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통신업계의 축제 MWC 2019가 2월 2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가운데, 다양한 기술의 등장과 시너지에 업계는 크게 환호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통신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자연스럽게 공기 속으로 사라진 ICT 인프라다. 이제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모든 것에 스며들고 있다.

5G 원년… 더 강력해진 고속도로

올해는 5G 원년으로 불릴 정도로 새로운 통신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는 해다. 국내 통신 3사는 이미 2018년 12월 5G 첫 전파를 송출했으며 3월부터는 B2C 전략에 착수했다.

5G는 일종의 고속도로다. 5G의 G는 Generation, 즉 세대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의 발전을 나누는 척도다.

1G는 최초 이동통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동하며 통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1G의 대표 기술은 에릭슨이 개발한 북유럽 표준 NMT(Nordic Mobile Telephone) 방식과 영국표준 TACS(Total Access Communication System) 방식, 프랑스 표준 RC 2000(Radiocom 2000) 방식,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 방식, 독일 표준 C-450 방식(독일, 포르투갈) 등 5가지 방식이 있다.

2G는 아날로그 음성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전송했다. 음성통화 일변도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3G는 기존의 CDMA와 GSM에서 진화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술에는 WCDMA와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등이 있다. 3G는 비음성 데이터의 이동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를 가진다. 스마트폰의 등장에 열광하며 스마트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는 평가다.

4G 시대는 2000년대 인터넷 기술의 정수다. LTE는 2009년 12월 14일 유럽 통신사 텔리아소네라가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퀄컴과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LTE 진영으로 합류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 통신 기술의 특이점이 왔다고 보기는 어렵고, 속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어 등장한 것이 5G다. 5G는 어떤 시대를 열 것인가.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2025년 최소 30조3235억원, 2030년에는 최소 47조7527억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연도의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이다. 특히 10개 산업 중 자동차 산업은 텔레매틱스 가치 증가 등으로 2025년에 3조3000억원, 2030년 7조2000억원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대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생산되는 상황에서 5G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에릭슨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매월 107엑사바이트(EB)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 모바일 가입자가 10시간 동안 HD 영상을 재생하는 수치다. 1엑사바이트(EB)는 104만 테라바이트(TB)이고 1테라바이트는 1024기가바이트(GB)다. 에릭슨LG는 “2023년에는 현재의 4G, 3G, 2G 트래픽의 합계보다 1.5배 많은 트래픽 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데이터를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 5G라는 뜻이다.

MWC 2019… ICT 전시회로

MWC 2019에서 각 통신사들은 글로벌 합종연횡은 물론 각자의 장점을 살린 ‘빅딜’을 연이어 공개했다. 이 모든 전략들은 5G 시대에 근본을 둔다. 5G라는 탄탄한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그 위를 방대한 데이터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5G가 모든 ICT 기술의 뿌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T경제경영연구소장 김희수 전무는 “5G는 전기, 컴퓨터, 증기기관 등 최상위에 위치한 여타 핵심 기반기술(GPT)들처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과 결합하여 사회 및 경제 전반의 혁신과 진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신 사업자들이 5G 시대를 맞아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5G라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실감형 미디어와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설계자를 넘어 ICT 플랫폼, 콘텐츠 플레이어로 나서고 있다. MWC 2019 기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전통적인 통신 사업자의 역할이 아닌 간편결제, 미디어, 자율주행차 설계 등에 나선 이유다.

5G 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이 본연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탈통신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기회를 잡았다면,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장악력을 높이기 시작한 대목도 MWC 2019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이다. 하나의 물리적인 코어 네트워크 인프라(Infrastructure)를 서비스 형태에 따라 다수의 독립적인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하여 각각의 슬라이스를 통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며, 통신사들은 5G 시대를 맞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일각의 우려를 동시에 사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망 중립성 강화 기조를 깨고 통신사들이 자사 콘텐츠 플랫폼 우대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논리적인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MWC 2019를 통해 이와 관련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해졌다.

다양한 통신 네트워크 전략과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를 끌어내는 인프라 전술이 등장한 가운데, MWC 2019의 새로운 특징은 역시 ‘기술의 실종’이다. 5G라는 네트워크를 ‘엔드단’에 위치시키고 상단에 ICT 플랫폼 콘텐츠 전략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기술 그 자체에 대한 주목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기술은 ‘신기함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받쳐주는 당연한 공기’로 거듭나고 있다. 5G라는 방대한 고속도로의 등장이 이러한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도 올해 MWC 2019의 중요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