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관자 T 세포의 다발성경화증 발병과 진행에서의 역할. 방관자 T세포는 항원 인식과 관계없이 염증성사이토카인 IL-1β와 IL-23의 자극을 받아 활성화 되면, 중추신경계로 이동해 염증유발 단백질 (IL-17A, IFN-γ, GM-CSF)을 발현함으로써, 신경세포 항원 특이적 T세포와 함께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자가면역 다발성경화증 발병과 진행에 관여한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진이 류마티스 관절염, 뤂푸스, 다발성 경화증 등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스스로를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의 원인 중 하나를 규명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25일 최제민 한양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우리 몸속에는 약 10억~100억개의 T세포 클론이 있다. T세포는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B세포에 정보를 제공해 항체 생성을 돕고 세포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는 후천면역 핵심세포다. 일부 T세포는 면역 반응 등을 나타내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T세포는 면역반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같이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T세포를 ‘방관자 T세포’라고 한다.

▲ T세포 적응면역과 방관자 T세포. 세포는 항원에 특이적인 클론으로 존재하며, 이론적으로 하나의 항원에 특이적인 T세포 클론은 1개의 클론으로, 항원제시세포에 의해 활성화 돼 증식함으로써 항원 특이적 면역반응을 수행한다. 이때 항원과 관계없는 클론의 T세포들은 방관자 T세포로 분류된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은 ‘자기관용성(Self tolerance)’이 불균형해지면서 자기항원에 반응하는 특이 T 세포와 자기항체 등 면역 기전에 따라 발병한다고 알려졌다”면서 “이 질환은 아직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어, 질환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와 병인기전 규명, 치료제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전략수립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다발성경화증 쥐에서 중추신경계 조직에 방관자 T세포의 침윤. MOG 항원 기반의 다발성경화증 동물 모델에서 MOG 항원과 관련없는 T세포들이 척수로 침윤되며, 그 정도는 무려 95.31%에 이른다. 출처=한국연구재단
▲ 항원 자극이 없이도 IL-17A, IFN-γ을 발현하는 기억 CD4 T 세포. 연구진 관계자는 '기억 CD4 T 세포가 염증성사이토카인 IL-1β 와 IL-23의 자극만으로 활성화되어 항원과 상관없이 사이토카인 IL-17A, IFN-γ을 발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 다발성 경화증 발병과 진행에 관여하는 방관자 기억 CD4 T세포. 연구진은 MOG 항원으로 유도하는 다발성 경화증 동물모델에서, MOG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만 주입한 것에 비해, MOG 항원을 인식할 수 없는 (OVA 항원 인식) 방관자 기억 T세포 (OT-II memory-like Th17)를 같이 주입하였을 때, 자가면역 다발성 경화증이 더 일찍 발병하며, 더욱 심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방관자 T세포들이 면역반응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항원을 인식하지 않아도 오히려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반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생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신호물질인 인터루킨-1베타, 인터루킨-23에 의해 방관자 T세포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방관자 T세포는 척수 조직으로 이동해 인터루킨-17A, 인터페론-감마, GM-CSF 등의 신호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고, 다발성 경화증 발병․진행에 크게 관여한다.

연구진 관계자는 “쉽게말해, 자가면역질환에서의 방관자 T세포의 역할과 작용기전을 밝힌 것으로 방관자 T세포들이 자가면역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역반응에 관여할 수 있다는 단서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방관자 T세포 기능조절 등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전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제민 교수는 “이 연구는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이 적응면역반응과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원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시사했다”면서 “향후 방관자 면역세포들의 다양한 역할과 이들을 표적으로 하는 자가면역치료제 개발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