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취재원 중 한 명인 상장사의 IR 담당자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이야기와 이런저런 소소한 한담을 나누던 중 3월 주주총회 시즌 이야기가 나왔고, 순간 IR 담당자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정말 속상하다”

 

무슨 일일까. IR 담당자는 지난해 있었던 임시주주총회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 몇 명이 현장에서 소위 ‘강짜’를 놨다고 합니다. 정당한 주주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장의 소소한 준비상황까지 문제삼으며 고함을 지르는 것은 ‘뭔가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IR 담당자의 말이었습니다. 결국 사태가 심각해지자 의장이 나서 소동을 수습했지만, 당시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말은 다음에 나왔습니다. IR 담당자는 “주총에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강짜를 놓는 사람들은 중소 규모의 상장사 지분을 소액으로 여러개 매입해 시간표를 정해두고 현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안다”면서 “서울 강남에서 번듯한 아파트까지 가진 재력가가 아들까지 동원해 주총장을 돌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IR 담당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왜 주총에서 소란을 부리는 것일까? IR 담당자는 “선물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 “지난 임시주총 당시 강짜 단골손님인 소액주주 몇 명에게 대표가 사비를 털어 교통비로 쓰라면서 현금을 지급했다. 결국 강짜를 놓는 일부 소액주주들은 용돈벌이를 위해 전문적으로 주총장을 돌고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몇몇 대기업에서는 고가의 선물을 주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고 귀뜸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아무리 소액이라도 주주는 주주입니다. 그리고 주주는 주총을 통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으며 회사는 이를 무게감있게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IR 담당자의 말대로 소수의 지분을 매입한 후 주총장에서 이유없는 강짜를 놓는 사람들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절대다수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궁극적으로 회사의 방향성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런 소문이 돌았는데, 아직도 상황은 비슷해 보입니다.

▲ 불청객 전성시대다. 출처=갈무리

이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 참석했던 모 암호화폐 프로젝트 팀의 밋업 행사가 생각납니다. 평일 오후 7시에 열린 밋업에 많은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유독 5060 세대의 참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열정적인 얼굴로 팀의 비전을 주의깊게 들었으나, 일부는 뒷 자리에 앉아 소란에 가까운 잡담을 해 전체 분위기를 흐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5060 세대의 암호화폐 관심이 생각보다 크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후 시작된 질의응답 시간에 아무런 질문도 하지않더니 주최측이 마련한 무료 저녁식사를 즐긴 후 에어드랍 이벤트만 참여하고 자리를 뜨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한과 책임의 묘한 중간기대에서, 우리는 아직도 이상한 경계의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