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마트가 아마존처럼, 그 동안 수집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장과 온라인에서 광고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Walma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최대 소매회사인 월마트가 광고 시장에서도 큰 매체가 되고 싶어한다.

아마존이 온라인 광고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함에 따라, 월마트도 자체의 광활한 광고 공간과 쇼핑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납품업체와 그 외 기업들의 광고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월마트는 그동안 유니레버(Unilever PLC), 켈로그(Kellogg Co.), 헐리우드 스튜디오 같은 회사들에게 미국내 4600개 매장 안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왔다. 그런데 이제 아마존처럼, 쇼핑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급업체들이 온라인 광고를 게재하게 하는 디지털 광고 사업도 착수했다. 그러나 웹사이트를 포함한 웹 공간에서의 광고주를 유치하기 위해 공급업체 이외의 외부 기업까지 넘보고 있다.

월마트의 한 임원에 따르면, 월마트는 현재 회사 내에 디지털 광고사업부를 신설하고, 그 동안 웹사이트와 기타 디지털 부문에서 광고 대행을 해오던 영국의 광고회사 WPP그룹(WPP PLC)의 계열사인 트라이애드(Triad)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마트는 또 그동안 수집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매장 광고팀과 디지털 광고팀을 통합해, 신규 사업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부두(Vudu) 등 사업 확장을 위한 마케팅 기회로 삼고 있다.

디지털 광고는 그동안 구글과 페이스북이 독점하고 있어 접근하기 힘든 사업이다. 그러나 광고업계 전문가들은 고객들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소매 회사들이 그들의 ‘독점’에 도전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이미 광고 사업에 상당한 진출을 한 상황이며, AT&T도 미디어업계의 거인 타임워너(Time Waner Inc.)를 인수한 후 대규모 디지털 광고사업을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월마트는 이미 몇 년 전에 온라인 광고 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상거래에 대해 대대적으로 진입한 상태여서,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을 더 늘림에 따라 광고 시장에서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 월마트는 매장 내외에도 납품 업체를 위한 광고 공간을 제공한다.   출처= Digiday

월마트의 머천다이징 책임자(CMO) 스티브 브랫스피스는 "내가 제조 대기업의 CMO라면 월마트를 광고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에 광고를 게재하면 월마트의 온라인 및 매장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고 효율적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마트 매장에서 자전거를 사는 고객은 페이스북이나 핀테레스트(Pinterest) 같은 SNS에서 헬멧 광고를 볼 가능성이 있고, 이 광고를 본 고객은 다시 헬멧을 사기 위해 월마트닷컴(walmart.com)이나 제트닷컴(jet.com)으로 들어올 것이다.

월마트는 그동안 광고회사 트라이애드를 통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만약 월마트에 스낵을 공급하는 회사가 새로운 스낵을 광고하려는 경우, 디지털 마케팅을 위해 트라이애드와 일한 다음 다시 별도의 월마트 팀과 함께 매장에서 샘플을 나눠주어야 했다.

월마트 임원들은 이번 주 아칸소주 벤튼빌(Bentonville) 본사에서 가진 회의에서, 회사가 그런 납품업체들을 위해 광고 사업을 확대하자는 새로운 논의를 했다.

월마트가 최근 들어, 온라인 식료품 판매를 늘리고, 가상 현실과 같은 새로운 쇼핑 기술을 실험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광고 수입을 늘리는 것이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월마트의 매출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모두 크게 늘었지만, 온라인 판매에 들어가는 비용(특히 배송 비용)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사업의 수익은 줄어들고 있어, 연간 글로벌 매출 5000억 달러가 넘는 회사로서 새로운 수익 동력이 필요하다.

아마존이 소매 제국의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와 광고사업 확대에 의존하는 것처럼, 월마트의 맥밀런 CEO도 월마트의 소매 사업 확장을 위한 새로운 수익 흐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지난해 인공지능 음성 도우미 에코(Echo), 전자책 킨들(Kindle), 파이어 TV(Fire TV) 같은 기기를 판매하는 자체 사이트와 제3자 웹사이트의 공간에 광고를 판매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페이스북과 구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디지털 광고 판매자가 되었다. 그러나 월마트의 디지털 광고 수입은 너무 적어 추적할 수 없을 정도에 불과했다.

▲ 자체 사이트와 제3자 웹사이트의 공간에 광고를 판매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페이스북과 구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디지털 광고 판매자가 되었다.    출처= Amazon Advertising

월마트는 매장을 방문하는 수억 명의 쇼핑객들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지만, 월마트의 웹사이트는 아마존 웹사이트의 월별 방문자에 비해 극히 적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월마트는 월마트닷컴에서 광고를 팔기 위해 월마트 익스체인지(Walmart Exchange)라는 아마존과 비슷한 온라인 광고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광고 판매 서비스를 트라이애드에 아웃소싱했지만 월마트의 고객 데이터는 사내용으로만 보관되는데 그쳤다.

맥밀런 CEO는 "우리 데이터로 돈을 번 적이 없고, 지금까지 광고 사업은 극히 작은 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타깃(Target), 크로거(Kroger)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상품을 직접 광고하는 공간으로서 자사의 매장과 웹사이트를 광고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오늘날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우위라고 생각했던, 상품을 매장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게 하기 위한 광고 형태인 이른 바 트레이드 마케팅(trade marketing) 부문에서조차 아마존에 밀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광고 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포장 가공상품 제조업체들의 광고 예산이 이들 오프라인 소매업체로부터 점점 아마존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미국의 트레이드 마케팅의 규모는 연간 1780억 달러(200조원)로 추산되는데, 이 같은 막대한 돈이 아마존의 광고 수익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월마트는 매장내 광고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납품기업들에게 매장의 제품을 광고하는데 돈을 쓰기 보다는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것을 권장해 왔다.

월마트의 브랫스피스 CMO는 "월마트는 광고망을 구축해 납품 업체들이 월마트 내에 광고를 게재하는 길을 열어주면서도 제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전략이 과연 통할까?

“우리의 EDLP(Everyday Low Price) 전략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케이블 TV에도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케이블 TV 광고 보다는 표적 광고를 할 수 있는 월마트 미디어(Walmart Media)를 선택하라는 것이지요.”

최근 몇 년간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외부 기업에 위탁했던) 광고제작과 광고사업부를 사내로 들여 놓고 있다. 그러나 월마트의 움직임은 광고 판매 사업을 사내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와는 좀 다르다. 월마트는 광고 공간 판매에 그치지 않고 납품 업체들이 월마트 공간에 게재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것까지 도와줄 수 있는 팀이 필요하다. 그런 일을 아웃소싱해 오던 대기업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