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브랜드스토리에서 브랜드는 어느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①주인공 ②적대자 ③조력자 ④반대자

답은 ‘③조력자’입니다. 반면, 브랜드스토리 개발에서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 스스로 ‘①주인공’이 되려는 겁니다. 브랜드스토리텔링 소설이나 드라마 같은 일반적인 스토리 만드는 과정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인물 구도입니다. 일반적인 인물구도는 주인공, 적대자, 조력자, 반대자입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황후의 품격>(주동민 연출, 김순옥 극본)을 보겠습니다. 이는 장나라, 최진혁, 신성록, 신은경, 이엘리야가 주연을 맡은 SBS 수목드라마로 얽히고설킨 블랙 코미디 복수극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현대를 군주의 권력이 헌법에 의하여 일정한 제약을 받는 입헌군주제라는 가정입니다. 여기서 뮤지컬 배우 오써니(장나라)가 우연찮게 대한제국 황후가 되어 온갖 비리와 비밀이 감춰진 구중궁궐로 들어왔다가 복수와 치정이 난무한 왕족과 부패 권력의 민낯과 맞닿게 되죠. 게다가 살인 사건 의혹과 억울한 죽음을 대면하고 주인공은 그 진실을 찾는 스토리입니다.

드라마 인물구도를 보면, 주인공은 진실을 찾는 황후 오써니(장나라)이며, 적대자는 대한제국 태후 강씨(신은경), 조력자는 황실 경호대장 천우빈(최진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황제 이혁(신성록), 황제전 비서팀장 민유라(이엘리야)도 적대자로 볼 수 있지만, 오써니의 가장 큰 적대자는 태후 강씨로 볼 수 있죠. 주인공 오써니는 왕실과 비리권력이 조작한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적대자 태후 강씨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입니다. 이때 경호대장 천우빈은 오써니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 스토리처럼 브랜드스토리텔링 기본 구조도 ‘갈등과 해결’입니다. 주인공이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스토리로 만드는 거죠. ‘황후의 품격’으로 보면, 오써니의 갈등 상황, 즉 궁중의 비밀과 살인 사건의 의혹이라는 갈등 상황을 해결해 나가려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적대자와의 갈등과 조력자의 도움이 스토리에 개입되죠. 그럼, 브랜드스토리는 어떨까요? 필자가 근무했던 오리온의 닥터유 브랜드스토리를 예로 들겠습니다.

‘과자가 아토피의 주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2006년 무렵 이런 형태의 제목들이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제대로 사주지 못하고 걱정만 쌓여갔죠. 바로 이때 2008년 1월 오리온에서 출시한 과자가 ‘닥터유(Dr.You)’였죠. 당시 서울의대 교수 유태우 박사와 함께 개발해 영양설계한 과자로 스토리텔링하며 과자 구입을 망설였던 부모의 불편한 마음을 풀어줍니다.

닥터유 브랜드스토리에서 주인공은 갈등 상황에 놓인 부모입니다. 당연히 브랜드 닥터유는 주인공인 부모의 갈등을 해결하는 조력자가 되는 셈이죠. 닥터유 스토리뿐 아니라 노동자의 발을 편하게 해준 뉴발란스 탄생스토리, 페브리즈 광고스토리, 주택연금 정책스토리 등 많은 홍보, 광고, 마케팅 스토리텔링이 주인공은 고객이 되고 브랜드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와 달리 브랜드스토리텔링에서 주인공은 고객이 되어야 합니다. 주인공이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브랜드가 고객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고객에게 양보하고 브랜드는 거들 뿐이죠. 만약 브랜드가 욕심을 내서 주인공이 되려 하면 오히려 브랜드스토리텔링은 꼬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