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신기술, 신산업 발전을 위해 생긴 규제 샌드박스의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서울 여의도 국회·양재·탄천 등에 수소차 충전소가 들어서고, 비의료기관이 유전자로 질병 검사를 할 수 있으며, 전기차 충전 콘센트로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도 충전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규제 개혁의 핵심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을 지난 2월 11일 선정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시작됐으며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채택했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시범 사업, 임시 허가를 통해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도록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된 배경에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있다.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한 뒤,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불허하는 규제 방식인 포지티브 방식 하에서 새로운 기술은 그 자체로 불법으로 규정된다. 매일매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법이 개정돼서 반영되지 않으면 그 상품과 서비스는 불법으로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시장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법에 규정된 것만 합법화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법률 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규제 샌드박스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 방식은 한시적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청 후 30일 이내에 답변이 없을 경우 ‘임시허가’를 내준 후 사후에 허가 혹은 규제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즉, 언제든 서비스 개시 혹은 신제품 출시 후에 불법이 될 소지가 있다. 한번 불법이라고 판명되면, 번복되기 어렵고 그 자체로 서비스는 중단해야 한다.

이는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의 답변에서도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성 장관은 “수요자 입장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통과되면 당장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어떤 규정이 없거나 모호하거나, 일방적으로 금지할 때 이를 풀어주겠다는 것이지 모든 절차를 처리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별도 절차는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고 현재 규정이 없을 경우에 풀어줄 뿐 추후 규정을 만들게 된다면 불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 또한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은 심사하는 공무원들의 생각과 태도가 확실히 바뀌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탁상행정, 귀찮은 일을 만들지 말자는 무사안일주의에 물든 현장 공무원들이 기존 법에서 허가하지 않은 부분을 정부의 방침 한 번에 임시 허가를 발급해 줄까? 답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조금이라도 법에 관련 내용이 있으면 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익숙해진 그들이 쉽게 허할 리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빗장을 풀어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당장 최근 카풀 이슈와 관련해서 정부는 무엇을 해결했나? 그저 기존 사업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그들의 집단행동이 부담이 되었을 뿐이다. 신규 사업자야 진입 자체를 막아 버리면 되지만 기존 사업자의 밥그릇을 뺏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다소 충격이 오더라도 이미 변화의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갈 수 없음을 확인했다면 빨리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변경해야 한다. 모래놀이 하느라 우수 인력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놓칠 수 있다.

기존의 규제를 새로운 검토 방식을 통해 풀어내자는 좋은 취지가 있지만, 추후 규제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임시 허가를 얻기 위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절차는 절차대로 받아야 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샌드박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