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서울지역 주요 단지 청약 경쟁률 추이.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청약시장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북 지역의 흥행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저평가 받아온 서대문구 홍제동과 노원구 공릉동에서 분양한 단지들이 모두 1순위 해당지역에서 청약을 마감하면서 재평가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26일 청약접수를 마감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11.14:1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물량 263가구에 2930명이 몰린 결과다. 더구나 모든 평형이 1순위 해당지역에서 마감돼 서울 강북지역의 높은 잠재수요를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청약 환경인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최근 신규 분양단지들이 맥을 못 추는 가운데 나온 결과로, 향후 서울 지역 청약시장의 가늠쇠로 기능할 전망이다.

101가구로 가장 공급량이 많은 84.95㎡B 형의 경우 626명의 1순위 당해지역 신청자가 모였고, 경쟁률 6.20:1로 마감됐다. 39.38㎡은 7가구 모집에 400명이 모이면서 57.14: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분양가가 높은 114㎡A형은 청약경쟁률 7:1로 양호한 마감을 보였다. 당초 고층 대형평형 기준 10억500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의 기준점인 9억원을 초과해 미분양 리스크가 우려됐지만 총 22가구라는 적은 공급량, 홍제동 등 해당지역의 높은 잠재수요가 뒷받침하면서 우려는 해소됐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분양 관계자는 “주변 시세보다는 낮은 분양가, 탄탄한 실거주 수요자들, 지역 원주민들의 높은 청약 희망과 낮은 하락 가능성이 선방의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분양가의 경우, 청약희망자 비율이 높은 지역주민들에게 그 지역 시세와 비교해 높지 않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또한 서울 지역에서 분양가 이하로 시세가 떨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아파트 시장의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프리미엄 ‘버블’이 낀 강남의 특수성에 국한된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강남은 전국에서 진입하려는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 하는 형국이지만, 저평가된 강북은 수요-공급 법칙이 그런대로 균형을 맞춰가면서 잠재 수요를 안고 있다”면서 “시장조사 결과 홍제동 등 해당지역 원주민들의 잔류 의지가 강하고,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매년 1회에 불과하다보니 선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이 빚어진 대형평형의 경우 “경희궁 자이의 84㎡형 아파트가 약 13억원에 이를 정도로 이미 시세가 높기 때문에, 주민들이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분양가를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뚜렷하진 않지만 견고한 주변 시세가 고분양가의 불안 요인을 경감한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 27일 청약을 마감한 태릉 해링턴플레이스 역시 같은 양상을 보였다. 전체 327가구 물량에 4048명의 1순위 통장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2.38:1으로 청약을 마감했다. 해당 단지는 평형별 대표 분양가가 3억300만원에서 최대 약 6억7000만원에 설정됐다. 이 때문에 모든 평형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점이 선방의 이유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가장 많은 공급량의 74.95㎡A형은 138가구에 1188명이 몰렸고, 평균 8.61: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대 평형인 84.98㎡A와 84.98㎡B는 각각 9가구와 4가구로 소량 분양했지만 53.00:1, 55.75: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1순위 해당지역에서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적은 부담과 공급이 뜸한 해당 지역의 특수성을 선방의 이유로 꼽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두 단지의 흥행을 두고 “홍제역과 태릉 모두 각각 1116가구, 1308가구로 적당한 중대단지 규모를 갖추고 있고, 홍제는 1년에 한 단지, 공릉은 최근이 1999년일 정도로 공급이 귀한 입지였다”면서 “또한 걸어서 역을 이용할 수 있고, 도심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 실수요자 청약에 큰 도움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두 단지의 당첨자 발표는 각각 7일과 8일 이어진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분양관계자는 “다만 부적격 당첨자에 대해서는 7일 명단이 나오면 검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2월 21일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분양 성패, 고분양가+잠재 수요+입지가 좌우

해당 단지들은 중견 건설사가 공급한 단지임에도 선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서울지역 직전 분양 단지 중 하나인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분양 미달이 발생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1월 말일까지 청약 신청을 접수받은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전체 730가구 모집에 1706개의 수요자가 청약을 신청하면서 2.34:1이라는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84㎡ 평형의 경우 모두 1순위에서 청약 적정 인원을 채웠지만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 이상의 분양가로 공급됐다. 반면 115㎡가 넘는 주택 유형 역시 13억~15억5600만원에 공급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일부 미분양이 발생했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해당 단지의 경우 고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여부의 발목을 잡은 게 분양 미달의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고, 또한 분양인가부터 실제 분양까지의 홍보기간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이유도 있다”면서 “청약제도도 개편되고, 1주택자들의 기존 주택 처분 등이 어려워지면서 청약 받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분양 관계자는 “광진구 주변시세보다 높은 단위면적 3.3㎡당 3370만원에 공급된 점이 패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홍제동, 공릉동의 두 단지와 광진동의 ‘e편한세상’ 청약 결과 비교를 두고 권일 팀장은 “이후 분양단지들의 청약 결과는 두고 봐야 정확한 흐름을 읽을 수 있겠지만, 3월 이후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전용면적 84㎡의 아파트 단지들에겐 하나의 지표이자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권 팀장은 “9억을 넘는 주택이 1순위 해당지역에서 수십 대 일의 경쟁률로 마감했다는 것은 그래도 서울은 청약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면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의 경우에도 옛 운전학원 부지에 건립돼 입지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판 자체는 가능할 것이라 수도권 여타 지역과는 대비되는 모양새”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