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서는 본인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자원을 유입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확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민간-공공의 자원을 유치하여 성장의 에너지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 심사위원들은 과연 무엇을 보는 것일까? 사업계획서의 타당성, 팀 빌딩, 시제품의 반응 등 어느 것 하나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요소들 중 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어떠한 요소들이 이러한 혼돈의 상황을 헤쳐 나가는 등대가 될 것인가?

먼저 ‘나는 앞으로 내가 헤쳐 나가야 할 바다가 있는가?’를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앞서 말한 바다는 시장이다. 굳이 바다라고 이야기 한 것은 향후 3~5년 간 향후 사업을 진행하야하고, 급격한 성장의 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골짜기나 들에 흐르는 개울로는 부족하다. 개울에서 월척을 잡아 올리겠다는 건 그야말로 무리수이다. 필요할 때마다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고, 다양한 어종의 생태계가 형성된 그런 곳이어야 한다. 헌데 이 단순한 기초적인 점검을 놓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자신이 느낀 불편, 주변인이 요구하는 필요 등이 앞서 말한 ‘개울’이 아닌지 점검해보기 바란다.

두 번째는 ‘나는 열정을 가지고 힘을 쏟으면 무엇인가를 이뤄낼 만한 그릇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다시 말하자면 창업가를 보는 것이다. 흔히 심사자들은 창업가의 열정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열정을 어떻게 보는가?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을 본다고 한다. 이성과의 만남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지를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음... 착한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과연 위선일까?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정말 착한 사람을 원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착한 사람의 기본 전제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직업-키-나이-취미 등등 세부적인 전제 조건을 만족하는 착한사람이 나오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심사자들에게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무한한 열정만 가진 사람이 아니다. 어떤 비즈니스에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쏟으면 뭔가를 이뤄낼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창업가의 열정은 그가 힘써 집중하면 그 성과를 거둘만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하에서 작동한다.

앞서 창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 두 가지를 던졌다. 막연히 열정만 있다거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일단 창업을 시작해보라고 누군가는 권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앞선 두 질문에 꼭 대답해야할 시기가 올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질문은 단지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비즈니스의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가는 등대는 내가 헤쳐나갈 바다(시장)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바다를 건너는 자기 자신(창업가)에 대한 믿음으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