘자기 팀의 문제는 인정하나, 다른 팀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며 쉽게 해결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금의 팀장들이나 직원들이 제대로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해가는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

기업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작은 문제 하나도 회사의 모든 업무기능들이 종횡으로 엮어져 있어 그 주제 하나를 가지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이제는 기본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그룹토론이라는 면접방식이 도입이 되었다. 워낙 생소한 방식이라 면접관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필자도 25년여전에 대우무역(지금의 포스코대우  - 종합상사)의 인사과장 시절에 도입하였다. 면접대상자를 10여명으로 나누며 300여명 전원을 혼자서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대학 때 전공에서 배워 적이 있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면접 최고의 진검승부 - 그룹토론면접]

면접은 크게 인성면접, 프레젠테이션면접, 그룹토론면접으로 나뉘어진다.

나름대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인성면접은 둘이 만나서 대화(DIALOGUE)하는 방식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면접이다. 쌍방이 비슷한 비중의 대화를 전제로 하나 실제는 면접관의 일방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다 보니 면접자 스스로는 잘하고 못하고를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면접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편한 마음으로 마치고 나오기가 쉽상이다.

프레젠테이션면접은 면접자가 일방적으로 발표한다. 물론 보완 질문도 있겠지만 그 답변을 따지기 보다는 주로 면접자의 보완 답변을 들어주는 시간이다. 마치고 나올 때는 인성면접과 비슷한 마음이다.

그러나, 토론면접은 사뭇 다르다. 나의 말에 상대가 반기를 드는 구조이다. 그러면, 나도 또다른 논리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게 주고 받으며 시간이 간다. 형식을 갖추고 이런 일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주제’도 즉석에서 주며 찬반 입장도 실제 내 생각과 정반대편에 강제로 세우기도 한다.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래서 가장 어려운 면접이라고 한다.

 

[토론(討論)이 아니라 토의(討議)다]

여러 명이 모여서 한 주제로 주고받는 대화에는 크게 토론(討論)과 토의(討議)가 있다. ‘서로 논쟁하는 것’과 ‘서로 의논하는 차이’라고 하며 한자로 풀어보지만 선뜻 그 뜻이 와 닿질 않는다.

영어 단어로 풀어보자. 토론은 ‘DEBATE’라고 한다. BATTLE이라는 단어와 같은 어원이다. ‘싸운다. 다툰다(쟁:爭)’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 주제 하나를 두고 이기고 지는 것으로 ‘의회식토론’이라고 한다. 중간지대는 배제하며 반드시 승부를 낸다.

반면, 토의는’ DISCUSS’이다. ‘CUSS, CUSE’는 ‘놈,녀석,저주,비난,힐난’의 뜻이다. 강조를 하면 ACCUSE라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 앞에 ‘반대(against)’를 뜻하는 ‘DIS-‘가 붙었다. 비난하지 말고, 다투지 말라는 뜻이다. 해결을 전제로 하며, 절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제 그룹토론면접, GD(Group Discussion)면접이라고 방식을 기업이 도입한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는 토의와 토론이 구분이 안되게 사용하다 보면 자칫 의회식토론으로 방송에 가끔 보게되는 ‘심야토론’,’100분토론’식의 방식을 염두에 두고 면접을 준비하다가는 큰 낭패를 당한다.

이런 의미와 취지를 기업의 인사관계자들도 잘 이해를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일부중에는 이 면접을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제, 면접관, 면접점수 부여 등의 취지와 진행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룹토의면접은 내용보다 ‘태도’와 자신감’이다]

이제 이 면접의 진행방법, 주제선정, 대화참여 방법, 체크포인트, 사회자 선정 및 역할과 방법 등 제법 다양한 이슈가 나오게 된다.

총 3회에 걸쳐서 이 토론면접에 대해 글을 써나간다.

면접 참가 인원은 보통 8-9명 정도를 한 팀으로 설계를 한다. 1명 사회자, 4명 찬성, 4명 반대로 강제 배정을 한다. 본인 입장과는 무관하다. 그 이유는 한 주제를 주며 찬반을 택하라고 하면 쏠림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하다 보면 본인의 생각과는 다른 방침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난한 경우, 한 번 입장을 바꿔서 진행을 시키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 진행을 면접관은 지켜만 보며 점수를 매긴다.

토의 주제는 면접 장소에서 혹은 10-20분 전에 주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시사성이 있으며 기본지식 없이 상식만으로도 참여가능한 것을 선정한다.

시간은 전체적인 면접 일정을 감안해서 배정을 하며, 9명기준 보통 20-25분 정도가 주어진다. 한 사람당 2분-3분인 셈이다. 한 번 대화 참여시 30초정도를 쓴다고 감안하면 4회 정도 대화에 참여하면 평균 수준이 되는 것이다.

1회차 분을 마감하며 한가지 강조하고자 한다.

이 집단토의역량은 취준생이나 직장인 입장에서 과장, 차장, 임원으로 성장하는 측면에서 혹은 민주시민으로 커나가려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자질이다. 집안에서 가족회의를 하는 시간에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배울 곳도 제대로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