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모바일게임이 국내에 많이 침투됐다는 건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유튜브 광고에는 선정적이거나 성장 욕을 자극하는 중국 게임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그런 게임들은 실제로 앱 마켓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매출액 순위에 중국 게임이 많이 올라가자 국내 중소개발사들이 설 곳이 없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반면 중국은 사드 문제 이후 약 2년째 우리나라의 모바일 게임을 단 한 건도 수입해주지 않고 있다. 또한 외산 게임들은 대체로 국내에서 시행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등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게임의 선정성 등 우리나라 국민의 눈초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중국 게임 수입에 대한 국내 반감이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게임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라는 점과 중국 게임 수입을 통해 국내 개발사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KGMA)는 지난 22일 서초구 더화이트베일에서 ‘늘어나는 중국게임 수입 어떻게 봐야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이엔피게임즈 이승재 대표, 한국콘텐츠진흥원 이태희 유통지원팀장, 매경게임진 이창희 대표가 참석했다. 

▲ 늘어나는 중국게임 수입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 곽경배 간사, 이엔피게임즈 이승재 대표,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매경게임진 이창희 대표, 한국콘텐츠진흥원 이태희 유통지원팀장.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은 “늘어나는 ‘한국’게임 수입 어떻게 봐야하나가 바로 10년 전 중국 게임 세미나의 제목이었다”면서 운을 띄웠다. 국내 게임 산업이 그사이 중국에게 자본력과 심지어 개발력에서까지 추월당했다는 뜻이다. 

中 게임, 한국으로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18년 중국의 게임 업체들이 정부의 몰매를 맞으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1순위 타깃이다. 중국은 지난해 3월 판호 담당 기관이 중앙선전부로 이전되며 자국 게임을 대상으로 한 내자판호 발급까지 중단됐다. 같은해 12월말 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제한적인 숫자이며, 아직 해외 게임에 주는 외산 판호는 한 건도 내지 않았다. 2018년 8월엔 아동 및 청소년 근시방지를 명목으로 온라인게임 총량을 제한하는 악재도 터졌다. 중국 정부는 대형 게임의 서비스를 돌연 종료시키기도 했고, 온라인게임 도덕위원회를 만들어 온라인게임의 도덕적해이를 검토하는 등 게임 업계 때리기를 이어나갔다. 

앞서 우리나라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바 있는 중국 게임 업체는 국내를 포함한 해외 진출에 더욱 힘을 쓰는 모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태희 유통지원팀장은 “업계에서 중국 게임사들이 매출 목표를 조정하고 그 목표를 해외에서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게임 시장 구조가 비슷한 한국도 그 타깃”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회장은 “중국 개발사들은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높은 한국을 노린다”면서 “한국 시장은 사이즈가 작아 마케팅 비용도 적게 드는 이점도 있어 그들의 한국 시장 공략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중 게임 수출입을 하고 있는 이엔피게임즈의 이승재 대표는 중국 게임이 국내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 가지 설명했다. 우선 국내 대기업 편중이 심화되어 중소기업이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 수가 적어졌다는 이유다. 양질의 게임이 대기업에 몰리며 중소 퍼블리셔들은 부득이하게 중국 게임 수입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그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마켓 사업자가 등장하며 글로벌 서비스가 쉬워진 점을 꼽았다. 이승재 대표는 “중국은 다양한 국적의 인재가 많기 때문에 인력 수급이 좋다”면서 “한국지사를 세우지 않고 중국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단순히 대행사를 이용해서 마케팅 활동만 펼치고 게임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게임 수입이 한국 퍼블리셔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대만 게임은 이미 검증된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게임을 위주로 들어오기 때문에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실패에 대한 위험이 적다는 말이다. 반면 개발 중인 국내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면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이태희 팀장은 이날 준비한 앱애니 데이터를 공개하며 중국 게임의 진출 현황을 설명했다. 앱애니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매출기준 TOP 100을 조사한 결과 그중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게임 개수는 2016년 20개, 2017년 26개, 2018년 35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TOP 100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6년 18%, 2017년 12%, 2018년 22%로 나타났다. 2017년 비중이 줄어든 건 국내의 리니지M, 리니지2레볼루션 등이 점유율을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뮤오리진 시리즈, 검과마법, 아이러브니키, 소녀전선, 붕괴3rd, 음양사, 라그나로크M, 배틀그라운드M, 벽람항로 등 많은 중국산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중국 게임 때문에 중소 개발사 설 곳 없다…? “원래 없었다”

중국 게임의 공습이 거세더라도 국내 대형·중견 게임사들은 나름대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중하위권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중국 게임의 침투가 근본적 원인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위정현 회장은 “국내 게임 생태계는 독과점 심화가 우선이고 그 이후 중국 게임이 들어오며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희 팀장은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보기엔 지표상 어렵다”면서 “PC게임의 경우에도 과거부터 많은 외산 게임들이 높은 PC방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계속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모바일 게임, 비관세 장벽으로 막아야 한다”

위정현 회장은 어느 정도의 보호장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위 회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중국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를 강화해야 하고 일부 선정성이 문제 되는 중국 게임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면서 “자율규제를 통과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못 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에서 그런 규제가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반문에 그는 “어느 나라도 무역에서 완전하게 투명하고 자유롭진 않다”면서 “비관세 장벽을 세우는 방향으로 보호무역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 중국 대사가 중국 정부에 무역 불균형과 형평성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에 끊임없이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경게임진 이창희 국장은 “모바일 게임의 자율등급제 시행 이후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중국 게임 수입이 거세졌다”면서 “심의제도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심의단계에서 묘책을 찾아낸다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창희 국장은 우리나라 정부 기관의 대중 게임 무역 불균형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 국장은 “정부기관에 중국 게임 수출입 문제 관련 사항을 물어보면 모른다는 답변이 많다”면서 “결국 그렇게 되면 중국 게임 수입 규제 관련해서도 민간 기관, 연구 기관, 기업, 언론 등이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막으면 다른 곳 여파 있을수도” 

이태희 팀장은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임 수출의 60.5%가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정도로 대중 무역 쏠림 현상이 심한데 우리가 중국을 규제하면 혹시 다른 쪽에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수출은 일부 게임들에 집중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주요 수출국이이며, 우리나라는 대중 무역 흑자 국가다”면서 규제를 두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팀장은 “업계에서 느끼는 정부에 대한 답답함은 공감한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특수성을 고려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대국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정부도 할 수 있는 게 특별히 없다”면서 “중국은 한국 게임의 판호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이에 논의 자체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 대표는 “중국 게임 수입을 규제해서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중국 게임을 수입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한국 게임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다만 중국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왕이되는자’도 중국 업체가 중국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와 선정성 문제 등을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반면 국내 기업들은 국내 정서를 지키고 확률형 자율규제도 준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호 발급 계속 외치지만… 발급받았을 때 경쟁력은?

이태희 팀장은 “사실 판호가 막히기 이전에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순위 TOP 100에 들어갔던 국내 모바일 게임은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판호를 풀어줘도 국내 게임이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평이다. 

이승재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지역을 커버할 만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특정 대도시에서 먹히는 게임을 만들 수는 있어도 중국 전역을 커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정현 회장은 “물론 우리나라 게임이 현재 중국 마켓의 상위권으로 가기 힘들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TOP 100에만 들어가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시장을 석권하려는 접근보다는 조금이라도 시장 점유율을 나눠 가져가는 식으로 가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