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 그레이엄 [출처:위키백과]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증권분석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행동주의 투자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저서 ‘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를 보면 노던 파이프라인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노던 파이프라인은 미국의 반독점법을 통해 스탠다드 오일에서 분할된 기업이다. 그레이엄은 노던 파이프라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주당 95달러로 평가되는 채권 등의 자산을 발견한다.

당시 노던 파이프라인의 주식은 60달러 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기업가치보다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평가라고 판단한 그레이엄은 노던 파이프라인 지분을 5% 넘게 사들였고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그레이엄이 생각하는 가치투자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상 가치투자라고 하면 ‘기다림’을 전제로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곡된 가치를 발견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근간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레이엄의 제자로는 버핏과 함께 월터 슐로스, 빌 루안, 어빙 칸, 탐 냅 등이 있다. 그의 투자 철학을 감안하면 모든 행동주의 투자자 또한 ‘그레이엄파’로 불리기 충분하다.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는 투자 전략 상당수가 그레이엄이 사용한 방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범위는 더욱 광범위하다.

헤지펀드 창시자로 알려진 건 알프레드 윈슬로 존스(1949년 헷지펀드 출범)다. 그레이엄이 운영한 그레이엄-뉴먼 투자 파트너십은 이보다 몇 년 앞섰다. 실질적으로 그레이엄이 행동주의 투자의 시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벤자민 그레이엄과 효율적 시장가설

그레이엄의 가르침은 글로벌 투자 시장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싼 것은 사고 비싼 것은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1900년대 초에는 증권분석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그에 비해 현 자본시장은 가치에 대한 정립과 함께 모든 정보가 비교적 잘 반영(효율적 시장가설)된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행동주의 투자가 국내 시장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기업이 제 가치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은 “낮은 배당성향 등이 국내 주식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며 “행동주의의 확산에 기업의 주가가 제 가치를 찾아갈 수 있고 경영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고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주주가치 제고는 유동성 확보 등에서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투자자는 크게 채권과 주식 투자자로 나뉜다. ‘같은’ 투자의 범주로 묶여있지만 각각이 수취하는 이익의 성격은 다르다. 매수매도에 따른 차익을 제외하면 채권투자자는 정해진 이자를 받는 반면, 주식투자자는 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회계 기준으로 보면 채권투자자는 영업이익이 플러스(+)라면 안심이다. 주식투자자는 영업외비용, 법인세 등을 감안한 당기순이익이 중요하다. 설령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그간 축적된 이익잉여금으로 이자지급은 물론 배당도 가능하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문제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과도한 배당 요구가 채권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발행도 기업 재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기업 자금조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주식투자는 성장 등을 중시하지만 채권투자는 기업의 상환능력을 중점에 둔다”며 “상환능력으로는 매년 이익창출 수준과 함께 보유자산 등을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가 지나치면 채권투자도 꺼릴 수 있다”며 “경영투명성 확보 등은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원활한 자금조달 등을 고려해 기업과 투자자가 ‘적정 수준’에서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