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10년째 유망 산업’인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시장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최근 정부가 BIPV 시장 확대를 위해 팔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규격 표준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성장 키워드로 대두되는 중에,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은 표준화 기반 마련을 위한 인증기준 제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BIPV 설치비 지원율을 기존 50%에서 최대 7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지부진했던 BIPV시장 확대 현실화 가능성이 늘어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BIPV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본다”라며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 선제적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BIPV는 태양광 모듈(발전판)과 건축물 외장재를 결합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다. 간단히 말해 창문이나 건물 외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도시 속 고층빌딩도 상당량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으며, 지붕 등에 모듈을 얹는 기존 태양광 건물보다 미관도 좋아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주목받아왔다.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이 대표 BIPV 건물이다. 전경련 회관은 BIPV 등으로 하루 평균 2000kWh 내외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알려졌다. 국내 4인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의 6개월 분량이다.

▲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시스템이 적용된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 사진=현대건설

BIPV 시장 확대 기대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졌다. BIPV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1.5배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해, 일반 부지에 설치된 태양광보다 전력생산을 1.5배 더 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 확대로 REC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에 ‘프리미엄’까지 붙으니 BIPV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전 등 전력 대량 생산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현재 총 생산량의 6%)을 충족하기 위해 REC 구입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이 어려우니 대신 소규모 업체가 생산하는 물량을 구입해서 대체하는 것이다.

REC 거래량은 올해 1월 현물 및 계약시장 합산 109만REC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7.3% 증가한 수치다. 거래총액 610억원이다. REC 시장은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의무공급비율이 2023년에 1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물태양광산업협의체 준비위원회도 발족됐다. 위원장을 맡은 손창식 신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친환경 전력 기조가 확대되는 중에 도시화 진척으로 고층 건물도 늘어나다보니 BIPV 기술이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라며 “기업, 학계, 연구기관, 정부 등이 협력해 BIPV 정보를 공유하고 시장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협의체 준비위원회가 발족됐다”라고 밝혔다.

시장 규모 작아... 비싼 가격이 발목 잡아

현재 국내 BIPV 시장 규모는 미미하다. 몇몇 중소업체만이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 LG하우시스 등 일부 대기업 계열사가 진출한 바 있지만, 현재는 거의 발을 빼 대기업 참여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현재 BIPV 관련 사업부는 없어진 상태다”라며 “사업성이 좋지 않아 정리했다”라고 밝혔다.

BIPV 단가가 일반 태양광 대비 비싼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발전 기능과 건축재 역할을 겸해야 하므로 주문제작 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호형(창문)의 경우 수밀성을 갖춰야 하고, 외벽재 형은 단열 기능을 갖춰야 하는 등 건자재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라며 “형태나 색상 등 미적 요소도 고려하다보니 주문제작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BIPV 모듈을 제작·공급하는 모 업체 관계자도 “빛이 들어오는 각도나 형태 등 고객이 원하는 스펙을 맞춰야 하므로 주문형 제작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했다.

효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인식도 성장 위축에 한 몫 했다. BIPV에 삽입된 모듈 효율은 일반 태양광시설과 동일하지만, 건물에 수직으로 설치되다보니 빛이 들어오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져 결과적으로 생산 효율이 감소한다.

특히, 태양광 전지는 주변 온도가 올라가면 생산효율이 떨어지는데, BIPV의 경우 건축자재 내부에 매립되므로 상대적으로 바람이 덜 통해 열 감소가 더디다.

▲ BIPV 기술이 적용된 인천글로벌캠퍼스(IGC) 건물. 사진=IGC

시장 확대 키워드 ‘대량생산’... 표준화 위한 인증기준 연구 중

BIPV 시장 확대 기대감이 모이는 중에, 관건은 ‘규격 표준화’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단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BIPV 표준화를 위한 절차가 진행돼왔다. 지난 2017년 BIPV 모듈 KS인증기준이 제정돼 성능평가 조건과 절차 등 제반 기준이 마련됐다.

현재는 한밭대학교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BIPV 모듈과 인버터(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장치)등을 연결하는 BIPV 시스템 KS인증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BIPV 시스템 인증 기준까지 생기면 표준화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국제표준기구(ISO)와 유럽 일부 나라는 BIPV 모듈과 시스템 인증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인증기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윤종호 한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축법 반영 등 국내 실정에 맞는 BIPV 시스템 인증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인증기준 제정과 시장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면 대량생산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교수는 BIPV에 대한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효율성 문제에 대해 그는 “설치 각도 등에 따라 일부 효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BIPV 자체 효율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연간 발전량으로 볼 때 치명적인 수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BIPV 모듈 수명 감소에 따른 리모델링 우려에 대해서도 “BIPV 모듈 수명은 20~30년으로 기존 건축재 수명과 비슷하기 때문에 별도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