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택시업계와 ICT 업계의 모빌리티 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잠정 중단 카드를 꺼낸 가운데 정부 여당이 주도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했으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으며, 소모적인 법적 공방만 가열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택시업계와 ICT 업계의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정부의 명확한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시간만 흐른다"
택시 4단체는 지난 12일 “분신사망으로 분향소의 촛불이 채 꺼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2월 11일 불법 카풀 도입을 반대하는 서울개인택시조합 기사의 3번째 분신이 또 발생, 우리 100만 택시가족은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두 분 열사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타다, 풀러스 등 불법 유사 택시영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성공적 논의를 위해서도 타다, 풀러스 등 불법 유사택시영업을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위법행위 에 대해 즉각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견해차이가 커지는 가운데, 택시업계가 다음 타깃으로 쏘카 VCNC의 타다와 풀러스를 옮겨가는 순간이다. 즉각 액션도 나왔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 이사장과 전·현직 조합 간부 9명이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쏘카 VCNC의 타다가 적법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택시업계는 최근 풀러스도 불법 카풀 프레임을 동원해 고소했다.

쏘카도 반격에 나섰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 관계자의 타협이 아닌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한편 18일에는 “타다가 합법적인 서비스인 것은 검찰에서 다시 한번 밝혀질 것으로 믿고, 고발하신 분들에게는 업무방해와 무고로 강력히 법적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입장은 재확인됐다. 풀러스도 26일 보란듯이 무상 카풀 서비스 출시를 선언하며 택시업계의 주장에 맞불을 놨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중단을 일종의 성과로 보고, 타다와 풀러스로 논의를 확장해 '이슈 파이팅'에 나서는 분위기다. 쏘카와 VCNC에 대한 법적 대응이 단적인 사례다. 택시업계는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이 불법이 아님에도 이를 불법의 프레임에 끌어오는 전략을 구사하며, 협회 차원의 법적 대응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나 풀러스의 카풀 모델은 불법 여지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지만 타다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런 이유로 택시업계의 공식채널이 아닌 개인이 타다의 불법성을 노리면서 일종의 균열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빌리티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 여당이 2월 중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나름의 결론을 내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나온 성과물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서비스 중단을 선택했으나 쏘카와 VCNC, 풀러스가 강경대응을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택시업계의 주장에 휘둘려 몸을 낮출 경우 시간끌기에 나서는 택시업계의 전략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정부가 나서야 한다
ICT 업계는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외치며 모빌리티 로드맵을 제안하고 있으나, 냉정하게 말해 이를 받아들이는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선뜻 어려운 선택이다. 고질적인 사납금 문제, 살인적인 노동 문제, 개인택시 면허 시세 하락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나 회사와 노조의 유착 등으로 폐쇄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던 택시업계가 '정의'에 입각한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상생의 결과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해외의 사례를 봐도 쉽게 확인된다.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새로운 모빌리티의 혁명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택시업계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처럼 분쟁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이번 논란을 정치적 논란으로 키운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 합리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모든 현안을 이분법으로 판단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쟁은 일어나도 단 하나의 원칙만 지켜가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모빌리티의 혁명을 체화하고 택시업계의 피해를 균형감있는 협상을 통해 해소하는 것. 다행히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우리 여건에 맞는 신사업 육성의 취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에 부합되는 액션플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