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을 둘러싼 인수전이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넷마블과 카카오 등 몇몇 컨소시엄 중심으로 전개되던 넥슨 인수전이 별안간 아마존과 일렉트로닉아츠(EA)의 등장으로 확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월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EA는 넥슨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전략을 가동하면서 클라우드 중심의 ICT 플랫폼 전체에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원할 수 있는 자본도 풍부한데다 클라우드 기반 게임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 개연성이 높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마존은 게임 중계 플랫폼인 트위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사도 인수한 바 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영역에서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운용하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기반 게임 전략을 통해 스트리밍 시장 전체의 강자로 부상, ICT 플랫폼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넥슨은 ‘괜찮은 선택’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EA는 피파온라인 등 다양한 게임 비즈니스에서 넥슨과 협력하는 등 인연이 깊습니다. 넥슨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넥슨 인수전이 아마존과 EA의 참전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가운데,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장밋빛 전망을 펼치고 있습니다. 넥슨과 아마존의 시너지는 물론 이를 통해 파생될 수 있는 ICT 플랫폼의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넥슨과 EA의 만남에도 비슷한 흐름이 엿보입니다.

의미있는 분석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텐센트의 사례를 들며 ‘묘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넥슨 사옥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넥슨이 매물로 나온 직후 중국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 언론과 업계의 분위기는 ‘우려’였습니다. 넥슨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면 일종의 국부유출이 벌어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일각에서는 중국 발 게임 거인의 공습에 한국 게임업계는 초토화될 것이라는 공포감도 감지됐습니다. 카카오의 주요주주 가운데 텐센트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과, 넷마블과 텐센트의 ‘깊은 관계’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넥슨이 아마존에 인수되어도 국부유출이 되며, 글로벌 시장과의 시너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텐센트에 인수되어도 보기에 따라 국부유출이 되기도, 텐센트가 맹위를 떨치는 글로벌 시장과의 시너지를 주목할 수 있습니다. 사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데, 우리는 왜 극명한 두 개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내부의 오만함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가 선망하는 대상이고, 중국은 아직 우리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레벨'이라는 오만함 말입니다. 아직 우리에게 미치지 못하는 중국이 감히?

사실 텐센트와 아마존을 두고 어떤 해석을 시도하든 크게 문제될 것도,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우스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과 시각의 기저에 아직도 중국이 '우리의 아래'라는 프레임이 살아있다면, 단언하건데 이는 오만함이자 망상입니다. 중국의 ICT 기술력은 이미 우리를 뛰어넘었고, 앞으로 그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국이 우리의 뒤를 거의 추격했기 때문에 위기감이 있고, 그 위기감에 따라 텐센트의 넥슨 인수 가능성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여전히 '중국은 우리의 아래'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국부유출로 보든, 시너지로 보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입니다. 최근 이러한 분위기가 많이 희석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