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 글로벌 외식 트렌드 중 하나는 ‘노즈 투 테일(Nose to tail)’이다. 돼지 소 등 동물의 코부터 꼬리까지, 전체 부위를 모두 소비하자는 의미이다. 특정 부위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많이 소비되지 않던 다양한 부위를 골고루 즐기는 요리들이 개발되면서 착한 육류 소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건강, 나아가 미각을 즐겁게 하고 있다.

2004년 영국 런던의 외식 경영자인 퍼거스 핸드슨이 자신의 책에서 언급했던 ‘노즈투테일’ 트렌드는 최근 들어 슬로우 푸드 트렌드를 등에 업고 음식의 연결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며 조리사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있다.

◆삼겹살은 잊어라, 부위 육류를 즐기는 방식 다양화

오랫동안 고깃집의 제왕은 삼겹살이었다. 최근 들어서 삼겹살은 물론 그동안 시선을 끌지 않았던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메뉴로 제공하는 고깃집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불고기, 막창, 이색적인 특수 부위, 스테이크, 구운 함바그 등 밀레니얼 세대들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육류를 즐기고 있다. 삼겹살 중심의 전통적인 고깃집들 역시 다양한 부위를 판매하는 고깃집으로 변신하고 있다.

부산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성집의 경우 일반 돼지고기가 아닌 가오리살, 모서리살, 꼬들살 등 돼지특수 부위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성집에서 맛 볼 수 있는 특수부위들은 삼겹살과 달리 식감이 쫄깃하고 색다른 맛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오리살의 경우 등심과 껍데기 사이의 부위를 말하는데 돼지 한 마리당 4백그램 밖에 안 나오는 부위이다. 가격은 120그램당 모서리살 1만원, 꼬들살 가오리살 가로막살은 9천원이다. 껍데기는 6천원대로 비교적 가성비 있는 가격에 다양한 고기를 즐길 수 있다.

특수부위 고기를 깻잎장아찌, 고추, 마늘, 파절이 와사비, 멜젓, 쌈장 등과 함께 즐기는데 파절이에 계란 노른자를 섞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인테리어도 요즘 젊은층 감각에 맞춰 품격 있는 고깃집 이미지를 연출해 친구들은 물론 가족 외식 고객, 손님 접대에도 적합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서울 신사동의 ‘모소리집’도 특수부위 맛집이다. 모소리살은 돼지 목덜미 특수부위로 고소하고 꼬들꼬들한 씹는 맛이 독특하다. 모소리는 돼지 한 마리당 3백그램 정도만 얻을 수 있는 귀한 부위이다.

모소리살 120그램은 1만3천원이다. 가오리살, 가로막살, 구멍살, 삼각살도 가격은 동일하다. 특수 부위고기를 연탄불에 구워서 달걀을 얹은 양배추재래기(겉절이) 멜젓 생와사비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 불막열삼 생막창,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제공

◆B급 입지에 출점, 수익성 자랑하는 돼지생막창전문점

부산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부산 경남을 넘어 서울 충청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불막열삼’도 인기를 얻는 고깃집이다.

불막열삼의 상호는 ‘불타는 막창, 열받은 삼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표메뉴는 돼지막창과 소막창이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1인분 7,900원, 서울 경기권에서는 8,900원에 판매된다. 현재 80여개가 좀 안 되는 매장 수를 갖고 있는데 점포 구입비 포함, 전체 매장 평균 투자비가 1억2천만원대이다. 전 점포 평균 매출액이 2천3백만~2천4백만원대이며 장사가 잘되는 매장은 월매출이 4천만~5천만원대이다.

불막열삼은 점심 영업은 하지 않고 오후 4시부터 저녁 12시까지 하루 8시간 영업으로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한다.

막창은 기존 고기와 달리 보통 한 사람이 2~3인분까지도 즐긴다. 덕분에 테이블 단가가 5만원대로 일반 고깃집보다 높은 게 장점이다.

불막열삼의 막창은 삶지 않은 생막창이라는 게 특징이다 과일 소스를 비롯 24가지가 넘는 숙성 재료를 활용해 삶지 않고도 잡내를 없애고 깔끔하고 구수한 맛을 살린 게 경쟁력이다.

불막열삼은 투자비가 적게 드는 B급 상권에 출점해서도 전체 가맹점들이 총투자비 대비 평균 5%가 넘는 평균 수익률을 올리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비결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메뉴가 다양해 직장인이나 젊은층 외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외식 고객까지 확보한 것이다. 한번 먹으면 마약처럼 다시 먹고 싶다는 소문이 나면서 ‘마약고깃집’ ‘마케팅이 필요없는 고깃집’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반경내 5천~1만세대를 흡수할 수 있는 주택가 상권 B급 입지에 전략적으로 출점, 투자비를 절약하고 빠른 투자비 회수와 높은 수익성을 노리는 게 특징이다.

불막열삼에서는 생막창 외에 곱창전골, 꽃갈비살, 껍데기 등 다양한 고기를 즐길 수 있다. 7,900~8,900원에 판매되는 삼겹살도 국내산 냉장육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 화덕초대파불고기- 부자비즈 제공

◆불고기 요리, 주점 겸한 밥집으로 인기

최근에는 불고기 요리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불고기는 기존 고깃집과 달리 찌개를 곁들여 밥집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 뜨고 있는 돼지볶음찌개의 경우 돼지불고기와 찜갈비 등 일품요리를 결합해 외식과 식사 고객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화덕초대파 불고기는 불고기와 돼지뼈김치찌개로 인기를 얻고 있다. 초벌구이한 돼지불고기를 대파와 함께 즐기면 얼큰한 수제비를 무료로 제공한다. 화덕에서 초벌구이를 한 후 고객에게 제공하므로 테이블 회전율이 높다. 육류는 구이 중심의 ‘술집’이라는 인식을 탈피, 육류를 즐기는 ‘식당’으로 포지셔닝 해 고깃집은 점심 장사가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점심 시간을 피크타임으로 전환시킨 것이 특징이다.

화덕초대파 불고기는 가맹본사가 돼지를 통으로 구매해 국내산 암퇘지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덕분에 가맹점들은 돼지 한 마리의 전 부위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다.

돼지 등뼈나 부산물은 가맹본사로부터 무료로 공급받아 일명 샤뎅이(돼지등뼈의 사투리) 김치찌개를 고객에게 5천원에 제공한다. 돼지껍데기 안주는 아예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부산 하단오거리 맛집인 ‘촌돼지집’의 경우 6천원에 돼지볶음찌개를 제공한다. 촌돼지 불고기 정식도 1인분 6천원이다. 직장인들의 경우 촌돼지찌개와 촌돼지 불고기 정식을 함께 시켜서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촌돼지 맛갈비찜의 경우 분량에 따라 2만원에서 4만원대까지 있다. 국내산 생삼겹살도 100그램에 5천원에 판매하지만 식사를 즐기는 고객들이 훨씬 많다.

특히 촌돼지볶음찌개는 돼지고기 볶음과 국물요리가 결합된 메뉴로 찌개와 고기를 동시에 즐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색다른 식사 메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촌돼지집’외에도 돼지볶음찌개와 돼지불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인기비결은 돼지볶음찌개와 돼지불고기가 그동안 순대국이나 돼지국밥, 삼겹살 전문점 중심의 국밥집과 고깃집에 식상한 고객들에게 새로운 미각의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양식으로 즐기는 육류, 밀레니엄 세대들에게 대중화

우리나라에서 육류를 즐기는 방법은 구이가 대세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양식 조리법으로 육류를 즐기는 밀레니엄 세대들도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특별한 날에만 즐기던 스테이크 요리나 함박스테이크도 밥집이나 고깃집처럼 대중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함바그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진 고기를 익혀서 제공하는 기존 함박스테이크와 달리 일본식으로 와규를 작고 동그란 철판에서 한 점 한 점 구워먹는 ‘후쿠오카함바그’는 양식집의 사이드 메뉴에 불과했던 함박스테이크에 새로운 맛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했다.

최상급 와규를 독특한 구이 방식으로 즐기는, 잊을 수 없는 맛과 경험을 선사해 함박스테이크 부문 브랜드 파워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후쿠오카함바그는 홍대 상권의 뒷골목에서 작은 맛집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쇼핑몰에 입점, 남녀노소 가족 및 시니어들까지 즐기는 대표적인 대중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한 기념일이나 데이트할 때 즐기던 스테이크 요리를 식사로 즐기는 젊은층도 늘어나고 있다. 도쿄 스테이크는 우동 카레 등 일식 메뉴와 스테이크를 함께 구성해 육류를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밥집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홍대 개미 역시 스테이크를 덮밥과 결합시켜 굳이 고깃집을 찾지 않아도 제대로 된 육류의 맛을 주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 홍대개미. 부자비즈 제공

◆전세계에 부는 노즈투테일 트렌드, 모험적인 맛에 도전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 도전기가 흥미로운 방송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맛을 제공하는 요리에 대한 모험적인 도전은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 다양한 조리 방식과 특수 부위 고기들이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즈투테일’ 트렌드는 ‘아무 것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슬로건으로 그동안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던 부위가 새로운 조리법과 맛으로 탄생하면서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식용동물의 사육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다. 기왕 도축해야 한다면 한 마리의 전체 부위를 모두 사용함으로써 식재료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조리사들의 창의적인 맛 개발로 고객들은 더 다양한 맛에 도전하고 즐길 수 있다.

특수부위 고깃집이나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부위를 활용한 새로운 밥요리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부자비즈 운영자. ‘CEO의탄생’‘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