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를 제외한 비(非)국방 자본재의 신규 주문을 나타내는 근원 기업투자 지수(underlying business-investment gauge)는 12월에 0.7% 감소해, 2018년 8월 이후 5개월 동안 4개월이 감소를 보였다.    출처= Industry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기업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2018년 후반 5개월 중 4개월이 하락세를 나타냄으로써,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21일, 지난해 12월 미 기업들의 내구재 주문량이 전월보다 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주로 상용 항공기 및 부품과 차량 및 차량 부품 주문이 증가를 주도했지만, 이런 운송 부문을 제외하면 전체 내구재 주문 증가는 0.1%에 불과했다.

항공기를 제외한 비(非)국방 자본재의 신규 주문을 나타내는 근원 기업투자 지수(underlying business-investment gauge)는 12월에 0.7% 감소해, 2018년 8월 이후 5개월 동안 4개월이 감소를 보였다.

영국의 조사컨설팅 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앤드루 헌터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4분기 들어 설비투자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됐고, 올해에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몇 달 동안 글로벌 제조 여건의 악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교역 상대국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세계경제 성장은 둔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국 달러화의 강세와 맞물려 미국 제품에 대한 수요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런 무역 긴장과 글로벌 요인들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제조업 부문의 건전성 지표인 공장 성장(factory growth)은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산업 생산(industrial output)은 예상 외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암허스트 피어폰트 증권(Amherst Pierpont Securities)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1일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에 대해 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이 고조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12월과 1월에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더욱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상무부 데이터는 때늦은 감이 있다. 한 달 이상 지속된 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상무부 보고서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의 기업 투자가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은 고유가와 에너지 부문 투자가 주를 이루었다. 정부도 지난해 국방 부문 내구재 지출을 크게 늘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1차 금속과 기계류 주문은 감소했고 반면, 미국산 컴퓨터와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도 지난해 11월 감소 이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제품 수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신장비의 신규 주문은 5%나 감소해 거의 2년 만에 월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전기장비, 가전제품, 기계부품 주문도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인들의 스마트폰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규 스마트폰 수요가 예전만 못한 것도 전자제품 수요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