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스티엔체 반 벨트호벤 네덜란드 국토부장관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출처= 네덜란드 국토부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구 1700만 명에 자전거 숫자는 2300만 대.

네덜란드는 이미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그런데 이 나라는 아직도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비길 원하며 이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려고 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앞으로 3년 내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20만 명 더 늘리기 위해 자전거 인프라에 3억 4500만 유로(4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국토부(MIWM)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고속도로'(cyclist freeway) 15개 노선을 개발하고, 2만 5000대의 자전거 주차공간을 조성하며, 60개 이상의 자전거 보관시설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스티엔체 반 벨트호벤 네덜란드 국토부장관은 "나의 야망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더 쉽게 직장이나 학교에 가고 가족과 친구들을 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하자

그렇다고 네덜란드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교통정책 분석연구소(Netherlands Institute for Transport Policy Analysis)에 따르면 2016년에 네덜란드 국민의 모든 이동(trips)의 4분의 1은 자전거를 이용한 이동이었다.

그러나 그 이동 중 단지 25%만이 일과 관련이 있는 이동이었고, 37%는 여가를 위한 이동이었다. 나머지는 학교, 쇼핑, 또는 다른 활동을 위한 것이었다.

반 벨트호벤 장관에 따르면, 네덜란드 인구의 50% 이상은 직장에서 15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살고 있으며,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7.5km 미만의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런 사람들이 자동차를 버리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려고 한다.

네덜란드는 지금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km당 0.19유로(240원)의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기업들과 직원들은 당연히 자전거 노선의 확대를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국토부에 따르면, 기업들이 직접 주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혜택이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그 계획을 더 잘 홍보하고 더 많은 회사들을 참여시킴으로써 그런 상황을 바꾸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는 직원들의 자전거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회사들이 이미 11곳이나 된다. 정부는 기업들이 회사 샤워 시설 등, 자전거 출퇴근자들을 위해 더 좋은 시설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네덜란드 필수 관광지 암스테르담 운하에 주차된 자전거들.  출처= Holland marketing

자전거 타는 문화

오늘날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많이 타는 문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암스테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도시 사이클링 연구소(Urban Cycling Institute)의 메레디스 글레이저 연구원은 "1960~70년대만 해도 네덜란드의 많은 도시들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만든 탓에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며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자전거 타기, 걷기 우선 정책이 시행되었다”고 말한다.

또 당시 어두운 경제 여건도 자전거 타는 사람의 비율이 높이는데 일조했다. 1970년대의 석유파동, 1960~70년대 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주변지역 철거에 반대하는 사회 운동, 도시 인구 밀도 증가와 국토개발계획도 단거리 자전거 여행을 장려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제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현대 교통 수단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번에 새로 계획되는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 노선에는 수도 암스테르담과 위성 도시인 암스텔베인(Amstelveen) 구간, 북부 대학 도시인 그로닝겐(Groningen)과 네덜란드의 ‘자전거 본거지’로 알려진 드렌터(Drenthe)주(州)의 도시 아센(Assen)을 잇는 도로가 포함되어 있다.

공사는 향후 3년 이내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