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코의 팝 피규어들.   출처= Funk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한 장난감 회사가 미국 장난감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하스브로(Hasbro), 마텔(Mattel), 레고(Lego)같은 이 산업의 거인들이 아니다. 요즘 이 산업에서 가장 핫한 회사는 머리가 통통 움직이는 대중에게 유명한 인물이나 캐릭터를 작은 피규어(figure)로 만든 펀코(Funko)라는 회사다.

아마 당신도 이 회사의 유명 인물 피규어 하나쯤은 보았거나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나 토르(Thor)에 나오는 마블(Marvel)의 슈퍼 영웅들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R2-D2나 C-3PO 캐릭터 일 수도 있다. 또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에 나오는 신비한 초능력 소녀 일레븐(Eleven)일 수도 있고, 아니면 미국프로풋볼(NFL)이나 프로농구(NBA)의 실제 스타 선수일 수도 있다. 이 모든 피규어들이 어린이들과 수집광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펀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들 만이 아니다. 펀코의 투자자들도 펀코 피규어 열풍 속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해 3분기에 25%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 11월에 2018년 매출과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오는 28일에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의 4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고 주당 순이익(EPS)은 무려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펀코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40% 이상 올랐다. 그러나 펀코가 2017년 11월에 12달러의 가격으로 상장된 이후 1년 동안 이 회사의 주가는 매우 불안정했다.

회사가 일시적 인기에 편승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가는 거래 첫날 40% 이상 폭락하며 7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작년 9월에는 30달러를 넘게 폭등했다. 19일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19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제 펀코는 잘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 회사는 1998년에 ‘어려운 기술이 필요치 않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장난감’에 초점을 맞춘다는 모토로 설립되었다. 펀코의 성공은 확실히 그런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월가는 이 회사의 2019년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성장한 7억 4000만 달러(8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펀코는 그 보다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파이퍼 재프리(Piper Jaffray)의 에린 머피 애널리스트는 오는 5월 개봉하는 영화 ‘포켓몬 탐정 피카추’(Pokémon Detector Pikachu)와, 7월에 일본에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포켓몬 뮤2의 역습: 진화’(Mew2 Strikes Back: Evolution) 새로운 포켓몬 피규어들릐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머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포켓몬 캐릭터 중 하나인 이상해씨(Bulbasaur) 캐릭터가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면서, 포켓몬 캐릭터 피규어만으로도 연간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스타워즈 피규어의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펑코는 또 티셔츠, 후드티 등의 의류도 만들기 시작했고, 짧은 카툰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도 갖췄다. 더 많은 펀코 장난감을 대중 문화에 환호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팔기 위해서다.

다양화 모색

펀코가 이 스튜디오를 만든 것은, 애니메이션 영화와 TV 드라마에 진출해 성공한 하스브로와 레고의 전철을 따르려는 전략이다.  

마텔도 바비(Barbie)와 핫휠스(Hot Wheels, 마텔의 레이스카 장난감 브랜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고 엔터테인먼트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펀코는 또 지난 주, 디즈니의 악당들(Disney Villains), 해리 포터, 그리고 ‘행복한 작은 나무들’ 그리기로 유명한 작고한 미술가 밥 로스(Bob Ross, 한국에서는 밥 아저씨로 알려져 있다)가 등장하는 대중 문화 게임을 개발한 보드 게임 회사 포레스트 프루잔 크리에이티브(Forrest-Pruzan Creative LLC)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앤드루 펄머터 팬코 대표는 이 인수가 회사의 다른 전략과 일맥 상통한다며 "게임 카테고리는 날로 성장하는 우리 팬 층에 대중 문화를 전달하는 또 다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난감 소매업계의 불안정이 펀코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마텔의 경우 연말 연시 휴일동안 강한 매출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토이저러스의 파산으로 2019년 전망을 어둡게 봄으로써 월가를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펀코는 대기업 라이벌들만큼 토이저러스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다. 펀코는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토이저러스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텔과 하스브로는 거의 10%에 육박했다.

대신 펀코는 게임스톱(GameStop), 핫토픽(Hot Topic) 같은 전문점, 그리고 월마트와 타깃(Target) 같은 대형 소매점, 또 아마존을 위시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