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홍보실 직원들이 있습니다. 기자들과 관계가 좋아서, 웬만한 부정 기사는 척척 알아서 뺍니다. 그 덕분인지 지난 몇 년간 회사에는 그리 큰 위기가 없었어요. 그 외 특별히 위기관리라는 게 필요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야기할 주제가 여럿이지만 그중 몇 개만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 ‘부정기사가 곧 위기’라는 도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 바랍니다. 부정기사는 그 자체만으로는 위기가 아닙니다. 일부 부정기사는 자사가 스스로 보기 힘들었던 블라이드 스팟을 찾아 개선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무조건 ‘부정기사는 위기다’라는 도식을 상식처럼 공유하는 기업에서는 반대로 부정기사가 없으면 우리에게는 위기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니 문제입니다. 평소 살피고 개선하고 예방하고 방지하는 위기관리 노력이 허술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홍보실이 아주 열심히 기사를 빼 부정기사가 없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본다면 반대로 홍보실이 일을 전혀 안 해도 부정기사 발생 가능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홍보를 하지 않아서 기자들이 해당 회사를 모르고, 홍보실 사람들의 존재도 모르면 부정기사를 쓸 정도도 주목하지 않게 되겠죠.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대안은 아닙니다.

둘째, 홍보실 스스로 ‘위기관리는 곧 부정기사를 빼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물론 회사에 대한 기자의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든 교정해 보려는 노력이나 시도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정기사를 빼고는 홍보실이 해야 할 위기관리를 다 했다고 자평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사내 각 부서가 대응하고 있는 외부 이해관계자들 중 언론처럼 문제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해관계자는 드뭅니다. 대관 업무 부서에서는 국회나 규제기관 등에서 관심 가지는 이슈를 찾아 사전 보고하고 대응 개선을 내부적으로 제안합니다. 영업에서도 고객들의 잠재 이슈를 찾아 개선 제안합니다. 이와 같이 홍보실에서도 언론에서 관심을 두고 문제의식을 투영하는 이슈들을 사전에 찾아 내부적 대응 개선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정기사가 빠졌다고 해당 문제까지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뿌리는 남아 다시 싹을 틔우고 계속 여기저기 언론의 주목을 또 받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홍보실은 연이어 기자를 만나고 기사에 대한 작업들을 무한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홍보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는, 언론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사전에 그 문제를 개선 관리하는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이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에서는 문제가 오랫동안 없는 것으로 보이면 그 문제를 다루는 사내 기능을 축소해 버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노사 분규가 없는 기업은 노사관계 담당자들이 극소수로 차차 줄어듭니다. 안전 문제나 사고가 장기간 없던 기업에서는 관련 담당자를 최소화합니다. 언론을 담당하는 홍보실도 비슷한 최후를 맞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홍보실이 열심히 부정기사를 빼다 보니 경영진이 우리 회사에게 위기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언론이 항상 우리 회사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부정기사는 잘 안 쓰고, 위기도 별로 없는데 홍보실 예산은 왜 그렇게 커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홍보실에 왜 저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한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영진이 나타납니다. 곧 부정기사를 열심히 빼는 것이 위기관리인 줄 알고 노력해온 홍보실이 오히려 위기를 맞는 결과로 마무리됩니다. 현재 관리하고 있는 위기를 정확하게 보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짜 회사의 위기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