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늘어난 미청구 공사 등이 두산중공업의 현금 흐름을 꼬이게 하고 있다. 또한 신규 수주는 해외원전 수주 및 국내 풍력설비 발주의 지연 등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총 6085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중 두산중공업의 지배기업인 두산(주)은 1500억가량 참여한다.

▲ 주요 레버리지 및 커버리지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관련 자금은 대부분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금융비용은 2000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은 2조8400억원 규모다. 또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3개월간 3000억원을 대여한 것도 역시 회사의 운전자본 부담을 가중시켰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로 이어진 계열 지원은 3개 회사 신용 등급의 하락의 원인이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 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두산(주)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부정적 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건설 회사채는 BB(부정적검토)에서 BB(부정적)으로 등급이 내려갔다.

▲ 두산중공업 석탁화력발전소. 출처=두산중공업 홈페이지

미청구공사·자금 부담 동반 상승

미청구공사 증가는 진행된 공사에 대한 대금을 회수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는 회계상 매출과 회사의 현금흐름 사이의 괴리를 일으킨다.

대금 회수가 지연되는 이유는 일부 EPC 공사대금의 수금 방식이 기성율 기준에서 주요시설 완공 후 정산(Milestone) 방식으로 전환된 탓이다. 두산중공업은 설계부터 자재 구입, 시공까지 일괄 수행체제를 갖춘 EPC(Eng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업체다. 두산중공업의 현금흐름은 대금수금 방식의 변경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3분기 말 두산중공업의 주요 미청구 공사는 ▲쿠웨이트 수전력부와 계약한 Doha RO Stage-I 1613억 ▲고성하이 1,2호기 보일러 1427억 ▲베트남전력공사와 계약한 Vinh Tan 4 TPP 1110억 등이다.

▲ FCF 및 매출채권 추이. 출처=두산중공업

이는 잉여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401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4052억원) 대비 적자 폭이 늘었다. 이는 운전자금을 위한 자금조달을 요구하고, 자금 조달은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을 증가를 불러온다. 

다행스러운 점은 발주처가 정부 혹은 기간사업을 운영하는 대형 사업자라는 점이다. 일반 건설업과 다르게 미청구 공사의 대손 가능성은 낮다. 현금 흐름은 악화로 운전 자본부담만 커질 뿐이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양호한 EBITDA 창출에도 불구하고 이자비용·자본적지출·배당금으로 인해 잉여현금 창출이 제한적이다"며 "운전자본변동에 따라 현금흐름의 가변성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주 감소, 원전·화력 발전→신사업 성과 지연

두산중공업은 ▲화력·원자력 등 발전 부문 ▲토목·플랜트 등 건설 부문 ▲Water 플랜트 등 담수 부문 ▲화력·원자력에 사용되는 단조품 등을 만드는 주단 부문 등으로 사업이 구성돼 있다.

대부분 EPC 방식이기에 수주는 현재 이익뿐 아니라 미래 이익과도 연결된다. 유지·보수까지 고려하면 수주는 회사 매출에 장기간 영향을 끼친다.

두산중공업의 국내 원전 건설은 차질을 빚고 있다. 2017년 발주가 예상됐던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신규원전 1·2호기 등 총6기의 이 중단 또는 백지화됐다.

또한 탈원전·탈석탄이 반영된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원자력·석탄 화력 관련 국내 신규 발주의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풍력발전 확대, 가스터빈 개발, 해외 원전 수주 등 신사업의 수주 역시 쉽지 않다. 

2018년 초 예상했던 인도 AP1000의 발주는 체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풍력발전설비 발주도 정부의 육해상풍력발전설비 세부기준 마련과 시점을 맞춰 2019 년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연구원은 "수주잔고 축소, 고수익 원전 매출 비중이 줄어듦에 따른 영업 실적이 저하됐다"며 "가스터빈, 원전해체 등은 가시적 성과 실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성과가 기대되는 풍력발전도 실적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8년 온기 별도기준 매출은 4 조 1017억원으로 전년(2017년) 4조 3367억원 보다 2000억원가량 감소했다.

▲ 두산중공업 주요 미청구공사 목록. 출처=D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