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넷마블이 넥슨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가운데, 넥슨과 넷마블의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한 관심이 나온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지난 13일 2018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 IP(지식재산권)와 게임 개발 역량을 높이 보고 있다"면서 "넷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사업 역량과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이 결합되면 좋은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세대 온라인 게임 시장 이끈 넥슨, 장수 IP 여럿

▲ 판교 넥슨 사옥 앞 넥슨 로고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jpg(2)

넥슨은 1990년대 후반부터 PC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며 2000년대 국내 게임 시장을 이끌었다.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캐주얼, RPG, FPS 등 여러 장르의 다수 인기작을 내놓았다. PC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에는 게이머라면 넥슨 게임 한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넥슨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많은 게임들이 2010년대로 넘어오고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되며 추억 속으로 사라진 반면, 넥슨 게임들은 여전히 PC방 순위권을 지키고 있다.

20일 PC방 분석 사이트 더로그에 따르면 일간 PC방 사용시간 점유율 TOP 10 게임 중 넥슨의 게임은 피파온라인4,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5종이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대표 인기 스포츠 게임이다. 서든어택은 지난 2005년 출시된 FPS 게임인데, 배틀로얄 장르가 결합된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국내 정통 FPS 중 가장 많은 이용자가 즐기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0년 서든어택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카트라이더는 지난 2004년 출시된 레이싱 게임이다. 이 게임은 최근 e스포츠 리그가 다시 관심을 받으며 인기 역주행을 달리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대표 캐시카우 게임이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글로벌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횡스크롤 MMORPG이며,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메이플스토리는 2018년 여름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2017년 대비 매출액이 67% 성장했다. IP의 힘이 여전히 강력하다.

던전앤파이터는 지금의 넥슨을 있게 해준 1등 공신 IP다. 이 게임은 2005년 출시했으며 중국 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중국 내에선 텐센트가 서비스를 맡고 있는데, 텐센트는 지난 2017년 한 해 던전앤파이터 수익에 대한 로열티로 약 1조원을 네오플에 지급했다. 2018년 넥슨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던파의 지난해 수익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게임은 넷마블과 함께 넥슨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진 텐센트가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는 매출액 비중으로 미미하지만 게임 유저들의 뇌리에 자리 잡은 익숙한 IP들도 여럿이다. 특히 RPG류에서 마비노기, 테일즈위버, 어둠의전설, 일랜시아 등 존재감 있는 IP가 포진해있다.

넷마블, 유명 IP 게임 개발 자신있다

▲ 넷마블 사옥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넷마블은 사업 방향을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바꾼 이후 대박을 터트린 대표적 게임사다. 대박의 배경에는 인기 게임 IP 제휴를 통한 게임 개발·서비스가 한몫했다. 그 예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IP를 이용한 ‘리니지2레볼루션’이 2017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례적인 대박을 터트렸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은 국내 출시 첫달에만 2060억원 매출을 올렸고 출시한 지 1년8개월만에 1조46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인기는 이어지고 있어 현재까지도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액 순위 TOP 5에 머무르고 있다. 

IP의 효과와 자사의 개발력의 시너지를 절실히 느낀 넷마블은 리니지2레볼루션을 잇는 레볼루션 시리즈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2018년 12월 내놓았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꾸준히 앱마켓 매출 순위 2위를 지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블소 레볼루션의 하루 평균 매출액을 약 1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MMORPG 장르 외에도 넷마블은 해리포터, BTS, 마블 등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을 여럿 내놓았다.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인기 IP 제휴는 판매 수익에 대한 일정 로얄티를 지급해야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앱마켓의 유통수수료도 30% 수준으로 높은 데다가 대규모 마케팅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커진다. 실제로 게임 빅3로 통하는 넥슨, 넷마블, 엔씨 중 넷마블의 영업이익률은 가장 낮다. 2018년 기준으로 넥슨 39%, 엔씨 36%, 넷마블 12%다. 주력 플랫폼과 퍼블리싱 사업 방향 차이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자사 인기 IP에 부재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은 넷마블에 대해 IP 발굴과 육성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넷마블도 이에 동감하고 있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자사의 IP 발굴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자주 강조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를 잇는 세븐나이츠2 출시를 준비 중이며 모두의마블 운영에도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IP인 A3도 내놓는다.

그렇지만 IP가 강해지려면 인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넷마블이 넥슨의 IP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넥슨의 IP는 2000년대부터 시작한 장수 게임이 많다. 넷마블이 최근 모바일에 이어 콘솔 게임까지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넥슨 인수로 유명 IP를 활용할 수 있으면 사업 역량이 크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독보적 1위 업체 등극, PC와 모바일 게임 균형도

2018년 매출 기준으로 국내 1위는 넥슨(2조5296억원), 2위 넷마블(2조213억원), 3위 엔씨소프트(1조7151억)다. 넥슨과 넷마블이 합쳐지면 매출액은 4조5509억원이 된다. 이 정도 규모의 매출액은 국내 중견 기업들의 매출액을 다 합쳐도 넘보지 못할 수준이다. 독보적인 국내 최대 업체가 되는 셈이다. 

PC플랫폼과 모바일 플랫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넥슨은 PC 플랫폼 78%, 모바일 22% 비중으로 매출을 내고 있다. PC 온라인 게임의 매출 비중이 많은 것이다. 반면 넷마블은 대부분의 매출액을 모바일에서 내고 있기 때문에 다변화되는 플랫폼 시장에 더욱 적합해진다. 

퍼블리싱 역량도 한층 강해진다. 국내에선 넥슨과 넷마블은 사실상 독보적인 최대 퍼블리셔다. 넷마블이 넥슨의 퍼블리싱 능력을 확보하면 더 큰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분석된다. 넥슨은 해외에서도 장기간 글로벌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해외 서비스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편, 넥슨의 예비 입찰은 21일 진행됐고, 넷마블, MBK파트너스, 카카오와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 TPG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