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1000만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극한직업>의 주인공 고반장(류승룡)의 대사에 나오는 양념갈비맛 소스와 통닭이 조합을 이룬 ‘왕갈비 통닭’은 수원 먹자골목의 상권을 다시 살렸다. 이에 온라인과 SNS에서는 왕갈비 통닭의 요리법이 공유되는가 하면 범주가 다른 두 주체의 새로운 조합으로 나온 탄생한 상품에는 어김없이 “지금까지 이런 OO은 없었다. 이것은 OO인가, OO인가”라는 코멘트가 유행처럼 번졌다. 바야흐로 센스있는 ‘크로스 오버’의 시대다.

‘크로스 오버(Cross-over)’는 본래 음악예술계에서 쓰인 말로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크로스 오버는 주로 대중문화 영역에서 사용되다가 최근에는 정치, 경제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회자되고, 활용되고 있다. 유사한 용어로는 퓨전(Fusion)·하이브리드(Hybrid)·컨버전스(Convergence)·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등이 있다. 고정된 개념이나 경계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크로스 오버는 4차 산업혁명이 강조하는 ‘융합’과 맥락을 같이 하기도 한다. 

▲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출처= 삼성전자

이에 산업 영역에서는 다양한 크로스 오버들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은 다른 의미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새벽(한국시간) 발표된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는 그야말로 세계인들을 충격으로 흥분시켰다. “스마트폰으로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는 글로벌 IT업계의 고정관념에 맞서듯 ‘접었다 펼 수 있는(Foldable) 기기’의 기술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크로스 오버를 이끌어 냈다. 이에 대해 전 세계 IT매체들은 “과거 스마트폰의 혁신은 애플이 주도했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삼성전자가 주도할 것”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또는 이를 본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이런 스마트폰은 없었다. 이것은 스마트폰인가 태블릿PC인가"라며 <극한직업>의 대사를 패러디한 댓글로 반응들읗 보이기도 했다. 

게임업체 그라비티의 인기 모바일 게임 ‘라그나로크M’은 일본의 SF명작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과의 콜라보레이션 업데이트 이벤트를 열어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에반게리온을 보고 자란 30대~40대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로벌 게임기업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메카닉(로봇)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세계관을 하나로 이은 콘솔용 RPG게임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신작 <슈퍼로봇대전T>를 선보여 메카닉 애니메이션과 게임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 크로스오버의 대표적 사례 게임 <슈퍼로봇대전>의 신작 <슈퍼로봇대전T>. 출처=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그런가하면 왕갈비 통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치킨 프랜차이즈와 식품 기업의 재미있는 시도도 있었다. 롯데제과는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와 협업해 자사의 인기 과자 ‘치토스’와 멕시카나의 치킨 메뉴를 조합시킨 ‘치토스 치킨 콘스프맛’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김없이 “이것은 과자인가 치킨인가”라는 반응하기도 했다.    

 
일련의 크로스 오버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과 ‘익숙한 것’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비 대상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다. 전혀 새로워 낯선 것 보다는 익숙한 것들의 조합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종산업과의 결합과 융합이 활발해 짐에 따라 앞으로 크로스 오버는 산업, 문화, 정치, 경제를 넘나드는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대의 크로스 오버에 대해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는 “이제는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인식하고 정부와 기업들은 모든 기능 간 경계를 뛰어넘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한 분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략적 제휴, 가상조직의 활성화 등 수평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평면적 위계질서의 시대에 맞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