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와 B씨는 2010년경 “외부적으로는 A씨 소유의 부동산 명의를 B씨 앞으로 두되, 내부적으로는 위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A씨가 B씨에게 요청하면 언제든 위 부동산의 등기를 A씨 명의로 회복시키는 내용의 계약(이하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위 부동산의 등기 역시 B씨 명의로 마쳤다. 한편 B씨 앞으로 부동산 이전등기를 마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A씨는 2012년경 B씨에게 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A씨 명의로 위 부동산 등기를 회복시켜 줄 것을 요청했지만, B씨는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B씨 명의 앞으로 되어 있는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A씨 명의로 이전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지난 20일 대법원은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를 A씨 명의에서 B씨 명의로 이전해 달라는 취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과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고 B씨의 주장대로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위반으로 ‘무효’인지, 그에 따라 명의수탁자인 B씨 명의로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에 대한 원피고 대리인, 참고인인 법학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우리 법체계 상 부동산 소유권의 변동은 매매, 증여 등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한 원인‘계약’관계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이행되어 ‘등기’까지 이전되어야 비로소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이른바 ‘형식주의’를 따르고 있다. 만약 당사자 간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한 원인‘계약’ 관계만 존재한다면,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쪽에서는 상대방에 대하여 부동산 등기를 이전해달라고 청구할 권리만 발생할 뿐 소유권 자체는 아직 이전되지 않은 상태로 보고, 반대로 원인‘계약’도 없이 소유권이전등기만 존재하는 상태라면 이는 원인무효의 등기에 해당하여 진정한 소유권자의 청구에 의해 말소해야 할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부동산 소유권부동산 등기부 상의 소유권자를 실제 소유자인 신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인 수탁자의 명의로 해 두는 명의신탁은 이러한 ‘형식주의’의 예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명의신탁제도는 일제강점기 동안 종중재산을 종원의 이름으로 등기를 하던 관행이 그대로 굳어진 결과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라 법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免脫) 등의 목적으로 악용되는 문제점으로 인해 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1990년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여 부부, 종중, 종교단체 등 예외적으로 명의신탁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그것도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免脫)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고(제8조 참조), 이외의 경우에는 ‘무효’라고 보았다(제4조 참조).

그런데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부동산 명의신탁 약정을 한 경우라면 법적인 효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쟁점이 된 것 역시 이 지점인데, 지금까지의 우리 법원은 당사자 간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만큼(부동산실명법 제4조), 명의수탁자 앞으로 되어 있는 등기는 아무런 원인‘계약’없는 등기이전이므로 명의신탁자의 청구에 의해 원인이 없는 등기이므로 말소 후 신탁자 명의로 회복되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당사자들이 부동산실명법 상 금지된 명의신탁약정을 한 만큼 이들에게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은 별론이다(제7조).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한 주장 중 “명의신탁약정은 단순한 ‘무효’가 아니라 민법 제103조 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무효’이며,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재산을 급여한 것이므로 명의신탁자가 이에 대한 반환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른바 ‘불법원인급여’ 주장”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판례 변경까지 염두에 두고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이 사건을 계기로 판례를 변경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한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또는 명의신탁자로의 등기이전 청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동안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규정(제7조)으로도 막지 못한 부동산 명의신탁의 관행은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명의신탁을 할 경우 명의수탁자로부터 등기를 다시 재이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세, 강제집행 면탈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명의로 부동산 등기를 이전하는 경우는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