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경비 로봇이 워싱턴 하버를 순찰하고 있다. 생산 일자리를 위협해온 로봇은 이제 경비원 같은 저임금 일자리도 대체할 것이다.   출처= Knightscop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로봇의 인간 노동력 시장에 대한 침투도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기업이 자동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만나면, 그것은 일시에 급속도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 기업에게 그런 동기는 경기 침체 시기에 발생한다. 침체기에 접어들면 고용주들은 필요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지만, 사업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전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수행했던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나 기계로 눈을 돌린다.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정부 셧다운이 오래 지속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나 내년에 또 한 번의 경기 침체가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오래 지속되었던 경제 성장이 끝날 때쯤이면 로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3.9%에 달할 정도로 인간 노동력은 더 이상 공급의 틈이 없어 보이지만, 로봇 노동력에는 여유가 많다.

이 다음 자동화의 물결은 단지 공장 생산 현장에서 볼 법한 날렵한 로봇 팔만이 아닐 것이다. 미래의 로봇은 키오스크(kiosk, 가판 매장)에서 주문을 받고,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교대 근무조를 짜기 위해 필요했던 근로자의 수를 줄이는, 셀프 서비스 앱이나 스마트 소프트웨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이 시스템들을 시험하고 있다. 불경기가 끝나면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올 자리를 그런 로봇들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초당파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마크 무로, 로버트 맥심, 제이콥 휘튼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미국 산업의 상당수가 향후 수십 년 안에 자동화로 인한 격변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은 (경험이 없어 숙련도가 떨어지는) 젊은 노동자, 소수민족 노동자,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체 일자리 수는 늘어나겠지만, 많은 근로자들이 적응에 애를 먹게 될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는, 로봇이 오랫동안 침체를 겪고 있는 제조업 분야를 계속해서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은, 한때 너무 인건비가 저렴해 자동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식품 서비스 종사자들과 같은 저기술 서비스 직종까지 잠식하게 될 것이다.

▲ 이 다음 자동화의 물결은 단지 공장 생산 현장에서 볼 법한 날렵한 로봇 팔만이 아닐 것이다.    출처= Gizmodo

일단 기술이 대체한 후에는 경기 회복돼도 일자리 돌아오지 않아

경제 전문가들은 기술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사무실 칸막이 안에서 주입식으로 일하는 작업이나 공장 현장에서 동일한 수동 작업을 계속하는, 이른 바 반복적인 작업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미국의 중간 소득 일자리가 크게 증발했다. 오늘날 미국 노동자들은 기계를 설계하는 고임금 직원과 기계를 청소하는 저임금 근로자, 그리고 이 두 계층의 근로자들에게 적당한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또 다른 저임금 서비스 근로자로 나뉘어져 있다.

조만간 경제 통계학 학술지(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에 발표될 논문에서,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의 경제학자 니르 자이모비치 교수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헨리 슈 교수는, 반복 작업 일자리의 경우, 실직의 88%가 경기 침체 이후 12개월 이내에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1990-1991년, 2001년, 그리고 2008-2009년 경기 침체에서, 반복 작업 일자리가 없어진 일자리의 거의 100%를 차지했다. 그들은 이후 경제가 회복되었을 때 거의 되돌아가지 못했다.

WE 업존 고용연구소(W.E. Upjohn Institute for Employment Research)의 경제학자 브래드 허스바인과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의 리사 칸 교수에 따르면, 금융위기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도시의 기업들이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하며 신규 고용에 대한 자격 요건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분석업체인 버닝 글래스 테크놀로지스(Burning Glass Technologies)가 2007년과 2010-2015년에 수집한 거의 1억 건에 달하는 온라인 구인 광고를 분석한 2018년 미국 경제 리뷰(2018 American Economic Review) 분석 결과, 기업들이 반복 업무를 수행했던 근로자들을 로봇과 더 숙련된 근로자들로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영향은 사무원, 영업사원 같은 ‘인지’(cognitive) 근로자들에게 특히 두드러졌다.

▲ 아마존은 2021년까지 3000개의 무인 매장을 열 계획이고 샘스클럽(Sam’s Club)과 그 외 몇몇 경쟁자들도 무인 매장 확산에 가세하고 있다.    출처= CNET

로봇, 인간 대체할 준비 다 돼 있어

현재 미국 경제는 완전 고용에 가깝다. 일자리를 원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실업률은 10개월 연속 4.0%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로봇의 노동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많다. 인건비가 높아지고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기업들은 꾸준히 대안을 실험해 왔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에서는 작은 냉장고 크기 만한 로봇이 1달러 99센트에 음식을 배달한다. 슈퍼마켓 자이언트(Giant)에서는 키 크고 날씬한 로봇이 유출과 위험을 찾아 거대 슈퍼마켓을 순찰하며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이나 위험 요인을 찾아낸다. 월마트는 올해 1월 말까지 미국 전역의 매장에 바닥 청소 로봇 잠보니스(Zambonis)를 360대 배치했다. 로보마트(Robomart)라는 스타트업은 슈퍼 체인 스톱앤샵(Stop & Shop)과 제휴해 보스턴 지역에서 로봇 미니밴으로 이동식 슈퍼마켓을 실험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존은 2021년까지 3000개의 무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샘스클럽(Sam’s Club)과 그 외 몇몇 경쟁자들도 무인 매장 확산에 가세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고 인건비가 싼 경기 침체 기간을 전후에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침체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면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같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훨씬 더 비싸게 보이기 시작한다.

경험이 없어 쉬운 일들을 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가장 민감하다. 젊은 노동자의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9% 밖에 되지 않지만, 임금이 싼 음식 서비스 근로자들의 29%를 차지한다. 또 생산직 일자리 10개 중 7개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격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는 히스패닉계 근로자들이 다른 어떤 인종이나 민족 집단보다 영향을 더 심하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없는 미국 인디언과 흑인 근로자들도 직업을 바꾸거나 잃을 위험이 높다.

금융 위기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러스트벨트 지역은 여전히 자동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브루킹스는 기술이 어느 다른 도시보다도 자동차 부품 공장이 몰려 있는 오하이오주 털리도(Toledo)를 강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의 마크 무로 연구원은 “다음 경기 침체에 무엇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그것이 다음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