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전제로 하는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소식을 21일 알렸다. 오는 4월 서울에서 100대를 시작으로 정식 서비스에 돌입, 연내 전국을 대상으로 1000대 운영이 목표다.

최근 택시업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사실상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일시 무력화시킨 상태에서 이재웅 대표가 이끌고 있는 쏘카를 정조준했다. 양 측의 신경전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쏘카의 VCNC가 택시업계와 공존을 대의명분으로 걸어 프리미엄 서비스에 주목한 행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박재욱 대표와 이재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타다 프리미엄...택시와의 상생

박재욱 VCNC 대표는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지하1층 체인지메이커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타다를 두고 “타다의 브랜드 콘셉은 이동의 기본, 이동의 최적화”라면서 “한정된 차량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차량 자체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목표며, 이를 위해서는 IT 기술이 필요하고 공유경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쏘카의 VCNC 타다 서비스는 확장일로를 걷고 있다. 서비스 출시 4개월만에 33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1만6000명의 라이더가 활동하고 있다. 승차거부가 없고 안전하고 친절한 라이더 서비스에 힘입어 승객의 재탑승률도 89%에 이른다.

박 대표는 “타다는 차량의 소유에서 공유의 시대를 열고 있다”면서 “차량을 소유한 사람이 오히려 타다를 많이 애용하기 시작했고, 기업의 법인차량을 타다로 대체하는 일도 생겼으며 밀레니얼과 셀럽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타다는 이미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면서 “운영 노하우도 축적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VCNC의 타다가 성공적인 전개 과정을 보이며 다음 단계가 필요해졌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를 ‘점진적인 혁신’으로 표현하며 “더 큰 판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것이 바로 타다 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타다 프리미엄은 고급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버블랙이나 카카오블랙과 유사하다. 다만 가격은 타다 베이직 대비 최대 120%에 불과하며, 승객들에게 11인승 밴을 넘어 다양한 차종과 좋은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호출이 가능하고 기사를 평가하는 것은 타다 베이직과 동일하다. 일부 탄력 요금제도 적용된다.

택시업계와의 상생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지난 1월 택시운수사업자 6곳과 함께 시작한 프리미엄 밴 예약 서비스인 '타다 VIP VAN'에 이어 두 번째 협력이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우리는 택시업계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번 서비스로 그 오해를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쏘카가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저렴한 고급의 다양화? 타다 베이직의 행간은?

타다 프리미엄의 출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다. 서비스의 차별성과 택시업계와의 협력이다.

서비스 차별성 측면에서 타다 프리미엄은 다소 미묘한 경계에 있다. 기존 고급택시 운전자가 차량과 함께 타다 프리미엄에 들어오거나, 혹은 차량을 구매해 들어오는 과정에서 획기적인 서비스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고급택시의 사용자 경험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타다가 타다 베이직을 통해 보여준 명확한 혁신 키워드가 타다 프리미엄에 없다는 뜻이다. 타다 베이직이 11인승 밴과 친절한 기사, 확고한 요금제로 사랑받으며 큰 인기를 누린 것과 달리 타다 프리미엄의 명확한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타다 베이직과 타다 프리미엄의 승객 사용자 경험 차이가 별로 없다는 말도 나온다.

타다 프리미엄이 서비스 사용자 경험 강화보다 다양성에 방점이 찍힌 이유다. 박재욱 대표는 “타다 베이직을 이용한 승객들이 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하는 점에 착안해 타다 프리미엄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다.

다만 프리미엄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성에 집중하며 경쟁사 대비 가격을 낮춘 대목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재욱 대표는 “카카오 블랙의 경우 일반택시 대비 3배의 요금으로 안다”면서 “타다 프리미엄의 가격은 훨씬 낮으면서 고급택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의 협력은 더욱 민감한 대목이다. 타다 프리미엄은 기존의 택시업계가 가지고 있는 고급택시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택시업계와의 협력은 필수지만 문제는 최근 분위기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 이사장과 전·현직 조합 간부 9명이 지난 11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대상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이 사실상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택시업계를 위협하는 다음 타깃으로 쏘카와 VCNC를 점지한 셈이다.

카풀 서비스의 경우 여객운수법의 해석에 따라 다소 온도차이가 있다. 그러나 VCNC의 타다는 비교적 명쾌하다. 현 상황으로는 택시업계의 주장처럼 불법의 소지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쏘카는 “타다는 지난해 10월 시작 이후 서울시, 국토부에서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표한 바 있다”면서 “서울시에 접수된 ‘타다 허가여부’에 대한 민원 문의에 서울시 공식 답변 내용 역시 타다가 합법적 서비스라고 재차 인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에는 운전기사의 알선이 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노림수는 쏘카의 VCNC를 둘러싼 논란을 자의적으로 키워 판을 바꿔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민장홍 서울개인택시조합 정책기획팀 주임은 실제로 “조합 차원에서 고소를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대표와 박 대표를 고소한 조합원들은 쏘카의 맞고소에 오히려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카풀과 달리 법적인 틈새가 별로 없는 VCNC를 공략하기 위해 일종의 확전을 꾀하는 분위기다.

▲ 이재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는 택시업계의 법적인 조치에는 강하게 대응하는 한편 택시업계와의 협력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택시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타다 배회영업 논란에는 강하게 선을 긋는 한편 각종 공격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협력의 상징인 타다 프리미엄을 출시한 배경이다. 이재웅 대표는 “택시업계와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며 택시업계도 자연스러운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