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다닐 때에 비하면, 요즘 애들 키 정말 큰 거야”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실제 부모 연령층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의 평균 키가 큰 것은 물론, 성장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평균치로 접근하면 실제는 다르다. 성장이 두드러지는 아이들은 눈에 띄게 큰 키로 성장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10년 전에 비해 키 성장은 정체되어 있고 오히려 비만율이 높아졌다.

아이들의 키 성장을 위해 보약을 문의하는 부모님들께도 당부 드리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무작정 키를 키우는 것보다, 아이의 비만 위험도를 측정해 비만을 예방 하는 것이 먼저다. 비만은 2차성장을 나이보다 빠르게 촉진해 오히려 키 성장을 저해하는 성 조숙증 등의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건강하게 질병 걱정 없이, 본인이 클 수 있는 최대치의 키를 끌어내는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중학생 1.2cm 더 컸지만, 비만은 15% 증가

실제 최근 교육부가 전국 764개 학교에서 8만4000여명의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표본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아이들의 키 성장은 되려 정체 되고, 비만율만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서는 10년전과 비교했을 때 초등학생이 2.3cm, 중학생이 1.2cm 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등학생은 정체되어 있었다. 예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이 참 크다고 느끼지만, 막상 평균치를 비교해보면 체감 보다 큰 차이는 없는 것이다.

해당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의 평균 키와 몸무게의 경우 남학생은 151.4cm 46.6kg, 여학생은 151.9cm에 45.2kg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큰 차이가 없다. 본격 2차성장이 시작되는 중학교 3학년의 경우 평균 키와 몸무게는 남학생은 169.7cm 62.3kg, 여학생은 159.8cm에 54.4kg이며, 고등학교 3학년은 남학생 173.5cm 69.4kg, 여학생은 160.9cm에 57.1kg로 나타났다.

반면 비만율은 증가했다. 국내 초중고 학생 평균 비만율은 지난 2006년 11.6%에서 2015년 15.6%로 늘어났다. 환경이 변하면서 달라진 성장패턴으로 인해 키 성장은 정체 되고, 체중은 증가 된 것이다.

체지방 늘어날수록 성정판 빨리 닫힌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보다 키와 체중이 크면 막연히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발육이 빠르다고 해서 성장이 완료된 후에도 큰 키를 갖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은 금물이다.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돼야 하지만 실제 진료해보면 ‘성조숙증’으로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나타나는 증상인 경우도 빈번하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사춘기는 10세 경 유방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아는 12세 경에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된다. 구체적 증상으로는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2차성장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여아에서 남아에 비해 5~10배 많으며, 2차성장의 조기 발현과 함께 빠른 골 성숙으로 인해 최종 성인 키의 감소, 심리사회적 문제나 행동 문제 등이 동반 될 수 있다. 원인으로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난소의 종양 같이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 포함되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이때 비만과 성조숙증의 관계는 밀접하다. 체지방이 많아지면 신장 옆에 있는 부신을 자극해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효소가 늘어나는데 이때, 성조숙증을 유발해 뼈의 성장판도 빨리 닫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5~8살 사이의 여자 아이가 비만일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고, 남자아이도 체지방이 많으면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조숙증 뿐 아니라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며 각종 성인병 노출도를 높인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달리 지방세포 숫자가 증가하고, 일단 늘어나면 잘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성인 비만으로 쉽게 이어진다.

또,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 고혈압과 같은 각종 성인 합병증도 일찍 생기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허리둘레가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나간다면 성인이 됐을 때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최대 30배까지 증가해 일찍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