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2차 핵 정상회담에서 많은 외교적 위신을 쌓고 있다. 과연 핵전쟁의 위험을 줄이는 가시적 조치가 나올 수 있을지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적어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일에 쌓인 트럼프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인적 외교’(personal diplomacy)는 많은 관례를 깼지만 어쨌든 핵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인적 친밀감이 실제로 핵전쟁의 위험을 줄이는 가시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까지는 단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밀감’은 외교적 수사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았던 말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던 미국인 한 명을 자체적으로 석방했고, 남북간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긴장감도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와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400일 이상 동안 핵무기에 대한 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충분히 진척된 상태여서 더 이상 실험을 할 필요가 없어 일시 정지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또 보유하고 있는 핵 무기의 수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 회담이 진행되기 전에 그 목록을 원했지만 이제는 (아직까지 받지 못했어도) 기꺼이 기다릴 것 같은 태도다. 그러나 그런 목록이 없으면, 북한이 해체해야 할 시설이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 정보기관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명백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denuclearization)지만, 사실 양측은 비핵화의 정의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는 그런 핵심은 어물쩍 넘어갔고, 김정은 위원장의 두리뭉실한 약속만이 부각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비핵화와 경제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반면 미국은 한국과의 군사 훈련을 최소 9차례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교체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 인권 문제도 그냥 지나쳤다. 미국은 대북 지원의 물꼬를 트고 있고, 한국은 북한이 무슨 조건을 제시하든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대북 제재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외교적 해빙 속에서 시행은 지지부진하다.

미국 협상단은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그들의 목표가 김정은 위원장의 포괄적 약속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꿔 ‘협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시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식적인 합의, 이른 바 종전 선언이나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하는 것 같은 더 많은 양보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북한과의 협상 확대와 똑 같은 상황으로 갈 위험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 핵무기의 실체에 관해 어떤 결과도 도출하기 전에 제재를 대폭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제재가 풀리기 시작하면 북한이 약속을 어겨도 제재를 다시 복구하기가 어려워진다. 회담을 길게 끌수록 북한에 유리해지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인적 외교’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주장하는 대로 그는 세계 최고의 협상가이며, 젊은 김정은과 마음이 통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전략의 실수는 바로 이런 식으로 자주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포기했고,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 한 통으로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청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군축을 선택할 경우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과장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김 왕조(Kim Dynasty)가 계속해서 통치할 수 있다는 이른 바 체제 유지 보장을 분명히 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조국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는 셈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은 19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종식을 요구하자 레이캬비크(Reykjavik) 정상회의에서 그냥 일어설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크게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소련은 그들이 냉전에서 패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2020년 재선을 위해서라도 외교 정책의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핵 없는 국가가 되겠다는 보다 더 가시적인 의지를 지금까지 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한, 재선 자체를 위한 협상은 패배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5일자 사설을 게재한 것이며 본지의 방향과 논지와는 관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