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중국 유명 화가인 치바이스(1864-1957)의 전시회를 보았습니다.

2017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열린 그의 두 번째 전시였습니다.

중국 관점에서는 아주 유명한 화가 중 한 분으로 꼽혀서,

그들은 중국의 피카소 또는 레오나르드 다빈치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의 이번 작품 중 하나가 눈길을 끌어 이처럼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교사, 아이를 가르치다‘라는 작품인데, 세로로 길게 족자 형태로 그린 그림인데,

하단에는 실제로 스승이 아이를 가르치는 모습이고, 위의 여백으로는 물결 문양을

위로 갈수록 희미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그 물결 문양이 세월이 가는 것을 표하는데, 상단의 희미해진 물결 문양은 더 먼 과거를

표하는 거라 합니다. 이 그림은 문인화로 우리가 아는 일반 회화와는 달리, 그림이 있고,

거기에 작가가 그림 소재에 대한 얘기나 소회를 써놓아 해석을 돕는 형식입니다.

이 그림에서 물결 문양의 붓질 한번으로 엄청난 세월이 흘러간 것을 표현한 것을 보며,

우리가 국내외적으로 처한 답답한 현실에도 그런 붓질 한번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주 북미 회담을 앞두고, 무슨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이

준비하는 과정을 기 싸움 차원으로 표현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어찌될까요?

관심은 많이 가지만, 나 역시도 안타깝게 흥미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얘기되는 것을 들어보니 이번 회담은 북한이 불리할 것이라고 많이 얘기합니다.

이제껏 국제 사회에서 북한이 그나마 통했던 것은 정상인 미국과 국제 사회를 상대로,

비정상적으로 임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도 비정상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비정상 상태에서는 힘이 우열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인데,

미국이 압도적이니 결과는? 게다가 미국의 제재가 촘촘해져서 북한이 다급하다네요.

그러나 알 수 없는 게 협상이겠지요. 아무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며

모든 나라와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자고 외치니, 국제 사회가 점점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또 우리도 성장통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의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일흔 되신 어른과 우연히 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손자들마저 커서 해줄 게 없어지다 보니, 은퇴한 두 분만이 오롯이 남아

인생 단계에서 거의 처음으로 즐기고 있다는 겁니다. 귀, 눈, 입을 즐겁게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가면서 회의가 밀려온다는 얘기였습니다.

‘종착점이 보이는 인생에서 자신의 인생 열매는 무엇인가?’

그래서 최근 소박한 호사마저 줄이고, 시간과 돈을 좀 더 낮은 데로 써보고 있다 합니다.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손을 꼭 잡았습니다. 이런 선한 개인들이 조금씩 조금씩

우리 사회를, 세상을 앞으로 움직여 가는데, 제가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던 게지요!

지난 주말에 물이 흐르는 시골 계곡을 찾았습니다.

아직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데, 그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계곡 주변으로는 설핏 푸른 색도 비치고 있었습니다.

더디지만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