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정부 정책이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을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해 ‘절대적인 선’인 정부가 힘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외모 다양성을 두고 이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성인 사이트의 SNI 필드 차단도 설왕설래다. 몰래카메라와 불법 성인 콘텐츠를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옳지만, 무엇보다 국가 계몽주의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다. 2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233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1.7%나 후퇴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8억7000만달러에 그쳐 8.2% 줄었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1%나 쪼그라든 대목이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다. 당연히 내수경제도 악화일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의 어려움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장통이며, 이 과정에서 들어오는 경고등은 일종의 기회비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실제로 2018년 4분기 2인 이상 가구 기준 1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월평균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줄었고, 감소폭은 2003년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5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같은 기간 월평균 932만4000원을 기록해 10.4%나 뛰었다.

정부도 나름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신년모임을 통해 경제인들과 만났고, 이어 중소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를 열어 스킨십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혁신 기업을 키우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논의도 빠르게 진행되는 한편 정부 여당의 주요 인사가 삼성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에 방문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기본적인 자세다. 경제 정책을 수립하며 국민을 일종의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당장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견이 많은 상태에서 정부는 무조건 ‘고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위 적폐세력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묘한 도덕성까지 가미되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지자체가 직접 나서 민간의 영역에 침범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유명무실 논란이 나오고 있는 서울시의 제로페이가 대표적이다. 모두 ㈜대한민국, ㈜서울시를 꿈꾸는가. 이러한 행보에는 경제 활성화를 민간의 영역에 맡길 수 없으며, 정부가 나서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국가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이 배어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9일 서울 노원구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보고’에서 포용국가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포용국가는 시혜를 베푸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면밀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