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토마는 바피의 성공 가능성을 추적하기 위해 닥터 길먼을 비롯해서 많은 의학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GLG의 기록에 따르면 마토마는 길먼과 2년 동안 42번의 공식적인 컨설팅 미팅을 가졌다. 이러한 기록은 마토마가 바피에 관한 내부정보를 캐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길먼을 만났고, 길먼을 관리한 것을 알 수 있다.

길먼은 마토마가 금융적 이해를 넘어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을 개발하는 자신과 의학자들의 열정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길먼의 아내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마토마는 항상 그를 “길먼 박사”라고 부르며 존경을 표했다.

그러나 마토마의 이러한 행동은 길먼의 신임을 얻기 위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었다. 그에게 길먼은 궁극적으로 엘란과 와이어스에 대한 SAC의 엄청난 투자 포지션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미공개 정보를 캐낼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길먼은 마토마를 볼 때 자신의 불행했던 큰아들 제프를 떠올렸다. 제프는 똑똑했는데 마토마에게서 그러한 모습을 발견했다. 마토마는 바피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 세부적인 질문을 했고, 길먼은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주었다. 그것은 분명 그가 엘란과 와이어스와 맺은 비밀 유지 협약을 위반하는 행동이었다.

길먼이 아무리 헤지펀드를 모른다고 해도 마토마가 자기가 준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마토마가 성공적으로 투자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어쩌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선물은 마토마의 인생을 비참하게 파괴했고, 나아가 비극의 부메랑이 되어 길먼의 인생 전체를 무섭게 파괴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파멸의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2008년 6월 25일, 길먼은 마토마에게 ‘새로운 정보(Some News)’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엘란과 와이어스가 7월에 있을 국제 알츠하이머병 콘퍼런스에서 제2단계 임상시험 결과의 발표를 자신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길먼은 실험의 안전성 결과에 대해서만 접근이 가능했지만, 이제 길먼이 프레젠테이션을 맡게 되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2주 후, 엘란은 전용 비행기를 준비해서 길먼을 디트로이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데려갔다. 엘란의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길먼은 콘퍼런스 발표를 위해 회사의 임원들과 이틀간 같이 지냈다. 엘란의 책임자는 길먼에게 그가 알게 되는 모든 내용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가 미시간으로 돌아왔을 때 엘란의 임원은 길먼에게 ‘보안, 배포 금지(Confidential, Do Not Distribute)’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에는 24장의 슬라이드로 구성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의 최신 버전이 첨부돼 있었다.

길먼은 파워포인트를 열어 보았다. 바피의 임상 결과를 담은 많은 표와 차트, 그리고 수치들이 엉켜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마토마였다. 길먼은 1시간 45분 동안 통화하면서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자료는 전화로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마토마는 갑자기 주제를 바꾸면서 이번 주 토요일에 길먼의 사무실을 들러도 좋으냐고 물었다. 길먼은 흔쾌히 승낙했다.

2일 후, 마토마는 JFK 공항에서 디트로이트로 날아갔고, 앤아버까지는 택시를 탔다. 그는 캠퍼스에 있는 길먼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마토마는 단도직입적으로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슬라이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길먼은 잠시 망설였지만 컴퓨터로 가서 파일을 열어 슬라이드를 마토마에게 보여 주었다.

신약의 테스트 결과는 일부 환자 그룹에서 효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효과가 불확실했다. 향후에 더 많은 실험이 필요했다. 길먼의 말처럼 의학적 관점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신약의 상업성을 판단해야 하는 월가의 입장은 달랐다. 마토마는 실험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

이 결과는 9일 후에 공개적으로 발표될 예정이었다. 마토마는 이 결과가 발표되면 엘란과 와이어스 주식은 박살이 날 것으로 생각했다. 마토마의 마음이 급했다. 그는 밖에서 대기 중인 택시를 집어타고 디트로이트 공항으로 가서 오후 4시 델타항공을 타고 뉴욕 JFK 공항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일요일, 마토마는 코언에게 급히 통화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메일 제목에 ‘중요하다(It’s important)’고 썼다. 코언은 마토마에게 통화가 가능한 전화번호를 보냈고, 오전 9시 45분에 마토마는 코언과 20분 동안 통화했다.

코언은 그의 헤드 트레이더인 필립 빌하우어(Phillip Villhauer)에게 보유 중인 엘란과 와이어스 주식 전체를 매도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인 월요일, SAC는 보유하고 있던 엘란과 와이어스 전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SAC는 상당한 물량의 엘란과 와이어스 주식을 공매도하기 시작했다.

SAC의 매도는 비밀스럽게 진행됐고, 마토마는 자신의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에게조차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SAC는 거대한 물량을 매도하면서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다크풀(Dark Pool)을 포함해서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다크풀이란 익명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 밖에서 운용되는 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정말 흥미로운 것은 SAC의 내부 시스템에는 엘란과 와이어스 주식이 모두가 처분된 한참 뒤까지 SAC가 여전히 엘란과 와이어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는 것이다. SAC가 8일에 걸쳐 두 개 주식 보유 물량 전부를 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는 일체 매도 사실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처럼 코언은 엘란과 와이어스 주식의 매도 작전을 극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월가는 SAC가 어마어마한 재앙에서 극적으로 탈출했고, 오히려 엄청난 수익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이 엄청난 거래를 놓고 SAC의 트레이더들은 월가 역사상 최고의 전설을 만들었다고 자랑했지만, 너무도 의혹이 많은 거래였다.

SAC는 엘란과 와이어스의 임상시험 실패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여 거대한 보유 물량 전체를 매도했고, 게다가 공매도까지 침으로써 약 2억7500만달러의 이익을 실현했다. 이러한 놀라운 실적 덕분에 그해 마토마는 93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콘퍼런스 이후 여러 달이 지난 2008년 9월, 길먼은 마토마에게 “How are you?(잘 지내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길먼은 항암 치료를 막 끝낸 참이었다. 몇 주 동안 그의 회신을 기다렸지만 마토마는 회신하지 않았다. 길먼은 마토마가 회신을 하지 않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항상 길먼에게 건강이 어떤지 물으며 관심을 보였던 마토마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토마는 길먼에게 회신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그들이 다시 만난 곳은 법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