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현대차·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던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도 ‘부정적’꼬리를 달았다. 나신평이 뒤늦게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한 원인으로 ‘산업환경악화’를 꼽았다. 작년 3분기 현대차의 실적이 어닝쇼크를 겪자 곧장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다른 신평사와 등급조정 시점이 차이나는 대목이다.

▲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기아차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작년 11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하향조정한지 3개월여 만이다.

작년 현대자동차의 3분기 실적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기아차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현대자동차의 등급 전망에 대해 한기평은 “현대차의 사업경쟁력 약화로 수익창출력이 낮아져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현대카드와 캐피탈은 “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등급전망이 변경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 주체의 지원능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현대차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더불어 S&P(스탠더드앤푸어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신용 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등급도 ‘BBB 안정적’과 ‘BBB+ 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S&P 역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지원가능성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신평은 “현대차·기아차가 3분기 이익 창출 감소에도 재고수준, 인센티브 등 주요 펀더멘탈 지표가 최근 개선되고 있다”면서 “4분기 이후 실적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펀더멘탈이 개선됐음에도,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량이나 점유율, 이익 창출 규모 등 전반적인 사업실적이 기본전망을 밑돌 경우에는 신용도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주요 완성차 성장률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신평 “산업환경 악화가 포인트”

나신평은 18일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AA 안정적’에서 ‘AAA 부정적’으로 전망 하향 조정했다. 기아차 역시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다음날인 19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양사의 등급전망 하향은 모기업 현대·기아차의 산업환경과 실적 저하 등으로 계열의 지원가능성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중기 나신평 연구원은 “산업 환경 전망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기아차의 3분기 실적이 저하된 점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한 점, 친환경차 개발과 자율주행에 관련한 R&D 비용부담 증가한 점 등이 전망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 현대차·기아차 합산 점유율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그는 현대차·기아차의 최근 주요 사업경쟁력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비우호적으로 변화된 산업환경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기아차의 미국과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7 년 급격히 저하된 이후, 신차출시 확대와 더불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2018년 1분기 6.7%에서 4분기 7.2%로 증가했다. 중국은 2017년 2분기 3.0%에서 2018년 4분기 5.9%로, 유럽시장은 2017년 6.4%에서 2018년 6.7%로 개선세에 있다. 그러나 과거 미국과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8%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회복이 미흡한 수준이다. 아울러 최 연구원은 “판매증대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점도 함께 고려하면 점유율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글로벌자동차 시장의 경쟁심화로 현대차∙기아차높은 판매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부담 증가, 차세대 자동차기술 관련 R&D비용 증가 등으로 완성차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추세다. 또한 주요 자동차시장의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미국의 자동차 수입관세 부과나 유럽의 노딜 브렉시트 등으로 무역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 EU 에너지원별 자동차 판매량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특히 환경규제가 강화된 점이 수익성 저하에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기준(95g/km)을 충족하지 못한 제조사에게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부터 친환경차 10% 의무판매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자동차 시장도 2020년부터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U시장은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선도하면서 친환경차 판매량이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경유차 판매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EU의 전년대비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7년 40.4%, 2018년 30.2%를 기록했다. 최 연구원은 “각 국의 환경규제 강화추세 고려 시 친환경차 판매비중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환경규제에 따른 R&D 비용 등 대응부담뿐만 아니라, 친환경차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등급변동 검토 요인.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세타2엔진 압수수색’ 신용평가 영향 제한적, 계열사 자금조달 영향 있어

세타2엔진 결함 은폐의혹으로 현대차그룹이 압수수색을 받은 점은 계열사들의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세타2엔진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했다. 이에 최 위원은 “이미 세타2엔진에 대한 리콜은 대거 이뤄져 리콜에 대한 재무적인 부담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재무안정성 등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신용평가에 반영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2017년 국토부는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현대차 그랜저(HG), 쏘나타(YF)와 기아차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348대를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대차는 국토부의 발표 전날 결함을 인정하고 자진 리콜을 결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2015년과 2017년 세타2엔진을 장착한 차량 166만대를 엔진 소음 및 진동과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 등의 문제로 리콜했다. 이에 현대차·기아차는 리콜을 비롯한 대규모 품질비용 발생과 국내 공장의 장기간 파업 등 부정적 요인이 이어지며, 2016년 이후 영업 수익성이 주요 경쟁사 평균 이하로 저하된 바 있다.

최 위원은 이번 등급전망 하향이 계열사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최 위원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동급대비 높은 금리가 적용될 것”이라면서 “특히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계열 승용차량 부문 캡티브 금융사로 등급전망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수익성 저하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