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아테온.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으로 폭스바겐(Volkswagen)을 협박했다는 보도가 독일 일부 매체로부터 나왔다. 폭스바겐이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해 수십억 유로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22일(현지시각) LG화학이 폭스바겐에게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하여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 건설을 추진할 경우 앞으로 배터리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독일 경제 월간지 매니저 매거진(Manager Magazin) 등이 보도했다.

폭스바겐이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계속 불거져왔다. 지난해 11월 폭스바겐 배터리 공급자 중 하나로 공식 선정된 SK이노베이션과 공장 설립을 위한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독일 외신들은 폭스바겐의 이와 같은 행보의 배경에 테슬라의 ‘기가팩토리(Giga Factory)’가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협업하여 미국 네바다 등에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를 건설, 지난 2017년부터 생산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현재 기가팩토리 배터리 생산량은 연간 20GWh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새 기가팩토리 건설도 시작했다.

‘폭스바겐 협박설’에 대해 LG화학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중요한 고객 중 하나”라며 “추가수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턱대고 공급을 끊겠다는 협박을 할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라고 말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고 수위는 확인되지 않으나 설립 반대 의견은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며 “납품 업체가 고객사에게 반대 의견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것은 EV용 2차전지 기업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를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유식 애널리스트는 “외도를 막고자 했다고 LG화학과 폭스바겐 사이의 협업 관계가 약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2020~2021년형 EV 모델까지(2022년형 모델도 일부 포함) 2차전지 수주를 받아 놓은 상태로 2차전지 생산자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디젤 배기가스 배출량을 축소한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로 전기차 시장에 특히 집중해왔다. 지난 2017년 전기차 시장전략 ‘로드맵E’를 발표하며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0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정확한 공급 물량은 밝혀지지 않은 중에 LG화학 측은 “공급물량 및 가격은 실제 주문 및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