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평소 사람들을 만날 때면 호기롭게 밥값도 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호의를 베풀기도 하는데, 정작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 짝이 없을 때가 있다. 상남자 스타일로 배포도 크고 주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부탁도 스스럼 없이 챙겨서 통이 커 보이는 사람도 조직 내에서는 쫌팽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외부에서는 사람들이 좀 실없어 보인다면서 그리 높이 평하지도 않고 옷차림이나 행동거지에 있어서도 막 돼 먹은 사람으로 보이는데도 내부에서는 귀하게 존중 받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인기를 끌게 된 회사가 있었다. 2013년도에 설립하여 여덟 번에 걸쳐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그다지 성공이라 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아홉 번째의 애플리케이션이 대박이 나면서 전 직원에 대해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연봉을 50%씩 인상해주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새로 들어오는 신입사원들도 인상된 기준으로 연봉을 받게 된단다.

이를 두고 혹자는 그 기업의 전체 가치가 어느 수준이고, 주식수가 어느 정도이고 보유해야 하는 기간을 거쳐서 상승된 가치로 나누어 본 결과 스톡옵션이 1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계산도 내놨지만,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금액 수준이 얼마인지를 떠나서 그야말로 통 큰 결심을 한 것만은 분명하며, 그런 결심은 웬만한 경영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많은 경영자들이 약속을 한다. ‘회사가 잘 돼서 성장하고 수익이 많이 나면 고생한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겠다.’ 그런데 매출이 몇 배로 뛰고 계열사 수가 수십 개가 되어 일은 정신 없는데, 고생한 임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늘기는커녕, 새로이 벌어지는 리스크 상황에 구박만 받는 사례도 많다. 고생한 임직원들이 성장이나 혜택은커녕 고생만 하다가 나가 떨어지고, 대신에 소위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는 낙하산이 고액 연봉자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 아니면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나 임원들이 알고 보면 오너의 친인척이나 중고시절 동창생들로 메꿔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꼴이다.

직장을 몇 번 옮기면서 출근 초기에 기업의 이모저모를 살피게 된다. 이미 출근 전부터 회사가 지향해오던 다양한 시도를 접했고, 다년간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서의 촉을 발동시킨 결과 회사는 상당한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경영진들의 열정과 포부도 마음에 들어서 함께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입사 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곤 했다.

그건 회사를 오래 다닌 고참 선배들의 몇 마디면 증언이 되고도 남았다. 십 년이 훨씬 넘는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약속을 보는 사람들마다 남발을 하고 있지만 약속을 지키는 경우를 보지는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니면 초기엔 약속도 하고 실행도 하는 척 했지만 어느 틈엔가 약속을 하지 않기 위해 직원들과 대면하는 일도 꺼려한다는 것이었다.

 

역발산기개세 쫌팽이 VS. 시정잡배 상남자

초한지는 몰라도 초나라와 한나라 간의 싸움을 게임에 접목시킨 장기는 웬만한 사람들이 다 잘 안다. 항우와 유방에 얽힌 역사 이야기는 잘 몰라도, 변검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서 창과 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연을 본 사람은 많다. 춘추시대를 거쳐 전국시대에 들어와서는 중국 최초로 통일제국을 세운 진나라가 겨우 2대만에 허무하게 무너진 뒤 강성한 초나라인을 대표한 항우와 이에 맞서는 유방의 오랜 싸움 끝에 결국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게 된다.

항우와 유방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엇갈린다. 무인의 가문에서 태어난 항우와 시정잡배와 같았던 유방이 서로 세력을 뺏고 빼앗기며 물고 물리는 싸움 끝에 유방이 성공은 했다. 항우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 해서 산을 뽑아 내는 힘과 세상을 뒤덮을 기운을 가진 사나이 중의 사나이로 통했지만 마지막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림으로써 패전을 택했다. 반면 부랑자처럼 술과 여자를 좋아하던 유방은 운 좋게도 천하를 움켜쥐었지만 그 뒤로도 겉으로 보였던 그의 말과 행동은 세인들의 입방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진나라가 망한 이후 항우는 당시 가장 세력이 컸던 초나라 군사를 거느렸지만, 유방은 여기 저기서 주워 모은 오합지졸이 전부였다. 승패의 비밀을 알고 보면 사실, 통이 큰 듯 보이는 항우는 쪼잔하기 그지 없었고, 건달 수준이었던 유방은 인재를 잘 썼다는 데 있다. 항우는 다치거나 병이 난 장병들을 보면 음식과 약을 주고 정성껏 보살폈다. 전장에서는 항상 제일 선두에 서서 적진으로 돌격했기에 전장의 영웅으로 불리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공을 세운 장병들에게 상을 줄 때가 되면 관인을 꼭 쥐고 만지작거리다가 그 모서리가 둥글게 닳은 뒤에야 아까워하며 내주곤 했다. 쩨쩨하기 그지없었다. 쩨쩨한 사람은 도량이 좁다. 그래서 역이기는 “남의 공은 기억하지 않으면서 남의 죄는 잊는 법이 없고, 누가 전투에서 이겨도 상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데 누가 기꺼이 따를까? 그래서 필부의 용기를 뽐내는 자는 반드시 부녀자의 어짊을 행하기 마련이라는 평을 받았다.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건 통 크게, 나가는 건 쩨쩨하게

유방은 달랐다. 그의 측근들을 보면 장량은 귀족, 진평은 가난한 서생, 소하는 아전, 한신은 부랑자, 번쾌는 개백정, 관영은 포목상, 누경은 수레꾼, 팽월은 강도, 주발은 악사였다. 하지만 이들을 차별 없이 대하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게 했다. 유방 자신부터 본래는 불량배였지만 불량배 중의 영웅이었고, 이러한 무리의 리더였다. 그는 정책을 결정하고 사람을 쓰는 데 능했으며, 일단 인재를 쓰면 충분히 밀어주고 포상을 아끼지 않았다. 진평은 이를 두고 “항우는 예의 바르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유방은 무례하고 저속합니다. 그러나 항우는 인색하고 옹졸한데 유방은 씀씀이가 대범합니다. 그래서 다들 한나라 진영으로 오는 겁니다.” 유방이 항우보다 나은 것은 딱 한가지 ‘얻은 것을 나눌 줄을 알았다’는 것이다.

한해 결산을 하고 배당을 발표하는 회사들이 많다. 실적이 기대한 이상으로 좋아서 배당을 결정하는 회사도 있는가 하면 딱히 배당까지 할만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공시한 회사들도 있다. 사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 배당금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사람은 응당 그 배당을 결정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배당금 받는 것을 좋아한다.

쩨쩨한 사람은 도량이 좁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어떤 사업을 하든 간에 필패다. 아끼고 절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통 크게 결정하면서, 반대로 주머니에서 한 푼이라도 나갈라치면 안면을 싹 바꾸는 사람이 있다.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를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고, 자기 개인적인 잇속에 따라 경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 한 지인이 운영하는 큰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바쁜 식사 시간대가 끝났기에 모임의 멤버중의 한 사람이었던 식당 사장도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갈수록 재료비가 오르지만 최대한 음식값을 올리지 않고 양질의 재료를 선택하기가 힘들다’며 거기다 ‘일 잘하는 사람들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데려다가 일 가르쳐 놓으면 월급 올려달라고 한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마치 일을 가르쳐 준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야 되는데, 다른 식당은 얼마 받는다는 걸 알고는 맞춰달란다는 것이다.

‘맞춰 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사장의 막내 딸인 듯 보이는 꼬맹이가 책가방을 메고 가게로 들어왔다. 그러자 ‘맛있는 거 뭐 해줄까?’하며 반기던 사장이 ‘별로 배 안 고파’라는 딸래미의 대답에 ‘그럼 만원짜리 몇 장 가져가서 편의점 가서 먹고 싶은 거 사먹어’라며 보지도 않고 돈 통에서 집히는 대로 꺼내줬다. 직원들의 인건비는 시간당 몇 백 원 올리는 것도 투덜대면서 자기 애들 간식비로는 하루에 몇 만원도 아깝지 않은 듯 보였다.

의외로 대범한 듯 보이고 학식과 예의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알고 보면 쫌팽이처럼 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술과 여자 좋아하고 불량스럽고 출신이 비루한 사람은 평소에는 평가절하 받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따르고 성공하는 케이스가 있다. The more you share, the more you receive. 나눌수록 더 많이 돌아오게 된다는 셰어리즘(Sharism)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