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의 새 도쿄 로스터리 매장.   출처= Starbuck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스타벅스가 일본 도쿄에 세계 최대 로스터리 매장을 연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커피와 차, 매장 내 설치된 로스터, 갓 볶은 커피 콩이 담긴 대형 캐스크(cask)를 갖춘 호화로운 초대형 스타벅스 매장은 고객들에게 커피의 낭만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3만 2000 평방피트(900평)의 도쿄 로스터리가 30일 오전 일반에 공개된다. 도쿄 로스터리는 기존의 상하이 스타벅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 될 것이다. 스타벅스는 도쿄, 상하이 외에 시애틀, 밀라노, 뉴욕에도 대형 로스터리 매장을 가지고 있고 시카고에 하나 더 열 계획이다.

로스터리 매장은 기존의 모든 매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즉 ‘어떻게 하면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까’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스타벅스는 또 로스터리 매장을 통해 디자인 컨셉과 메뉴를 테스트하고, 고객들에게 집과 회사 사이에 ‘제3의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이 속도와 편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존슨 CEO는 "로스터리 매장은 회사의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는 증폭기와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주된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도쿄 로스터리

도쿄의 로스터리를 찾는 고객들은 터메릭(turmeric, 강황 - 생강과의 여러해살이 풀. 노란색 가루는 카레 요리 등에 쓰임) 솜사탕을 얹은 블랙 티 라떼와 아이스캔디(Popsicle)를 얹은 재스민 차 같은 정성 가득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고객들은 또 큰 유리창을 통해 벚꽃을 바라볼 수도 있고, 야외 테라스에서 한가롭게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4층으로 구성된 이 매장은 여러 가지 초호화 시설을 자랑한다. 현지 디자이너 겐고 쿠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에 참여했고, ‘인스피레이션 라운지’(inspiration rounge)는 각종 행사를 위한 전용 공간이다. 또 세계 최대의 티바나(Teavana) 찻집도 그 안에 있다.

스타벅스는 또 이 도쿄 로스터리가 언젠가는, 커피 전문가들을 훈련시키는 비영리 단체 스페셜티 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SCA)가 공인하는 최초의 매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 도쿄 로스터리 매장의 커피 로스팅 캐스크.   출처= Starbucks

그러나 도쿄 로스터리에 있는 55피트(17m)가 넘는 캐스크와, 커피가 로스터에서 볶아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비행기 날개의 스프릿 플랩(split flap) 같이 생긴 클래커 보드(clacker board)라는 독특한 디자인 설비 등은 도쿄의 다른 기존 4개 매장과 공유하게 될 것이다.

다른 로스터리 매장과 마찬가지로, 도쿄의 로스터리에도 커피콩을 쏘아 올리는 오버헤드 파이프 로스터(overhead pipe roaster)를 여러 대 사용하고 있고,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며, 프린치(Princi) 베이커리가 매장 안에 통합되어 있다. 또 뉴욕과 밀라노 로스터리 매장처럼 아리비아모 칵테일(Arriviamo Cocktail) 바도 있다.

연극적 분위기(Retail Theater)

스타벅스는 2014년 12월에 시애틀에 첫 로스터리 매장을 열었다. 현재 스타벅스의 최고설계책임자(CDO)인 리즈 뮬러는 당시 "커피를 심장과 영혼으로 느끼는, 마치 영화 ‘초콜릿 천국’(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의 윌리 웡카가 초콜릿 공장에서 받은 것 같은 강렬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뮬러는 이후 모든 로스터리 매장의 설계를 주도했다.

하워드 슐츠 당시 최고경영자(CEO)도 "로스터리 매장의 개장은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것으로, 우리가 예상하는 최상의 전망마저 훌쩍 뛰어 넘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처음부터 로스터리 매장은 연극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설계되었다. 고객들은 이 매장에 와서 그 공간을 탐험하고, 새로운 메뉴를 맛보고, 스타벅스의 커피 공급망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로스터리가 더 많은 것을 제공할수록, 더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소비하고, 머물 것이다.

슐츠 전 CEO는 2015년 시애틀에 첫 로스터리 매장을 열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로스터리가 오늘날 세상의 모든 유통 환경보다 가장 세련되고, 창의적이며, 몰입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커피 매장이 고객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더 높이고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시급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고객들과 공유했던 시기에 로스터리 매장을 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 분홍색 무궁화 꽃과 체리 맛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재스민 실버 니들 티(Jasmine Silver Needle Tea).    출처= Starbucks

스타벅스의 이런 도박은 결실을 보는 것 같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에 그 해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24%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주로 로스터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일반 매장 고객들 보다 4배나 많은 돈을 소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슨 CEO는 이번 달에 "밀라노에서는 지금도 주말이면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최대 펀드분석회사 모닝스타(Morningstar)의 R.J. 호토비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는 항상 (타 브랜드에 비해) 값이 더 비싼 브랜드였다. 로스터리 매장이 그런 흐름을 더 높였다”고 지적했다.

메뉴와 디자인 혁신

존슨 CEO는 "로스터리 매장은 고급 경험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혁신 실험실의 역할도 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는 로스터리 매장에서 먼저 새 음료를 시험한 후 일반 매장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할리데이 시즌에 스타벅스 전 매장에 출시된 주니퍼 라테(Juniper Latte)는 그 전 해에 시애틀 로스터리에서 선보였던 음료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다. 2017년에 전 매장에 출시된 커피 체리 맛이 나는 카스카라 라떼(Cascara Latte)도 시애틀 로스터리에서 처음 선보였던 음료였다.

로스터리 매장은 또 스타벅스가 다른 로스터리 매장이나, 로스터리 매장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일반 커피 매장보다는 고급 커피를 지향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바(Starbucks' Reserve Bars)에서 채택하는 디자인 요소들을 테스트하는 곳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는 전세계(주로 아시아 지역)에 200개가 넘는 리저브 바를 운영하고 있다.

로스터리 매장은 또 지난 1월 발리에 문을 연, ‘커피의 성지’라는 스타벅스의 새 개념에도 영감을 주었다. 이 매장에는 매장 바로 앞에 1000 평방피트(28평) 크기의 커피 농장과, 고객이 직접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커피 묘목장이 있다. 스타벅스 디와타 커피 성지(Starbucks Dewata Coffee Sanctuary)라고 불리는 이 매장에서 고객들은 커피 시음은 물론, 커피 교실에도 참여할 수 있고, 쌍방향 디지털 벽을 통해 가상 현실 커피 재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 도쿄 로스터리 매장의 야외 테라스.   출처= Starbucks

집과 회사 사이의 제3의 장소

스타벅스는 항상 사람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3의 장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지난해, 사람들이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아도 화장실을 사용하고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명문화하면서 이 비전을 다시 약속했다.

로스터리 매장은 고객들에게 (단지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간을 탐험할 것을 권한다.

뮬러 CDO는 "이곳은 느림을 경험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와서 더 오래 머무르고,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고,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주문한 커피를 빨리 받은 고객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확인하려는 노력도 계속 하고 있다. 회사는 배달 서비스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을 할 수 있는 앱에도 투자하고 있고, 더 많은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매장을 열고 있다.

모닝스타의 호토비 애널리스트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하는 것은 회사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매장 형태를 느림을 강조하고 고급화시킨 매장과 편의점 주변의 소형 매장으로 분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두 형태의 매장이 서로 잠식되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벅스는 한때 시카고에 이어 1000개의 리저브 바와 더 많은 로스터리 매장을 열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존슨 CEO는 현재는 로스터리 매장의 확산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섯 개의 로스터리 매장을 열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매장의 성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