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앞서 이야기했듯, 국내 편의점들은 지난 몇 년의 확연한 성장과 대조되는 소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과 비교되는 편의점만의 장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1인 가구의 증가, 효율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 등 일련의 변화는 확실히 편의점만큼 유리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최다(最多) 오프라인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있다는 점 역시 다른 채널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고려할 때 적어도 향후 몇 년 동안 편의점 업계가 특별한 이유 없이 ‘망할’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국내 편의점 업체들에게 남은 것은 각자가 선택하는 장기 관점의 생존 전략이다. 과연 이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CU 몽골 지점. 출처= BGF리테일

전략 1: 시장의 확장

현재 편의점 업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과포화’다. 과포화는 전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를 의미하므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공급을 줄이거나 혹은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출점에 대한 자율규제 제안으로 방법론으로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시장의 지속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측면이라면 무조건적인 공급 감소는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추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시키는 것으로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통한 추가 수요의 확보가 있다. 국내의 한정된 수요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 소비자들을 잠재적 수요로 확보하는 것이다.

업계 1,2위(점유율 기준) 편의점 업체인 CU와 GS25는 국내 수요의 한계를 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왔고 지난해에는 해외에 점포를 열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GS25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포스트 차이나’로 여겨지는 신흥 소비시장 베트남에, CU는 새로운 개척지인 이란과 몽골에 마스터프랜차이즈(상표권·상품구성·점포경영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것) 방식으로 진출했다. 일련의 해외 진출은 시장의 확장과 동시에 브랜드를 전 세계로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 GS25 베트남 점포. 출처= GS리테일

그러나 두 업체가 받아들인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2017년 1월 이란에 첫 진출한 CU는 2018년 8월 미국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의 여파로 현지 사업을 전면 철수했고 현재는 몽골에만 26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1월 베트남 호치민에 4개의 매장을 열어 운영을 시작한 GS25는 현재 3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볼 때 해외시장 진출은 이상적인 시장 확장 방법일 수 있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시장의 조건이나 진출 국가의 대외관계 등 외부적 요인이 예상치 못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더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해외 진출이 가능한 업체는 CU, GS25 그리고 이마트24 까지 총 3곳뿐이다. 이마트24는 현재 해외 진출을 고려할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규모는 아니지만,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브랜드의 진출에는 제한은 없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모두 브랜드가 일본에 본사가 있는 업체이기 때문에 한국 법인 단독으로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능하다.

전략 2: 첨단 기술의 실현

해외 시장 확장 가능성은 일단 배제한다는 전제로, 편의점이 국내 시장에서 추가 출점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비용의 절약’이다. 최근 이 비용의 절약은 첨단 기술의 적용을 통한 운영의 효율화, 인건비 최소화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를테면 각 편의점들이 적용하고 있는 점포 무인화는 그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국내 업체는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은 ‘스마트 편의점’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첨단 기술을 활용한 여러 가지 형태의 미래형 편의점들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고객이 사전에 등록한 결제 카드와 연결된 정맥 정보로 상품의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핸드페이 등 다양한 IT기술이 적용된 무인 편의점 매장이다. 여기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편의점 무인 운영을 돕는 인공지능(AI) 로봇 ‘브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 세븐일레븐의 무인 편의점 운영 인공지능 로봇 브니. 출처= 세븐일레븐

현재 세븐일레븐은 총 6개의 무인 자판기형 편의점(익스프레스)과 5개의 스마트 편의점(시그니처)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이마트24와 CU는 특정 시간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GS25는 스마트 편의점 ‘스마트 GS25’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미니스톱도 현재 무인점포 매장 운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편의점 무인화 추진에도 몇 가지의 분명한 한계가 있다. 우선, 무인화 기술이나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개발 비용 투입의 문제가 있다. 투입되는 비용은 크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력의 완전 대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가맹점주들을 위한 상생 방안에 각 업체가 투입할 비용을 고려하면 첨단화, 무인화는 다소 시기상조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아울러 경기 침체로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시기에 인력 감축의 의도가 담겨있는 무인화 추구는 도의적 측면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주류나 담배 구매 위험성, 인력이 상주하는 매장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안도 또한 문제다.

전략 3: 서비스 차별화

서비스의 차별화는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가장 잘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이커머스 업체들과 협업한 택배 서비스부터 지역정보 검색 서비스, 전기자동차 충전소까지 현재 우리나라의 편의점들이 제공하고 있는 생활편의 서비스는 가히 광범위한 영역을 자랑한다.

국내 시장 내에서의 경쟁이라면, 가장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앞으로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부분의 아이디어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이미 각 업체들은 형태만 약간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로 독보적인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바리스타가 상주해 커피를 만들어주는 이마트24 해방촌점. 출처= 이마트24

현실적으로 각 편의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크게 이 3가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모든 방법에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여러 가지 단점 혹은 한계가 있다. 국내 편의점들에게는 일련의 방법들 중 자사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서용구 교수는 “국내의 편의점들이 이미 시장의 수요가 요구하는 적정 점포 수를 훌쩍 넘어서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양적 성장 정책만을 추구한다면 가맹점주들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편의점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이웃나라 일본처럼 매장 크기를 키워 서비스의 반경을 넓히는 등 질적 성장을 위한 시도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 배인해 선임연구원은 “지난 몇 년 편의점 업체들의 실적 호조는 우호적 사업 환경에 기초한 편의점 업태의 호조와 자체적 사업경쟁력 개선에 따른 것”이라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2~3년 후에는 업계가 완전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으며 편의점 업계는 신선식품의 뒤를 이을 성장 아이템을 발굴, 시장의 확장 등 수익성 위주의 운영 기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