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산업 중 '레드 바이오(Red Bio)'로 명명된 보건의료-의약품 분야 산업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산업 시장 규모는 2017년 3802억달러(약 427조원)에서 연평균 7.8% 성장해 2022년 5536억달러(약 621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산업은 농수산‧축산‧식품 등으로 구분되는 그린 바이오(Green Bio), 환경‧해양‧에너지‧소재 등 바이오 화학 분야인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의약품 등 보건의료 분야 레드 바이오(Red Bio)로 크게 구분된다. 2017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바이오 산업 시장에서 레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57.3%(2180억달러)로 가장 크다.

기술발전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기존 글로벌 제약사가 약 49%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화학 의약품 시장과 별개로 레드 바이오 시장 규모는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한국 레드 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벌 레드 바이오 시장 연평균 9.2% 성장?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레드 바이오시장은 2017년 2757억달러(약 311조원)에서 연평균 9.2% 성장해 2023년 4670억달러(약 526종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 글로벌 레드 바이오 시장현황과 전망.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7년을 기준으로 2303억달러(약 259조원)으로 전체 레드 바이오 시장의 약 83.5%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큰 비중을 나타낸다. 이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등 혁신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또 이 분야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의약품 개발과 제조를 위해 대기업이나 서비스 수탁기관과 협력하면서 혁신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서비스 시장은 같은 해를 기준으로 447억달러(약 50조원)에서 연평균 12.8% 성장해 2023년 916억달러(약 10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의약품 개발과 제조를 위한 제조‧연구 수탁 활동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신약개발 초기부터 상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계약 당사자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바이오 서비스 포트폴리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 시장은 2017년 7억2000만달러(약 8100억원)로 전체 시장 중 0.3%를 차지해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내지면 연평균 성장률은 18%로 높은 편이다. 다수 바이오기업의 꾸준한 연구개발(R&D) 활동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발전 뿐만 아니라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업이 더 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드 바이오, 분야별 강세 기업은 어디?

레드 바이오 시장은 크게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서비스, 바이오인포매틱스 등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혁신신약인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시장과 오리지네이터와 효능, 안전성과 품질 등이 유사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나뉜다.

▲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제품 모습. 출처=한국애브비

바이오 혁신신약 시장은 화학의약품 시장과 구분할 수 있지만, 이미 화학의약품 시장에서 자금력을 확보한 글로벌 제약사는 대규모 R&D 투자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매출 1위 바이오의약품은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다. 이 의약품의 2018년 잠정 매출액은 202억달러(약 22조7250억원)다. 휴미라 매출은 올해 209억7000만달러(약 23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 따르면 오리지네이터를 개발을 위해서는 평균 10~15년 기간과 평균 1300만달러(약 146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오리지네이터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더라도 임상 1상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통과하는 신약승인까지는 성공률이 약 9.6%일 정도로 개발이 어렵다. 오리지네이터는 개발이 어렵고 치료에 더 효과적인 점 등에 따라 약가가 높은 편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이오시밀러다.

▲ 왼쪽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 3종 모습.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SBE)는 2018년까지 유럽에 바이오시밀러 4종을 모두 출시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와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암젠이 개발하고 화이자가 판매하는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와 J&J의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임랄디는 유럽 독일 시장에 출시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에서 승기를 잡아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에 임랄디가 공식으로 출시된 후 약 한 달 만에 이룬 성과로 성장세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퍼스트 무버’가 유리한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3종이 동시에 유럽에 출시된 가운데 SBE의 임랄디가 초반 기세를 잡은 것은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이 출시 중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제품 모습. 출처=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오리지네이터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 유럽에서 이미 오리지네이터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섰다. 의약품 시장조사기업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램시마는 유럽 28개국 대상 2018년 3분기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56%를 달성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 출시 유럽 시장 점유율은 내부적으로 60%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램시마는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단일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처방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정맥주사(IV) 제형이 투약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램시마SC를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파트너사를 제외하고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협업, 램시마SC 출시와 더불어 유통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바이오서비스 시장은 제약바이오기업과 바이오의약품 제조‧생산 공정 설비를 보유한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의약품 개발과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CMO’, ‘CDMO’ 전문 서비스가 있다.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SBL)다. 이 기업은 세계 최대 하루 생산능력(CAPA)을 보유하고 선진국의약품품질관리(cGMP)인증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의 케파는 18만리터 규모로 공장 연면적은 상압월드컵 경기장의 약 두 배인 11만8618㎡에 이른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내부 바이오리액터홀 전경.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별화된 CMO‧CDMO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정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공장 디자인이다. SBL은 제조공정기술(Manufacturing Science and Technology, MSAT)을 적용해 스케일-업(Scale-up) 공정을 단축했다. 이는 고객사가 의뢰한 제품의 대량 생산 조건을 빠르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BL은 또 데이터 축적을 통해 10리터급 바이오리액터에서 시생산 이후 바로 1만5000리터급 바이오리액터 셍산 조건을 예측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췄다. SBL 보유한 ‘N-1 Perfusion’ 배양 방식은 대개 세포은행에서 마스터 셀(Master cell)을 채취한 후 플라스크 배양으로 초기 세포 수량을 확보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바이오리액터로 넘어갈 수 있는 배양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SBL은 일종의 플랫폼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레드 바이오 산업에는 또 제약바이오기업의 의약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전임상부터 마케팅 연구까지 다방면의 연구개발(R&D)활동을 지원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시장이 있다. CRO는 생명과학 분야 혹은 제약사들의 임상 1상에서 3상, 시판 후 임상,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시판 후 조사(PMS), 안전성 연구와 관찰연구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임상연구영역을 대행 혹은 컨설팅하는 것을 뜻한다.

임상시험을 위해선 계획부터 설계, 관찰, 실시기관(병원 등)‧데이터 관리, 연구 결과 분석‧자문 등 여러 단계의 전문가와 조직 등이 필요하다. 한 기업이 관련 조직 등을 갖추긴 어렵다. 해외 제약사들은 예전부터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나 기관에 임상시험 대행을 맡겨 왔다. 이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CRO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 LSK Global PS가 수행한 위탁 임상시험 건 수. 출처=LSK Global PS

한국 CRO 부문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기업은 LSK Global PS로 이 기업은 2018년을 기준으로 약 1027건의 임상시험을 수행, 글로벌 임상시험만 약 116건 이상 대행했다. LSK Global PS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CRO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임 항암제 임상 1상 대행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레드 바이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바이오인포매틱스 시장에서는 NGS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기업들이 바이오인포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업게 관계자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역량이 강화되고 응용 분야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력이 NGS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신테카바이오가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특허 전용실시권을 획득한 DNA 추출 기술 활용 개념. 출처=신테카바이오
▲ 신테카바이오가 독자개발한 통합유전체 플랫폼 기술. 출처=신테카바이오

바이오인포매틱스, NGS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기업은 신테카바이오다. 이 기업은 30억개 염기서열을 630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누는 병렬분석기술을 제시했다. 이를 활용하면 방대한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분야에서 영국을 비롯한 해외는 다수의 환자와 정상인 유전체를 분석하는 대규모 코호트 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가 발표되기도 해 이 분야의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신테카바이오 관계자는 “통합 유전체 플랫폼 기술은 유전체 데이터 분석만이 아니라 의료현장‧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다양한 정밀의료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