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대기업 계열사 및 중소 IT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 E&S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포스코에너지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발전량 예측 같은 구체적 수익모델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이 2월 중순부터 본격 시행됐다. 정부가 지난 6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하면서 관련 내용을 반영한 이후 급물살을 탄 것이다.

세계 에너지 변화 추세에 맞춘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앤 마켓(Market & Market)에 따르면 가상발전소(VPP) 등 전력거래 중개 서비스 시장은 오는 2021년 7억1000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6년의 경우 1억9000달러에 불과했다. 테슬라(Tesla)는 오는 2022년까지 남호주에 세계 최대 가상발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은 1MW 이하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혹은 전기자동차를 보유한 자와 중개계약을 체결해 전력시장에 에너지를 위탁 판매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민간 전력생산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총 24개 업체가 예비 중개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이 중 허가를 받고 정식 참여한 곳은 SK E&S, 해줌 등 4개 업체에 불과하다.

중개사업자 1호 업체인 해줌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중개사업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후 전력거래소와 관련 사업 내용을 지속 논의하며 참여를 타진해왔다”라고 밝혔다.

SK E&S 관계자도 “전체 사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회사 신사업의 일환이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자 중 하나였던 포스코에너지도 눈여겨보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모델을 개선한 후 재진입할 예정”이라며 “중단을 검토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시범사업에는 포스코 외에도 KT, 한화에너지 등 대기업이 참여한 바 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지속 확대된 덕분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신재생발전 신규 설비용량은 2092MW로 전년 대비 40.2%나 늘어났다. 발전량도 4만6623GWh로 전년 대비 14.68% 증가했다.

시장 확대로 소규모생산자가 늘어났다. 노후준비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불거질 정도였다. 진입 장벽이 낮으며 정부 보조금도 많기 때문이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사업 예산은 2670억원으로 지난 2017년에 비해 267%이나 증가했다. 소규모생산자가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개업체가 필요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특히 SK E&S, 포스코에너지 등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가 간편해진다. 설비규모 50만kW 이상의 에너지 기업은 올해 총 발전량의 6%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REC 등으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REC는 전력량에 에너지 종류 및 설치유형 등에 따른 가중치를 곱해 발급된다. 태양광 가중치는 0.7~1.5고, 해상풍력의 경우 2.0~3.5다. 공급의무량은 오는 2023년 10%로 늘어날 예정이다.

 

전력중개 어떻게 이뤄지나?

전력중개는 소규모전력생산업체→중개사업자→전력거래소→한국전력 순서로 진행된다. 소규모전력생산업체들이 신·재생에너지 판매를 신청하면 중개사업자는 해당 물량에 대해 견적서를 작성해 전력거래소에 제출한다.

중개사업자는 견적서를 바탕으로 전력거래소와 가격을 협의한다. 협의가 끝나면 해당 물량은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에 유통된다. 한국전력은 이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소규모전력생산업체의 에너지 생산시설 유지보수 등도 도맡는다. 중개사업자는 이들 업무를 맡는 대가로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다.

소규모생산자는 절차, 가격협상 등의 위탁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 교섭력 상승 및 관리비용 감소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반면 한전 입장에서는 95%나 되는 소규모 발전사업자 직접 거래비중을 낮출 수 있으니 번거로움 일부도 해소되는 것이다.

당장 수익 창출 어려울 듯... 사업모델은 있어

당장의 수익 창출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 E&S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한 사업으로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전력시장구조나 전력가격 불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당장의 수익 창출은 어려워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향후 사업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차 및 비용이 간소화돼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는 소규모 생산업체가 늘어나면 중개수수료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축적을 통한 발전량 예측도 사업모델로 언급된다. 거래처인 소규모 업체들의 전력생산 데이터를 모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수요량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고질병’으로 언급되는 공급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친환경 기조 확장과 함께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모델인 셈이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의 경우 바람이 약할 때 전력 생산량도 약해져 자칫 정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바람이 너무 강할 경우 저장공간보다 많은 잉여에너지가 발생, 생산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공급 불안정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향후 중개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계통운영 등에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생산효율을 늘릴 계획도 있다”라고 밝혔다.

해줌 관계자는 “발전량 예측, 이상감지 기술 등을 오픈API 형태로 제공해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