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터넷은 저비용 통신 및 연결 기술이다. 이메일에서부터 전자상거래, SNS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인터넷이 통신의 경제성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느냐에 따라 발전해 왔다. 그 모든 연결이 인터넷 덕분에 갑자기 더 확장되고 값도 저렴해졌다.

인공지능(AI)은 저비용 예측 및 발견의 기술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보원인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탐구해 패턴을 파악하고 예측한다. 오늘날 AI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예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어떤 제품을 추천할 것인지, 어떤 광고를 보여 줄 것인지, 그 사진 속의 어떤 이미지인지, 그 다음에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 이 모든 것이 자동화된 예측이다.

AI는 ‘예측적 의사결정 엔진이라는 개념’이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로트먼 경영대학원(Rotman School of Management)의 3명의 경제학자가 쓴 신간 "예측 기계: 인공지능의 단순 경제학"(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출판)의 메인 테마다.

아제이 애그로왈, 조슈아 갠스, 아비 골드파브 등 3명의 저자들은 AI가 주도하는 의사 결정이 사실상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들은 AI의 리더인 아마존의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온라인 소매 거인은 고객의 구매 습관과 취향에 대해 점점 더 많이 배우고 있으며, 축적된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의 예측 능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다.

저자들은, 아마존의 AI가 그들이 주문도 받기 전에 상품을 포장 배송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전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지를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AI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안다면 반품도 최소화 될 것이고 아마존을 훨씬 더 이익을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애그로왈은 AI의 진화는 또 쇼핑의 성격을 "옵트인(opt-in, 쇼핑 사이트 가입) 경험에서 옵트아웃(opt-out, 탈퇴) 경험으로 바꿀 것이다"라고 말한다.

비현실적인 생각의 실험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미 2013년에 '예상 배송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어디로, 어떤 속도로, 어떤 궤적을 따라 데려갈 지는 불확실하다. 물론 이 기술이 일자리, 사생활, 심지어 정치에까지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AI는 농업부터 예술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 속으로 힘차게 행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다섯 가지 산업을 예로 들었다.

▲ 딥 지노믹스(Deep Genomics)는 AI기술을 사용해 긴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고도 빠른 기간 내에 신약의 효과를 추정해 신약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한다.   출처= Deep Genomics

신약 개발

머신러닝 기반 생물학의 대가 브렌던 프레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미지 인식과 언어 번역과 같은 과제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딥 러닝(deep learning)의 선구자 제프리 힌튼 휘하에서 AI를 연구하면서, 딥 러닝과 세포 생물학을 결합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가 2015년 설립한 딥 지노믹스(Deep Genomics)는,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진들을 통틀어 신약 개발의 경제학을 뒤바꾼 선두 주자다. 문제는 자명하다. 그 동안, 제약회사가 신약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대개 몇 년의 세월이 걸렸고 비용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갔다. 많은 돈과 시간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쓰인다.

그러나 AI는 전통적인 시약 개발과 시험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약속한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딥 지노믹스는 AI기술을 사용해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표 화합물의 수를 알아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했을 때의 생물학적 결과까지 예측한다. 프레이는 "AI를 사용하면 굳이 긴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고도 빠른 기간 내에 신약의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딥 지노믹스의 접근 방법은 아직 초기 단계다. 딥 지노믹스가 찾아낸 첫 화합물에 대한 AI 추론이 실제 임상 실험과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한 실험은 2020년에나 시작될 것이다.

▲ 플랜트빌리지가 개발한 누루(Nuru)라는 간단한 AI 도우미는, 전화기를 나뭇잎 위로 흔들면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진단하고, 일차적 처방도 제시해 준다.   출처= Penn State University

농업

기업형 수준의 농업에는, 정교한 기상 모델링, 토양 센서, 유전자 종자 배양, 드론 등 첨단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농업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식량의 대부분은, 2헥타르(6000평)도 채 안 되는 5억 개 이상의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Penn. State University)의 연구개발 프로젝트 플랜트빌리지(PlantVillage)는 이러한 소규모 농가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플랜트빌리지의 과학자들은 국제 기구와 지역의 농장 확장 프로그램, 그리고 구글의 엔지니어들과 협력해, 기껏해야 저가 스마트폰 밖에 없는 탄자니아의 농부들을 위한 맞춤 AI 기술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들의 첫 번째 초점은, 가뭄과 척박한 토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인 카사바(cassava, 감자와 비슷한 열대성 작물)에 있다. 왕성하게 자라는 작물이지만, 질병과 해충으로 수확량이 40% 이상 줄기도 한다.

플랜트빌리지와 국제열대농업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Tropical Agriculture)는, 누루(Nuru, 동부 아프리카에서 널리 통용되는 스와힐리어 ‘빛’이라는 뜻)라는 간단한 AI 도우미를 개발했다. 전화기를 나뭇잎 위로 흔들면, 소프트웨어가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진단하고, 기술이 별로 필요치 않은 일차적 처방도 제시해 준다. 일단 전화기에 이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셀룰러 데이터나 원격 컴퓨팅 파워에 무선 연결이 필요 없어 시골 마을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한다.

현재 아프리카 케냐와 인도에서 몇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곤충학자이자 플랜트빌리지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휴즈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AI를 일자리 킬러라고 두려워하지만, 농업과학 분야에서의 인적 자본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AI는 빈곤의 악순환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