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역사 전경. 사진=서대문구청 제공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박정훈 기자] 구조조정 기업의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사세를 확장한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이번엔 법정관리 중인 신촌민자역사(신촌역사, 법정관리인 김광준)의 M&A 입찰에 뛰어들었다. 덩달아 IB업계도 신촌역사의 가치분석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4일 구조조정 업계와 유통 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이 신촌역사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입찰에서 조건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스토킹 호스는 기업을 매각하기 전 인수자(예비인수인)를 내정하고서 다시 공개 매각절차를 통한 경쟁입찰로 전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인수자를 찾는 회생절차 M&A 방식이다. 사냥꾼이 몸을 숨기고 사냥감에 접근하는 위장 말에서 뜻이 유래됐다. SM그룹이 신촌역사 M&A 인수를 위해 위장 말을 탄 셈이다.

SM그룹은 비공개로 예비인수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메가박스와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박스는 현재 신촌역사의 5층과 6층을 임차해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SM그룹이 예비 인수인으로 최종적으로 본계약을 체결하면 곧 공개매각 절차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신촌역사의 인수대금과 관련해 SM그룹은 140억원과 150억원 사이에서 입찰가를 제안했다. 이번 M&A의 주요 대상은 신촌역사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해 갖는 향후 17년간 사용 가능한 건물의 사용권이다. 민자역사 사업자는 역사와 결합된 상업시설을 세운 뒤 정부에 기부채납하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 

업계는 SM그룹이 인수대금으로 150억원에 근접한 금액을 제시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신촌역사의 채무 규모와 관련됐다. 신촌역사가 인정한 채무 규모만큼 SM그룹이 인수가액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신촌역사의 관리인은 채권자들이 신고한 채권 465억원 중 158억원만 채권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307억원은 “신촌역사의 채무가 아니”라며 부정했다. 전체 채권의 약 66%가 관리인으로부터 부정된 셈이다. 

신촌역사 관리인이 향후 수립할 신촌역사 M&A 회생계획안은 회생법원이 인정한 채권자만이 동의권한을 갖는다. 회생계획안은 담보채권액의 75%에 해당하는 채권자와 일반채권액의 66%에 해당하는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법원이 최종 승인한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향후 회생법원이 관리인이 인정한 158억원의 채권만을 진정한 채권으로 확정할 경우 이들만이 의결권을 갖는다”며 “SM그룹이 이들의 채무를 상환하면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채무규모로 약 150억원대의 인수대금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SM그룹 우오현 호장. 사진=SM그룹 제공

◇ IB업계도 주목...치열한 인수전 될 듯

신촌역사에 대한 스토킹 호스절차가 급물살을 타면서 투자은행(IB)업계도 신촌역사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이 대주주로 있는 신촌역사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제재로 상권이 쇠락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임차인들 사이에 복잡한 권리관계와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도 한몫을 담당했다. 

관심 밖에 있던 신촌역사는 전병탁 전 대표이사의 주도로 시티면세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시티면세점은 코스닥 기업 JTC(Japan Tourism Corporation, 회장 구철모)의 자회사인 케이박스(K-BOX, 대표 김지영)으로부터 189억원을 투자받아 면세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신촌역사의 면세점 유치로 지역상권이 회복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신촌역사 인수전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입찰 경쟁자들이 향후 공개매각절차에서 SM그룹의 인수재원의 부족을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SM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삼라마이더스의 실적은 최근 들어 하향추세다. 회사의 2017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이 88억원으로 전년인 121억원보다 감소했다. 삼라마이더스는 올해 들어서만 계열사에 230억원을 차입했다. 또 대한해운과 대한상선 등 SM그룹의 계열사들도 최근 장래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형국이다.

향후 공개입찰 과정에서 SM그룹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인수의향자가 나타날 경우 SM그룹은 해지보상금(break-up fee)를 받고 입찰에서 벗어난다. SM그룹이 이 같은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인수의향자에게 해약보상금(topping fee)를 지급하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촌역사의 회생절차가 불필요하게 복잡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신촌역사가 임대차 분쟁과 명도소송 중인 티알글로벌과 원만히 합의하면 신속한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촌역사의 회생절차에 관여했던 구조조정업계 한 관계자는 “신촌역사 회생절차 초기부터 티알글로벌이 신촌역사에 14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고 재원조달의 경로도 소명했으나 주주인 코레일을 주축으로 이 제안을 거절했다”며 “티알글로벌이 계약 이행을 하면 현재 티알글로벌과 입점계약을 한 상인들도 신촌역사에 둥지를 틀고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신촌역사는...

지난 1920년에 만들어진 신촌역사는 경의선 신촌역을 현대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회사의 설립 자본금 51억원이고 코레일과 대우건설이 주요 주주다. 건물은 지하 2층에서 지상 6층에 연면적 3만㎡ 규모다. 

회사는 2006년 개장한 뒤 분양사업자인 성창에프엔디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성창이 과장광고 등으로 점포상인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이 발생했다. 성창이 임대료를 체납하면서 장기간 건물명도소송과 점포상인들의 유치권 행사로 회사는 수년간 매장 없이 운영됐다. 

지난 2016년 티알글로벌이 탑시티면세점과 함께 복잡한 권리관계를 무릅쓰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나 세무서의 압류로 계약이 무산됐다. 티알글로벌은 신촌역사의 임차관계에 있는 회사로, 탑시티면세점의 입점을 위해 신촌역사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다.

2014년 62억9400만원이던 회사의 매출은 2015년 14억7000만원, 2016년 14억7000만원, 2017년 16억2900만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신촌역사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청산가치는 2억9000만원이고 계속기업가치는 임대사업이 정상화 될 경우 91억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6월 신촌역사의 대여금채권자와 상거래채권자, 공익채권자 등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 이어 1·2대 주주인 코레일과 대우건설도 회생을 중복 신청했다.

신촌역사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세종(조용준 변호사외 4명)이다. 한편 법무법인 양재(김주현 변호사), 변호사 오창국, 법무법인 한결(곽소현 변호사외 6명), 법무법인 오른(임차인 티알글로벌, 배형순 변호사)등이 채권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법원은 이번 스토킹 호스의 매각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