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연결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스몰 비즈니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플랫폼 플레이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기존의 폐쇄적 규약을 일부 포기하면서 말 그대로 연결의 시너지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원천 기술 포인트가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수행한다. 네이버가 추구하는 연결의 철학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네이버의 모바일 첫화면 초기 버전. 출처=네이버

"연결하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18년 10월 1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 행사에서 모바일 첫화면 개편 일부를 공개하며 "네이버는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이 사용자들과 연결되도록 만들어, 생산적인 플랫폼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면서 “3000만명이 사용하는 네이버 첫 화면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으며, 결국 네이버의 본질인 연결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위 드루킹 파동으로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 개편이 탄력을 받았으나, 이러한 변화는 큰 틀에서 보면 네이버가 추구하는 가치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자사 플랫폼으로 들어오려는 플레이어들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했고, 이러한 플랫폼 파워를 통해 국내 ICT 업계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 시대, 오픈 이노배이션의 시대가 열리며 네이버의 전략은 그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는 플랫폼의 가치에 기술을 포함하며 유인 효과를 마련하고, 다양한 외부 플레이어들을 모아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일으키는 로드맵을 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플랫폼에 들어오려는 이들에게 맹목적인 충성이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도 역력해지고 있다. 스몰 비즈니스 방법론이며,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 구글 콘셉의 근거다.

네이버가 콘텐츠 장악력을 일정정도 포기하고 각 플레이어의 연결에 집중하는 것은 한 대표의 야심작인 프로젝트 꽃에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을 모아 그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면서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연결을 공익적 관점에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한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뉴스 콘텐츠 편집권을 조금씩 포기하는 대목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뉴스 제작자와 고객을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며 여기에서 네이버의 존재감은 흐려지고 있다.

네이버TV 채널 광고 적용도 비슷하다. 네이버는 네이버TV 개편을 통해 2월 중순부터 채널 별 구독자 300명 이상, 총 재생시간 300시간 이상이 되어야 광고를 적용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진입장벽을 만들었으나 채널 개설 조건을 기존 300명 이웃에서 100명 이상으로 변경했다.

▲ 네이버TV가 보인다. 출처=네이버

최초 플랫폼 진입장벽을 낮추는 장면은 많은 플레이어들을 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여기에는 '네이버만 바라보고' 활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깔린다. 진입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네이버가 '일단 들어오라'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 진입장벽을 높인 대목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으나 네이버TV 플랫폼 자체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진입해 서로 경쟁, 이후 양질의 콘텐츠가 많아진다면 오히려 상품성이 높은 채널 개설자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네이버의 기술력은 플레이어를 규합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브이에 적용된 자체 개발한 ULL 기술은 2초대의 지연속도(latency)로 실시간 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브이를 넘어 네이버TV 등 다양한 동영상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한성숙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이커머스 전략에 드러난 네이버의 연결
네이버의 연결은 이커머스 로드맵에서도 잘 드러난다. 네이버의 커머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이버 포레스트 CIC는 22일 네이버 모바일 웨스트랩(West Lab)의 새로운 실험 공간이 될 '셀렉티브(Selective)​'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먼저 체험해볼 수 있도록 ‘트렌드판’에 우선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3월 5일 웨스트랩의 셀렉티브판으로 운영된다는 설명이다.

셀렉티브는 스타일 좋은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둘러 보면서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바로 구매까지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북 서비스다. 다양한 SNS 채널에 흩어져 있는 스타일 관련한 콘텐츠 중 정제된 콘텐츠만을 모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사용자들은 빅테이터 기반의 추천 기능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둘러보면서 좋아하는 스타일과 아이템을 발견하고, 해당 아이템을 바로 구매까지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인플루언서와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디스커버(Discover) 기능과 관심 있는 인플루언서의 스타일을 한 눈에 모아 볼 수 있는 팔로우(Follow) 기능, 일종의 저장 개념인 셀렉션(Selection) 기능으로 구성된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 개편을 통해 연결의 가치에 집중하는 한편, 실험적인 플랫폼인 웨스트랩을 통해 이커머스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고객의 만남을 끌어내면서 소위 인플루엔서를 등판시켰다. 커머스와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의 '권한'에 시선이 집중된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뿐 아니라 해당 인플루언서의 쇼핑몰 또는 인플루언서가 선호하는 다른 브랜드 사이트들까지도 자유롭게 연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셀렉티브가 보인다. 출처=네이버

최초 플랫폼 진입 장벽을 낮추고, 플랫폼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에게 굳이 네이버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오픈 플랫폼, 자유로운 연동을 보장하면서 네이버가 추구하는 연결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네이버에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디어 커머스의 경쟁력은 기반 플랫폼의 스펙트럼 확장에 있고, 네이버는 이 영역에서 최강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굳이 폐쇄형 생태계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특유의 기술력으로 강력한 유인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네이버 셀렉티브는 웨스트랩의 실험적인 시도이면서, 이커머스에 큰 관심이 있는 네이버의 웨스트랩 활성화 전략이기도 하다.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는 “요즘에는 사용자들이 검색이나 쇼핑몰 이용 외에도 특별한 목적 없이 관련 콘텐츠를 둘러보다가 자연스럽게 쇼핑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많이 보이고 있고, 이러한 사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라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특히 커머스와 콘텐츠의 결합으로 웨스트랩에 새롭게 시도되는 ‘셀렉티브’는 기존의 네이버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함은 물론, ‘웨스트랩’ 영역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네이버는 다양한 각도에서 연결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단순 연결의 가치에만 그치면 네이버의 존재감이 작아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개연성도 있다. 플랫폼 생태계를 통해 벌어지는 논란에서 기계적으로 발을 빼려고 한다거나, 혹은 '그러는 척'만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연결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도 따져야 할 숙제다. 한 대표는 지난해 열린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2018를 통해 스몰 비즈니스 현황을 소개하며 "전체 스몰 비즈니스 사업자를 568만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네이버 전화번호 등록 등 기본적인 디지털 경제를 도입한 사업자는 23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스마트스토어 등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사업자는 아직도 34만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장의 여백이 크면서, 갈 길도 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